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대학을 다녀와서
오우대학을 다녀와서
  • 김상백
  • 승인 2015.08.3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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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무렵 오우대학교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오우대학은 몇 년 전 원전사고가 터진 일본 후쿠시마에서 50km 남쪽에 위치한 고리야마라는 도시에 위치한 탓에 안타깝게도 학생교류 행사로 방문하고자 희망하는 학생이 없었기 때문에 작년에 오우대학에서 방문한 손님을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내가 학생을 대표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대신 박영국 대학원장님과 학생지도실장이신 최용석 교수님, 국제교류를 담당하고 계신 이덕원 교수님, 오우대학에서 1년 동안 공부하셨던 주성숙 교수님께서 이번 방문에 함께해주셔서 학생교류를 넘어 학교간 교류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2시간 남짓 지나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선발대로 출발한 최용석, 주성숙 교수님과 함께 어떻게 대학교까지 찾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출국장을 나서고 있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작년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경희대학교를 방문했던 신야 야마자키 교수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나리타에서 나리타-도쿄 간 급행열차를 타고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반시간 정도를 달려 고리야마에 도착했다. 고리야마역에는 작년에 우리 학교를 방문했던 학생들도 함께 반갑게 마중을 나와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얼마나 친한가를 떠나서 항상 반가운 법인가 보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다. 학교 근처에 바다로 착각할 만큼 큰 호수가 있다고 해서 방문해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예약해준 호텔로 자리를 옮겨 연회장에서 정성스러운 음식과 함께 환영회를 즐기고 주성숙 교수님, 최용석 교수님 그리고 나의 순서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주 교수님은 오래전 오우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사진을 통해 향수를 자극했고 최 교수님은 영상치의학에 대한 학술강연을 해주셨다.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만한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었던 나는 작년 한 해 동안에 진행했던 학생회 활동을 준비해 발표했다. 50여명의 많은 교수님, 학생들이 참석해 환영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했던 하루였다.

환영만찬을 뒤로하고 우리는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자리를 옮겨서 못다 한 뒷풀이를 했다. 학생보다 교수님이 많이 계셔서 불편할 만도 한데 편하게 친구처럼 대해주셔서 말도 잘 안 통하지만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뒷풀이를 마지막으로 첫날의 공식행사가 끝이 나고 호텔로 들어가려는 찰나 작년에 서울에서의 추억들을 공유하고 계신 신야 교수님께서 따로 술자리를 제안하셨고 오우대학교 방문을 위해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오느라고 피곤했지만 흔쾌히 밤을 새워서라도 함께하고 싶다고 합심했다. 1년 만에 다시 뭉친 우리는 고리야마의 밤거리를 누비며 회포를 풀고 다음날 나는 늦잠을 자고 말았다.

지난밤의 숙취를 안고 이튿날 우리는 학교로 향했다. 오전 동안 우리는 학교와 치과병원을 둘러보았다. 신야 교수님이 수장으로 계신 구강마취과가 있어서 그런지 치과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전신마취 치과수술이 많이 행해지고 있었다. 전신마취를 하고 어떤 수술을 하는지 봤는데 주로 충치치료나 사랑니 발치가 많았다. 전신마취 수술 중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오우대학의 치과병원은 매우 깨끗하고 넓은 최신 시설을 자랑했다.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교육시설이기 때문에 항상 시설을 최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원내생 대기실 겸 휴게실에는 대형모니터가 여러 대 설치되어 있어 각 진료실의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술식을 옵저베이션 해야 하는 학생이 있을 때 방송을 통해서 호출해준다고 했다.

자신이 팔로우하는 환자가 도착하거나 일정의 변경이 있을 때 방송을 통해서 알려주는 시스템은 이미 한국의 거의 모든 치과대학교에 도입이 되었지만 우리 학교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어 많은 학생들이 위생사 선생님들께 구박받으면서 각 외래의 책상 위에 붙어있는 당일 진료표를 훔쳐보면서 환자가 도착했는지를 확인하는 동기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하루빨리 우리학교도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보았다.

열심히 학교를 돌아본 우리는 매우 배가 고파졌다. 우리는 조금 떨어진 일본식 덴뿌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일본식 튀김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조리된다고 들었다. 갖가지 튀김요리가 나왔는데 하나같이 모두 맛있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간단하게 쇼핑몰을 둘러보고 후발대로 도착하는 박영국 학장님과 이덕원 교수님을 마중나갔다.

두 분을 픽업해서 우리는 다시 학교로 이동해서 특별강연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학장님은 교육철학과 치의학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강해주셨고 이덕원 교수님은 당신이 직접 개발하신 코골이, 수면무호흡 치료를 위한 외과적 수술을 소개해주셨다. 두 분의 강의에 많은 교수님들과 수련의들은 감동하는 눈치여서 매우 자랑스러웠다. 강의를 마치고 학장님과 이덕원 교수님, 신야교수님 세 분과 함께 학교를 간단하게 한 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녁은 학장님과 이덕원 교수님의 환영만찬와 송별행사를 겸해 멋진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과 함께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학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우리를 역까지 배웅을 나왔다.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을 타고 창밖을 보니 이미 헤어진 줄 알았던 신야 교수님을 비롯한 오우대학교의 학생들이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 다음주에는 후쿠오카 치과대학 친구들이 보고싶어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젠가는 신야 교수님을 비롯한 오우대학교의 친구들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상백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전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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