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전인수 대신 역지사지 하길
아전인수 대신 역지사지 하길
  • 덴탈투데이
  • 승인 2015.12.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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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치과계에서는 ‘우리동네 좋은치과’ 캠페인을 통한 자정운동이 전개돼 국민의 치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정부 당국과 공유하며 치과 진료보조 인력확보를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것은 개원 치과의사는 물론 치과위생사나 간호조무사, 나아가 국민 구강보건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캠페인과 정책으로 기억된다.

반면, 1년 내내 치과계를 들쑤시면서도 마땅한 해법이 없었던 사안으로 치과전문의제와 1인1개소법을 둘러싼 논란, 직선제 추진, 치의학산업연구원 설립, 치대 입학정원 감축이 꼽혀 아쉬움을 남긴다.

이 가운데 전문의제에 대해서는 “치협이 복지부와 함께 다수개방제로 방향을 정해 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형식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거친다”는 비난이 있었고, 직선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은 집행부의 추진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지속됐다.

“소수정예든 다수개방이든 협회는 회원 뜻 따를 것”

그러나 전문의제 한 가지만을 놓고 보자면 제도와 관련된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즉 지난해 5월에 1차 기관 전문 과목 표방과 관련된 의료법 77조 3항이 위헌 결정됐고, 9월에는 외국수련자에 대한 전문의시험 응시기회 미부여가 헌법불합치로 결론난데다 올해 말에는 전속지도전문의 역할자의 자격기한이 종료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 개원의를 보호할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가 없어진 상황에서 치과계가 택할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며, 치협은 이달 말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회원의 총의를 물은 뒤 이날 정해지는 전문의제 운영방안을 지켜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소수정예든 다수개방이든 협회는 회원 총의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것으로 협회를 책임지는 집행부의 의지가 이 정도는 돼야 정부나 다른 조직과의 협상도 어려움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 그동안 복지부가 지난해 6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전속지도전문의와 외국 수련자, 기 수련자에게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기회를 주는 내용의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치협이 설득과 협상을 통해 임총 이후로 입법예고를 미루어 놓은 것으로서 성공적인 대정부 설득작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헌재 앞 시위로 얻을 것이 무엇인가

1인1개소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헌재 앞 시위만이 해결책”이라는 듯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현 집행부는 1인1개소법 사수 의지가 없다”고 비난하는 모습에서 과연 치과계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이며, 그 목표를 실현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들게 했다.

헌재 앞 시위가 사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법관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몇 십분 하는 시위가 법관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시위가 헌재나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치과계 내부의 여론을 향한 것이 아닌가. 지난 공정위 시위로 얻은 것이 과징금 5억 원 외에 또 무엇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

이러한 의구심에 대한 해결방안은 역시 치협 집행부에서 나왔다. 치협은 유디가 기소될 때까지는 1인 시위에 앞서 법률적인 접근만이 필요할 때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고 최남섭 회장과 박영섭 홍보담당 부회장, 박영채 홍보이사 등이 수차에 걸쳐 밝히고 있다.

치협이 1인 시위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검찰은 유디에 대한 기소를 헌재 판결 이후로 보류할 것이 명확하므로 유디치과 기소에 전념했고, 이에 따라 검찰의 정식 기소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치협은 구랍 5일 의협과 한의협, 약사회, 간협 등 의약인 5개 단체와 공동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합의하는 등 공동 대응하는 방향을 이끌어 냈다. 이 점에 대해선 제대로 된 로비를 어떻게 하는지 치협이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마땅하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시정잡배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법원이나 정부를 향해서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치과계 사자성어 ‘역지사지(易地思之)’ 꼽히길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시작돼 매년 말 발표되는 ‘올해의 사자성어’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여태 호사가들의 입담에 오르내리는 것은 지식인들의 비판정신에 군주의 무도(無道)가 포착됐기 때문이리라.

치과계에서는 이 4자어를 치협 집행부에 빗댄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이 오히려 혼용무도를 외치는 경우가 더 흔한 듯싶다. 여의도에서 가장 자주 보는 행태가 사시이비(似是而非, 겉은 옳으나 속은 다르다)이고, 아전인수(我田引水, 억지로 자기에게 이롭도록 꾀함)이다.

전문의제와 1인1개소법, 직선제, 입학정원 감축 등 치과계 숙제는 병신년에도 계속 풀어가야 하며, 그에 필요한 에너지는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시이비나 아전인수로 집행부를 흔든다면 집행부가 에너지를 무한정으로 쏟아도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병신년 새해엔 치과계 사자성어로 사시이비, 아전인수 대신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가 꼽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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