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성 칼럼] 상담을 위한 ‘환자탐색’
[김예성 칼럼] 상담을 위한 ‘환자탐색’
  • 김예성
  • 승인 2014.03.25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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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받는 병원연구소 김예성 대표
환자에게서 단서 찾기

우리 병원의 장점을 찾아 이야기거리가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환자마다 어떤 이야기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를 결정하기 위해서 환자의 성향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한다.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환자에 대한 안목과 직감이 발달하게 된다. 그렇게 직감에만 의존하다 보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유명한 점쟁이가 “딱 보니, 남편이 속을 썩이는구만”하고 운을 떼었는데, 고객이 “아니 전 미혼인데요.”라고 한다면 그날 그 점쟁이의 일진은 사나워진다.

아무리 상담을 오래 했더라도 환자의 표정만 봐도 어디가 불편한지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해도, 결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본인이 느낀 환자에 대한 느낌을 뒷받침하고 결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초진환자 기록지의 재발견

어떤 병원이나 환자가 내원하면 간단하게는 인적사항을 적는 기록에서 과거 병력과 전신 병력, 최근에는 개인정보활용에 대한 동의내용까지 병원의 진료과목과 규모 원장님의 관심사 등에 따라 다양한 초진환자 기록지를 만들어 사용한다.

간단한 초진기록지를 통해 환자의 이름 성별 나이 거주지 등을 알 수 있다. 환자 이름의 경우 소소하게는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네요’ 또는 ‘학창시절에 이름 때문에 놀림 좀 당하셨겠어요’라거나 간단한 이야기거리를 찾을 수 있다.

또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주요 치료 내용과 과거 병원 치료 경력이 다를 수 있다. 내원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소개환자의 이름이나 소개받아 온 환자에 대한 배려 등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특히 필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환자의 글씨체이다. 글씨로 환자의 현재 심리상태와 환자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환자의 정확한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외향성과 내향성인지에 대한 구분만 확실하더라도 상담과정과 치료과정은 80% 이상 수월해 진다.

▲ 초진기록지의 예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록지는 어떤가. 둘 다 깔끔하게 잘 쓰여졌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첫 번째 기록지는 차분하고 꼼꼼하게 적혀졌고, 두 번째의 경우 글씨의 기백과 힘이 느껴진다.

실제로 첫 번째의 경우 여성으로 유치원 원장님이고, 두 번째는 은퇴한 교장선생님이었다. 두 분 모두 상담과 진료과정이 어렵지 않지만, 세 번째는 어떤가. 내원경로나 동의서 내용이 없는 간단한 기록지 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병원접수에 꼭 필요한 것만을 골라 적어 상담과정뿐만 아니라 진료과정에서도 잦은 예약변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 치료과정 내내 수없이 많이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또 초진기록지에서 항목에 환자가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을 했는지에 따라 앞으로 치료과정이 원활할지 가늠할 수 있다. 세번째의 경우처럼 꼭 필요한 답변만을 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기록지는 그동안 타 병원 치료과정을 한편의 소설이나 수필처럼 장황하게 써놓은 경우이다. 그런 환자의 경우 우리병원에 대한 요구와 기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충분한 설명에도 불안감을 표현하는 수가 있어, 환자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발과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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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와 표정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필자의 경우 신발을 주로 보는 편이다. 신발을 보는 습관은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환자의 성향에 대해 쉽고 편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운동화냐 구두냐에 따라 크게 나뉜다.

운동화를 선호하는 경우 외향적이고 격식보다는 편안함을 선호하고 전문성보다는 친밀감 있는 병원을 선택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운동화 끈을 단정하게 묶었는지, 구겨 신거나 볼이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구두의 경우 자주 광택의 정도에 따라서도 환자를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또 운동화나 구두뿐 아니라 신발에 흙이 묻어 있는 정도에 따라서 주로 사무실 안에서 근무하는지, 밖에서 업무를 많이 보는지도 알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하기도 한다. 주요 업무 형태에 따라 예약시간을 환자 편의에 따라 배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환자는 더 편안함을 느낀다.

윗옷의 단추를 어디까지 잠그는지에 따라서도 성향을 알 수 있는데, 운동화를 구겨 신는 환자의 경우 단추를 목 아래까지 잠그는 경우는 드문데, 그런 남자분의 경우 본인의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믿고 이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 치료를 계획하고 치료과정을 마칠 때까지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환자의 성향이나 상담 키포인트는 환자의 성향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짧은 글 안에서 다 알려주지 못해서 안타깝다. 꼭 하나 상담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상담기간이 오래되고 노하우가 풍부하더라도 스스로의 관성과 환자에 대한 선입견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병원과 환자에 대한 탐색을 마쳤다면, 이제 병원상담을 시작하려 준비하는 사람들과 병원상담을 병원과 환자를 위해 더 잘하고 싶은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기준과 장애요인을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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