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쌍용차 대법원 판결, 해고노동자 두 번 살해하다
[성명] 쌍용차 대법원 판결, 해고노동자 두 번 살해하다
  • 건치
  • 승인 2014.11.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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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3일, 대법원(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던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을 깨고, 이를 완전히 뒤집어 “정리해고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것은 2009년 정리해고에 맞서 싸워온 노동자들과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스물다섯명 고인들을 다시 사법기관의 이름으로 살해한 것에 다름 아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쌍용차 사측이 주도한 회계조작과 고의부도의 결과로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해야했던 해고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통감하며 사법살인에 다름 아닌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먼저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사측의 회계보고서가 부풀려져 있다는 회계조작의혹과 오류를 인정했으며 당시 경영상태가 계속적, 구조적 경영위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적인 인원감축을 단행한 것은 잘못이며, 무급휴직 등 해고회피 조치도 부족했으므로 ‘정리해고는 무효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반대로 ‘경영판단의 문제는 경영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여 ‘정리해고는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심의 판결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는 주문만 하고 그 사유조차 설명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판결이라고 법률전문가들은 전한다.

이번 판결까지 6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9년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던 농성장이 경찰의 잔인한 폭력과 언론의 유린 앞에 잔인하게 진압되고 고립되면서, 스물다섯명의 목숨이 희생되어야 했고, 지금도 그 유가족들과 동료노동자, 가족들은 피폐한 심신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또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오늘 날에는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2000일이 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쌍용자동차 부당 정리해고는 이제 단순한 한 기업 내 노사갈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본을 되묻는 질문이 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우리 사회의 사법체계, 법의 정신이 철저히 자본과 기업의 이해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판결이 될 것이다. 이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인 법과 제도는 철저하게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자본과 기업의 요구만이 법과 질서가 작동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만천하에 공언하는 판결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최소한의 법과 제도를 통해서는 결코 이 사회에서 평범한 노동과 일상은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의 공언에 다름아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그리고 그 맨 앞에 사법부가 앞장섰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쌍용자동차뿐만 아니라 수많은 일터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판결을 지켜보며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함께하며 살인적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과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

2014년 11월 20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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