은인자중-정치하는 사람 비하는 동서고금 무수히 많아
은인자중-정치하는 사람 비하는 동서고금 무수히 많아
  • 홍지호 원장
  • 승인 2010.02.13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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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 해법 찾으려면 부분 희생도 감수해야

▲ 홍지호 원장(부산치과의사회 공보이사/부산·페리오치과원장)
[덴탈투데이/치학신문] 수필가로 유명한 고 이양하 교수는 고건 전 서울시장이 세살 때 그 형제를 소재로 쓴 <경이 건이>라는 수필을 내놓았다. 내가 이 글을 접한 것은 중학교 교과서를 통해서이다. 그 당시 뿐 아니라 지금도 이 수필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실존 인물인 고건 선생님을 그래서 더 친밀하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건 선생님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역사의 한 획을 자리 매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고건선생님은 이러쿵저러쿵하는 많은 잡음들을 들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던가? 정치인들을 비하하는 말들은 동서고금을 떠나서 무수히 많이 나타난다.

그만큼 고건 선생님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초래된 비겁함으로 세간에 회자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치과계를 정치계와 비유하자면 이수구 선생님이 고건 선생님 같은 분이 아닐까싶다.

치과의사 한 개인으로서 누구보다 대외적으로 다양한 모범적 활동을 하고 있고 주위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치과계의 수장이 되면서 나름 힘들게 얻어낸 업적들은 어느새 뒷전이 되고 이런저런 이유와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오는, 무모하다시피한 질타의 돌팔매로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 치과계가 국회의 축소판 같다. 한 지역사회의 발전이 더 중요하다며 전체의 이익보다 앞세워 해결하려는 초라한 지역구 의원의 모습이라던지, 공명심을 앞세워 이 사업은 막아야 한다고 우격다짐 하는 시민단체의 가식적인 모습이라던지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너무도 흡사한 국회 내 행태들이 현 치과계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 각 현안에 대해 핏대를 올리며 주장하는 그들에게서 금단의 열매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너무도 나약한 아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지역사회에서 작은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치과의사로서는 상당히 한심스럽고 불안한 기운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우리는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짜증스런 현실이 나타났는지 잘 알고 있다.

갑작스레 불어 닥친 치과경영의 불황 , 치과내부 갈등의 초절정인 전문의 제도 시행의 삐걱거림 그리고 최근의 ‘비보험수가고지제’ 강행이라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이수구 선생님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같은 급박한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분의 행보를 지켜보고 나아가 그분의 의지를 지지해주고, 설령 의견에 반하는 입장이라도 묵묵히 지켜봐주는 태도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네가 속한 집단은 전체를 위해 끝까지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무모한 접근은 이제 자중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외부의 감시와 압박보다도 더 무서운 내부의 갈등으로 벼랑 끝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분명 우리 동료가 아닌 외부의 적들은 초원의 하이에나가 임팔라들을 사냥하듯 우리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절박한 세상에서 서로 잘 났다고 튈게아니라 나름 자중을 하며 함께 해서 더나은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저마다의 부분적인 희생이 감수되어야 한다.

왕륭이 왕건에게 난세에 가장 절실한 처세인 ‘은인자중’을 강조했듯 요즈음 같은 치과계 현실에서 몇몇 분들에게는 정말 공감가는 말일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사공이 많아서 산으로 배를 올려 보낼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 내부의 갈등을 잠재우고, 나아가 보다 강한 하나의 목소리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다음에는 김관원 원장님이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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