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성 칼럼] 상담실장의 관찰습관
[김예성 칼럼] 상담실장의 관찰습관
  • 김예성
  • 승인 2014.05.08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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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받는병원연구소 김예성 대표
대화법이나 상담법과 관련된 강의를 들으러 가면 환자와 아포를 형성할 수 있는 ‘스몰토크’를 하라고 하는데 환자와의 이야기꺼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렇다고 맑은 날에는 ‘날씨 참 좋죠?’, 비오는 날에는 ‘비오는 날에는 파전과 막걸리가 제격인데’라고 하거나 모든 환자들에게 판에 박힌 이야기를 라디오처럼 반복해야 하는지 감정에 빠질 때가 있다. 환자마다 필요하고 환자가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대화의 주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고, 그 관심은 관찰로 이어지며, 관찰은 환자마다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환자가 병원에서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는 환자의 불안과 상태, 때로는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그 차이점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나는 이미 환자의 마음을 산 것과 같다.

관찰력으로 차별화하라

사막의 장사꾼이 잃어버린 낙타를 찾아 헤매다 한 승려와 마주쳤다. 장사꾼이 승려에게 낙타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승려가 대답했다. “낙타는 오른쪽 눈이 안 보이고 왼쪽 앞발을 못 쓰고 앞니가 부러지지 않았나요? 낙타 등 한쪽에는 밀가루를 지고 다른 쪽에는 꿀을 지고 가던 길 아니었나요?” 장사꾼은 다짜고짜 승려를 도둑으로 신고했다.

승려는 재판관 앞에서 말했다. “낙타가 길 한쪽의 풀만 뜯어먹은 흔적을 보고 오른쪽 눈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모래에 난 두 발자국의 깊이가 서로 다르니 왼쪽 앞발을 저는 것을 알았고, 뜯어먹은 풀잎의 가운데 부분이 그대로 있으니 앞니가 부러졌음을 알았죠. 또 길 한편에는 밀가루가 흩뿌려져 그 위에 개미가 달라붙어 있었고, 한쪽에는 꿀이 흘러 파리가 들러붙었으니 밀가루와 꿀을 싣고 가던 길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낙타의 앞뒤에 사람 발자국이 없으니 그 낙타는 누가 훔쳐간 게 아니고 길을 잃어 헤매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판관이 되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런 걸 다 보았소?” 승려가 대답했다. “잘 관찰했기 때문이죠.”

어떤가. 낙타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 단서가 낙타와 낙타를 둘러싼 상황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제공한 정보(신환기록지나 병력) 외에도 많은 정보를 관찰하면 상담과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꺼리를 찾을 수 있음은 물론이고,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한마디를 알아낼 수도 있다.

환자가 대기하는 모습을 관찰할 때 그냥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는지 녹차를 마시는지 신문을 읽는지 스마트폰을 하는지, 또 신문을 본다면 스포츠신문을 보는지 경제지를 보는지, 스마트폰이 손안에서 움직이는 정도에 따라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아는 사람과 문자를 주고받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대기할 때 자세를 보면 어떤가? 누운 건지 앉아 있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게 편안하게 계신 분과 요가자세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신문의 다음 장을 넘기는 분, 신문을 테이블에 두고 한장씩 넘기는 분, 신문을 눈앞에 펼치고 거칠게 다음장을 넘겨서 아침마다 신문의 가운데를 스템플러로 고정하게 만드는 환자. 두 분의 상담실 내 풍경은 대기실에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관찰습관

환자가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대기실에서 진료실로 진료실에서 검사실로 이동할 때 환자의 움직임이나 걸음걸이에 따라서도 환자의 성향과 진료과정에서의 긴장도를 가늠할 수 있다. 검사실로 이동해 검사하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천천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거나 안내자의 안내를 따르지 않고 혼자 먼저 걸어가는 경우는 성향의 차이도 있지만, 두려움에 의한 과도한 긴장상태일 경우가 많으니, 특별하게 배려하거나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긴장하는 환자에게 오히려 더 큰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이런 것도 못하냐고 하거나 가르치려는 행동은 환자와의 다음 만남 확률을 낮추는 일이니 직원들에게 특히 더 주의시키고, 특별한 경우 환자를 상담실장이 직접 안내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한번은 이동하는 중 환자가 다리를 살짝 저는 것을 포착했다. “혹시 다리가 불편하세요.?”라고 물으니 “운동하다 무리해 당분간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씀을 하셨으면, 이동식 기구를 사용하거나 예약을 연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더니, 이 정도는 괜찮다며 고마워했다.

관찰내용을 상담과정에 활용하라

▲ 상담실장의 관찰습관이 병원상담의 質을 결정한다.
“류현진이 5승에 성공했나요?” 스포츠신문을 읽고 있던 환자가 상담실로 안내되었을 때 꺼낸 이야기다. 대기시간이 길어진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에 “커피한잔 드릴까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저 커피는 안마십니다. 괜찮습니다.” 평소에 관찰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면 어떤 차를 대접해야 환자에게 호감 이미지를 남길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해 보인 환자에게는 가능한 한 대기실 가까이에 있는 진료실이나 체어를 배정해서 진료적인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성인남자의 경우 본인의 두려움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사내답지 못하다고 생각해 내색을 잘하지 않는 편이 대부분이지만, 병원이 떠들썩해지는 클레임은 중년의 남성인 경우가 많다. 그들도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떨리는 음성이나 경직된 동작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상담실장이 그런 환자의 심리상태를 관찰했다면 ‘지금 떨리시죠?’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가는 본인의 마음을 들켜서 민망해진 중년신사는 오히려 반대의 행동특성을 보일 수 있다. 그런 경우 “저는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매번 병원에 갈 때 무섭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수면치료요법을 활용해 다양한 치료를 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해야만 한다. 그러면 환자는 나만 겁먹는 것이 아니라는 동료의식이 생길뿐더러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고 부가적인 진료수입을 창출할 수도 있다.

모든 습관이 그렇지만 새로운 행동을 몸에 익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지속적인 코칭과정을 통해 관찰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관찰내용을 악용하거나 본인 편의 위주로 해석해 사용하는 사례를 간혹 본다. 관찰한 내용도 개인의 의미부여에 따라 약이나 독이 될 수도 있는 사례를 다음 칼럼에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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