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갈지자 정책’…일부 병원 “황당할 뿐”
정부 ‘갈지자 정책’…일부 병원 “황당할 뿐”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4.12.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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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예약 주민번호 수집 다시 허용 … "시스템 구축 병원만 손해”

전화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진료예약 시 금지됐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허용되면서 이미 예약 시스템을 바꾼 일부 병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비용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지만, 정부로부터 보전도 받을 수 없어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스템을 구축한 병원들은 “정부의 탁상행정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행정자치부는 지난 8월 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시행,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자에 불필요한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게 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병원에서 진료예약 접수를 하는 데 혼란이 빚어졌고, 이름·생년월일·연락처·주소 등 대체수단의 조합만으로는 개인 식별을 완벽히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특히 일부 병원들은 시스템을 변경할 예산이 없어 홈페이지 예약시스템 자체를 없애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병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정부는 내년 2월까지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가졌고, 계도 기간을 2개월여 남겨 놓은 지난달 28일에는 ‘환자 안전’ 등을 이유로 병원 쪽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주민번호 수집과 이용이 허용되는 예외의 조항에 ▲전화와 인터넷 등을 이용한 진료·검사 예약 시 건강보험 가입 여부 ▲건강검진 대상 여부 등 일정 사항 확인이 필요한 경우 등을 포함키로 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선 의료기관, 특히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접수되는 애로사항이 많았다”면서 “이번 조치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근거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한 경우에도 병원 내 별개의 인증방식 도입 등을 통해 민감정보 유출 위험을 최소화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계속 관리·감독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그동안 홈페이지 진료예약 자체를 없애고 다른 방법으로 ‘버티기’를 해온 병원들은 다시 기존 시스템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없는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변경한 병원들이다. 정부 지침에 맞춰 이미 돈을 투자해 예약 시스템을 바꾼 일부 병원들만 손해를 보게 된 꼴이 됐기 때문.

A 대학병원 관계자는 “물론 환자 정보의 안전을 위해 당연히 구축해야 할 시스템이었지만 서둘러 정책에 대비한 것이 오히려 재정적 측면에서는 ‘독’이 됐다”며 “이번 정부의 기준 완화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B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병원 자체적으로 몇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다시 없던 일이 되니 황당할 뿐”이라며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처음부터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C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후 정책을 마련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쉽게 정책을 결정한 후 결국 몇몇 의료기관에 피해를 준 것은 정부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며 탁상행정”이라며 “정부가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기준을 바꿔버리면 앞으로 정부에서 하자는 일을 어떻게 믿고 따라가겠는가”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한병원협회(병협)도 정부 지침에 맞춰 예약 시스템을 바꾼 일부 병원들의 손해는 아쉽다면서도 정부의 정책 기준 완화에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병협 관계자는 “예약시스템을 이미 구축한 병원들이 정부로부터 보전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왔지만 아마도 비용 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기관의 희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병협은 궁극적으로 이번 정부의 개인정보보호법 기준 완화 정책에 대해 매우 환영한다”며 “그동안 회원병원들이 우려한 환자의 부정확한 본인 식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사라지게 된 것은 다행이며 앞으로 개인정보보호의 철저한 보안강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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