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성 칼럼] 관찰을 의미있게 만드는 ‘관점’
[김예성 칼럼] 관찰을 의미있게 만드는 ‘관점’
  • 김예성
  • 승인 2014.05.1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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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받는병원연구소 김예성 대표
1666년 과수원의 사과나무 아래서 졸고 있던 한 소년의 머리 위로 사과가 떨어졌다. 잠에서 깬 소년은 사과가 왜 아래로 똑바로 떨어지는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마침내 소년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떨어지는 물건에는 중력이 작용하며, 그 힘은 행성을 포함해 우주의 모든 만물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이야기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던 사람은 뉴턴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어린시절 기억만으로도 사과가 채 익기도 전에 먹을 생각에 군침을 삼키며 할아버지 몰래 사과를 먹을 생각만 했었다. 똑같은 사실을 관찰하고도 위대한 발견을 하는 사람과 단 하나의 사과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 걸까?

관점을 디자인하라

깨끗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건 동종업계에 일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눈 오는 날 깨끗한 대기실 바닥의 발자국은 겨울 내내 씨름해야 할 일임을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특히 워커같이 바닥이 깊은 신발을 신고 오는 환자의 경우 진료실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하루에도 여러 번 대기실 바닥을 청소해야 하는 게 힘들었는지 한 직원이 중학생 환자를 현관 밖으로 데리고 나가 신발을 매트에 문지르도록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내가 학생이라면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기실 바닥의 발자국을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위 그림은 눈 오는 날 대기실의 환자 발자국을 관찰한 그림이다. 화면 왼쪽에는 환자들이 이동하지 않은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병원에서는 신문과 잡지 등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위해 읽을거리를 한 곳에 모아 두었는데, 정작 환자들의 동선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환자의 발자국을 내가 처리해야 하는 일로 보는 사람과, 발자국으로 동선을 파악하여 대기실 비품과 가구의 배치를 바꿔 환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료서비스와 관련한 내용을 보면 역지사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실제로 신입직원 교육과정에 환자입장이 되어 침상이나 수술실에 누워보는 실습을 하기도 하지만, 온전하게 환자의 입장이 되기는 어렵다.

역지사지를 넘어 일체화하라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감성의 끝에 서라’(강신장,황인원 저/21세기 북스)에 보면 역지사지만으로는 상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한다. 중간에 ‘나’라는 필터링이 있기 때문에 온전하게 사물이나 상대가 되어 느끼고 생각해야 온전하게 상대를 알 수 있고, 이를 일체화라고 한다.

우리가 대추라고 생각하면, 풋대추 빨간대추 정도이지 대추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날씨 변화를 겪고 시간을 보내지 않고는 대추 한 알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시인은 온전하게 대추가 되어 나무에 매달려 대추가 되어본 것이다. 시인은 대추를 얼마나 관찰했을까?

온전하게 환자와 일체화한다면, 대기실의 발자국보다 미끄러운 길을 헤치고 병원까지 온 환자의 여정을 따라 관찰해야 한다. 겨울이면 나는 환자의 볼을 관찰하기도 한다. 양볼이 빨개진 정도를 보고 환자가 얼마만큼을 걸어왔는지, 또는 차를 가지고 내원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빨개지다 못해 하얀 볼을 해가지고 올 때도 있다. 빵빵한 난방시설 안에 있던 우리는 잘 모를 수 있다.

이제 환자상담은 전문성을 기본으로 친밀성과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상담이어야 한다. 상담의 전체적인 과정에서 상담실장의 관찰습관은 병원상담의 질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상담자 본인의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환자를 세분화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목욕탕 물에 들어가 넘치는 물을 보며 부력의 원리를 알아내 외친 말 ‘유레카(찾았다. 알았다.)’를 스스로 찾아내서 본인 상담의 오리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관찰습관이 몸에 밴 상담자가 병원상담의 골잡이라면, 병원 안에서 스트라이커를 도와줄 서포터즈에는 누가 있는지, 활용 가능한 상담 옵션에 대해서 다음번에 알아보도록 하자.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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