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AJODO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연
그가 ‘AJODO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연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5.08.2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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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100 author 뽑힌 정규림 교수 “바이오 교정에 견제도 만만찮아”

 

▲ 정규림 아주대 임치원장

미국교정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rthodontics and Dentofacial Orthopedics, AJODO)는 지난 7월 세계에서 가장 기여도가 높은 Top 100 author에 정규림 아주대 임상치의학대학원장을 선정했다.

김성훈 경희치대 교수와 함께 아시아 지역 저자로는 일본 2명과 홍콩 1명 등 단 5명이 포함됐다. 정 원장을 만나 이번 선정의 의의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 AJODO 100대 저자 선정 과정은.

“AJODO 현 편집장인 Rolf G Behrents 교수를 비롯한 편집진이 1915년 창간 이후 2014년까지 100년 동안 논문을 게재한 총 3만7000여명의 AJODO 저자 중에서 논문 게재 횟수가 많은 순서로 113명의 대표저자를 선정했다.

저는 팀원인 경희대 치과대학 교정과 김성훈 교수, UCSF 교정과 Gerald Nelson 교수와 함께 100대 대표저자로 뽑혔다. 우리 팀은 2007년 AJODO에 논문을 처음 게재한 이후 지난해까지 김성훈 교수가 39편을 발표했고, 제가 29편, 그리고 Gerald Nelson 교수가 26편의 Bio 교정 관련 논문을 계속해서 게재했다.”

- AJODO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그동안 AJODO의 문을 수도 없이 두드렸다. 그러다가 2005년에 처음으로 우리 논문을 게재하겠다고 AJODO의 수락 통보를 받았고, 그 후로도 2년을 더 기다려 2007년에야 첫 논문을 게재할 수 있었다.

첫 논문은 Bio교정(Bio creative Orthodontics Strategy)을 주제로 한 것이었으며, 돌출입 치료방법에 대한 케이스 리포트였다. 이 논문 게재로 한국에서 개발된 교정치료 체계가 세계 교정학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 정규림 원장과 김성훈 교수 등 100대 저자를 선정한 AJODO 기사.

- 독창적인 연구결과를 세계에서 인정받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문화가 발전하는 프로세스를 보면 먼저 선진문화를 모방하고, 이어 자신의 방법으로 수정을 가하며, 그 다음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창조가 이뤄지는 과정을 밟게 된다. 그런데 당시 교정 영역에서는 Made in Korea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교정영역에서 한국 고유의 창조적인 creative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실행할 방법은 없었다는 것이다.

저는 이 문제를 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corse work을 쫓아다니며 섭렵했다. 한국에서 저만큼 corse work에 시간을 투자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보편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처음엔 철저히 모방했고, 치료결과를 발표하면서 제 경험을 보태 수정한 결과를 도출했다. 1999년에 새로운 방식에 대한 저만의 기준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근거로 2001년에 급속교정 책을 출간했다.”

- 책을 출간하고도 AJODO에 논문을 게재하는 데는 7년이나 더 걸렸는데.

“바이오(급속)교정이라는 개념은 순전히 우리 연구팀이 개발하고 다듬어 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교정학의 본향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독창적인 개념과 술식을 서구인이 자연스레 이해하도록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민요를 미국인들에게 알려주려면 country pop을 먼저 이해하고 여기에 우리 민요를 접목시켜 설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가 바이오교정을 먼저 만들어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인에게 이 방식을 설득하려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것은 앞으로 모든 SCI 저널에 논문 게재를 원하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독창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 독창성을 이해시키기 위한 적절한 작업이 필요하다. 기존 개념을 답습한 뒤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며, 기존의 치료개념을 넘어서되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 세계적인 저널과 학술활동에 집중한 계기가 궁금하다.

“경희대 치대 1회 졸업생으로서의 사명감이 컸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창조한 치료법, 바이오교정(급속교정)이지만 국내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고향에서 인정이나 환영을 받기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선진외국에서 인정을 받은 뒤에 국내로 역진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54세 되던 2002년에 경희대학에서 나왔다. 모교가 사립이라 환자를 많이 보는 제 능력 때문에 보직 등에서 오히려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특허를 내기 위해 ‘학교에서 특허권을 갖는 조건으로 비용을 부담해 달라’고 했으나 학교는 ‘전례가 없다’며 거절했다. 특허를 내지 못하면 우수한 기술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저는 이것을 우려해 학교를 그만두고 개업을 하면서 특허를 냈다.

현재 급속치료법 관련 국내 특허와 중국 및 일본 등에서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은 특허를 내는 비용이 너무나 컸다. 처음 신청 단계에서 5000만원씩 1억 원이 들어갔는데, 개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기에 포기했다.”

- 급속교정장치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는데.

“1999년 7월 7일 아침, KBS와 MBC, SBS 등 메이저 방송사와 YTN 및 인천 지역방송인 iTV까지 5개 방송사 뉴스팀이 총 출동했다. 경희대 치과 교정팀의 돌출입 치료법에 대해 취재하기에 ‘급속교정으로 돌출입을 치료하면 치료 기간을 적어도 30%, 일반적으로는 50%까지 단축할 수 있으며, 가장 짧게는 6개월 만에 치료를 마친 경우도 있다’는 요지로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당시 저녁뉴스를 가장 먼저 시작하던 SBS는 ‘돌출입 교정치료를 6개월 만에 끝낸다’고 보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급속교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그야말로 ‘급속히’ 증폭시켜 경희대치과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게 국내와 AJODO를 비롯한 세계 교정학계에서 바이오교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AJODO에서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의 정규림 팀의 논문 게재수가 너무 많으니 앞으로 잘 살피도록 하자’며 블랙리스트에 올려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 정규림 교수는 학문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세한 부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세계저널 진입을 꿈꾸는 후학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처음 논문을 평가한 AJODO 편집자는 제게 보내온 메일에서 ‘상당히 유니크한 치료법’이라고 평가해 개인적으로 대단히 기뻤다. 이렇게 시작해 100대 저자에 올라 나름대로 성취감과 보람도 있다.

제가 개발한 독창적 교정치료장치는 C로 시작된다. C임플란트, C튜브, C파라탈플레이트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C는 무엇보다 Corea의 C를 의미한다. 예전 우리나라의 영문명은 ‘꼬레’의 C로 시작됐으므로 저는 이것을 바로잡는다는 뜻에서 C를 썼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제가 크리스천이므로 Christ의 C를 생각했다.

이처럼 작은 작명 하나도 나라와 자신의 신념을 일치시키며 명예롭게 만드는 데 후학들이 노력하길 바란다. 저는 죽는 순간까지 한국 교정학 영역이 세계 교정학 역사에서 일부라도 차지하는 부분이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에 우리 후배들이 정진해주면 고맙겠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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