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역시 ‘산 넘어 산’
‘의료일원화’ 역시 ‘산 넘어 산’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5.11.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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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화 공감하지만” … 교육·의료질 확보 등 난제 산적
▲ 23일 열린 의료일원화 관련 토론회 전경.

학계·개원가·전공의·의학교육 관계자들이 수십년간 해결하지 못한 의료일원화(양·한방 통합)를 추진하기 위해 모였지만, 의견이 분분, 성과있는 논의가 진행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의료일원화는 1963년 경희의대가 6년제 한의대를 개설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대두된 해묵은 과제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이른바 ‘규제기요틴’을 발표, 의·한 갈등이 고조되면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의학회(의학회)는 23일 밤 의협 회관에서 ‘의료일원화 관련 토론회’를 가졌으나, 회원들의 의견을 듣는 수준에 그쳤다. 

# “의협-한의협, 터놓고 이야기해 … 대타협 필요한 시점” = 대한의학회 장성구 부회장은 지난 9월 의협과 대한한의사협회가 구성한 ‘국민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협의체는 당초 복지부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을 논의하고자 양측의 자문위원을 요청하자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한방 문제 전체를 논의대상으로 하는 협의체 설립을 제안하며 만들어졌다. 현재 협의체의 구성원은 의료계 2명(의협·의학회 각 1명), 한의계 2명(한의협·한의학회 각1명)으로 구성돼 있다.

▲ 대한의학회 장성구 부회장

장 부회장에 따르면, 이번에 구성된 협의체는 건국 이후 양 기관의 공식적 만남이며 의료일원화라는 목적이 전제가 된 만남이다. 현재까지 협의체 참석자들은 네 번에 걸친 모임에서 서로 의료환경의 변화와 경영난 등을 호소했으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이슈와 양측의 미래 전망 등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장 부회장은 “협의체가 진행되는 동안 양 측이 자신의 상황을 털어놨다”며 “물론 일원화는 의료인들에게 상당한 아픔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후학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는 뭔가를 이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의협 김봉옥 부회장은 “의료이원화로 인해 ▲의과·한방의료 선택에 대한 혼란 및 치료시기 상실 ▲국민의료비 증가 ▲의사-한의사 간 갈등과 사회적 혼란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며 의협과 학회가 구상중인 일원화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공개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의협과 의학회는 현재 면허 소지자는 기존 면허를 유지하되 의료일원화 공동선언 시 의대·한의대 교육을 통합해 의료일원화를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통합 과정 중 한의대생의 의대 편입, 의대 내 한의학 강의 개설, 의사 혹은 한의사 중 통합면허 희망자에 대한 교육, 통합의과대학의 정원 축소 등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김 부회장은 설명했다.

▲ 대한의사협회 김봉옥 부회장

김 부회장은 “의·한은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하나 기존 제도의 경직성과 이해 당사자들의 이견으로 적정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완적 방안으로 복수면허 활용의 융통성을 넓히고 협진을 장려하고 있지만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사자 및 정부가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의·한이) 대타협을 끌어내는 획기적 계기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 전반의 틀 내에서 의료인력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 참석자들 “의료일원화 필요하지만…” = 토론 참석자들은 의료일원화라는 전제에는 대부분 동감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의학회 이원철 부회장은 “일원화 과정에서 논의에 참여하는 실무위원회가 필요하다”며 “복지부 역시 이 일을 주도하거나 양 측의 합의를 받아들이겠다는 전제를 가져야 한다. 또 대국민 홍보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원화가) 하루 이틀 만에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한의학 혹은 한의사에 대한 발언이 소송 등 법적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현대 의료기기 관련 문제 등 (양측이 대립중인) 문제에 대한 논의도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구민성 가톨릭 관동의대 학장은 한의대생의 의학 교육에 따른 법적 문제를, 김재왕 경북의사회장은 기존 면허자를 위한 연수교육의 질 확보 방안을 촉구했다.

▲ 24일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청중의 발언을 듣고 있다.

한편 패널 일부와 토론 참석자들은 일원화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영대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규제기요틴 이후 만난 젊은 한의학도들은 위기의식이 크다. 이들은 전통적인 개념의 한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젊은 한의사들은 질병의 원인과 진단 등에서 현대적 의학 개념을 받아들이고 현대의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일원화는 젊은 의사들의 구직난과 개원 후 경영난을 가속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이사는 “지금 상황은 한국이 망하고 있으면서 북한이 망한다고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일원화가 옳겠지만 (정부의 제안으로 인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시작하는 상황에서 일원화 논의가 적절한 시점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의협 회원들은 더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토론을 지켜보던 의협의 한 대의원은 “왜, 누구를 위해 일원화를 하는지를 묻고 싶다”며 “객석에서 듣기에는 이 논의가 일원화를 위한 일원화로 들린다. 의학적 검증 없이 일원화를 하자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의사회의 한 회원은 심지어 객석에 앉아있던 추무진 의협 회장을 향해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특정 직역의) 생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수의사들이 보수교육을 통해 의사가 돼야겠다고 주장한다면 받아들이겠느냐. 기본 개념이 다른 문제를 일원화한다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도 “의협의 일원화 방안에는 기존에 의사 면허 소지자 중 원하는 사람만 교육을 통해 통합면허를 부여한다고 나와있는데, 이렇게 되면 기존 의사들만 불이익 아니냐”며 “의대 정원 감축, 리베이트 쌍벌제, 아동청소년법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토론회를 열어야지, 지금 일원화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비판에 추 회장은 “회원들이 이야기한 문제점은 의협에서 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원화 논의가 중요하다”며 “의료일원화로 한의사 면허제도가 없어지게 하는 게 목표다. 이번 기회가 우리의 깊은 뜻을 이룰 수 있을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서 뜻을 모으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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