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병원 건립 잇단 취소…왜?
새 병원 건립 잇단 취소…왜?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5.05.25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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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증축 수준 그쳐 … ‘지어놓으면 뒷감당 어렵다’ 지적도

최근 각 대학병원들이 새 병원 건립을 줄줄이 포기하고 있다. 경영난이 심해 더 이상 새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신 기존 건물을 증·개축하거나 행정동을 진료용 건물로 바꾸는 등의 위험도 낮은 전략을 쓰고 있다.

# 건립 대신 ‘증축’ … 리모델링도 이어져 = 가장 먼저 건립 중단 계획을 밝힌 곳은 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은 오는 2017년 경기도 용인시에 개원 예정이었던 800병상 규모의 동백세브란스병원을 사실상 공사를 중단할 것이라고 지난 2월 밝혔다.

▲ 동백세브란스병원 조감도.

동백세브란스병원이 건립중인 부지는 경부·영동고속도로의 중간에 있는 노른자위 땅이다. 병원계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매각 실패와 기대만큼 재미를 보지 못한 암병원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의료원은 지난해 용인시 역북동의 용인세브란스병원 부지를 매각해 동백세브란스 건설에 필요한 500억원가량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인시가 용인세브란스의 용지 건폐율과 용적률 상향 조정 요구를 거부하며 매각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해 3300억원가량을 쏟아부은 연세암병원도 환자 수는 증가했으나 병원의 실제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세의료원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상당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동백세브란스병원은 골조 등의 1단계 공사만 진행한 채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 인하대병원 전경. 맨 앞쪽 낮은 건물이 새로 개소한 외래센터다.

인하대병원은 당초 병원 옆 한진택배 부지에 6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짓기로 했지만, 자금난 및 개원후 경영난을 우려, 지난해 초 신관 건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신 인하대병원은 본관 옆에 신관을 증축했다. 

현재 인천지역에는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병원, 인천성모병원, 한림병원, 성민병원을 비롯해 2014년 2월 개원한 가톨릭대(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등 15개의 대형 병원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2012년 기준 30% 이상의 환자들이 서울에서 원정진료를 받고 있다. 인하대병원의 새 병원 건립계획 백지화는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대병원도 지난 2012년 제2병원과 조선대 순천병원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외래진료센터 증축 선에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병원의 경영상태를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조선대병원은 2011년까지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 50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내부갈등으로 학교법인 이사회의 이사진 선임이 늦어진 것도 새병원 건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순천·여수 등 인근 암환자들이 광주권 병원보다 화순전남대병원 등으로 몰리고 있어 새 병원을 건립해도 경영이 쉽지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병원들은 일찌감치 새 병원 건립대신 개축·리모델링 등을 통해 병상수를 늘리고 위험은 최소화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은 안암병원의 400병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 대전 을지대병원은 특실 등 편의시설을 리모델링할 계획이고,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행정동을 치과병원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 은평성모병원 조감도.

# 새 병원 건립도 있지만 … ‘뒷감당 어렵다’ 지적도 = 물론 새 병원 건립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서울의 경우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이화여대의료원이 새 병원을 짓고 있다.

가톨릭의료원은 2017년 개원을 목표로 지하 5층, 지상 16층의 800병상규모를 가진 은평성모병원을 서울 은평구에 건립중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서는 이화의료원 제2부속병원은 오는 2018년 지하 5층 지상, 10층, 1000병상 규모로 개원할 예정이다.

▲ 이대마곡병원 조감도.
지역에서는 삼성창원병원과 순천향대천안병원이 각각 530병상, 1200병상 규모의 제2병원을 건립 추진하고 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새 병원을 짓는 게 지금 상황에서 반드시 나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어차피 환자들은 병원의 이미지를 보고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름 있는 대학병원들이 들어오면 지역 판세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병원 경영이 점점 각박해지면 새 병원 건립이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다”며 “먼저 병원 건립으로 환자들이 그 병원을 찾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거니와, 병상 수가 늘어나면 지역 내 병원과 ‘환자 나눠먹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뒷감당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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