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동자 ‘감정노동’ 심각
병원 노동자 ‘감정노동’ 심각
  • 이동근 기자
  • 승인 2016.07.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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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가까이 폭언·폭행·성희롱 경험 … 간호사, 심한 수면장애 겪어

지난달 전남대병원 수술실에서 25년간 일해 온 간호사가 심리적 압박으로 우울증이 악화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병원 노동자들이 폭언·폭행·성희롱 및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혹사당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 3월~4월 두 달간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는 전국 110개 병원에 근무하는 2만950명의 병원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 병원 노동자들은 절반 가까이 폭언·폭행·성희롱 등을 경험하고 있으나 대부분 참고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47.6%)이 직장 내에서 불쾌한 언행(폭언 41.0%, 폭행 5.5%, 성폭력 1.1%, 이하 중복 응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로는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폭언 70.1%, 폭행 83.7%, 성폭력 70.0%), 보호자에 의한 경우(폭언 65.6%, 폭행 21.6%, 성폭력 12.9%)도 많았다.

폭언의 경우에는 의사(36.5%)나 상급자(29.1%)에 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감정노동에 노출된 당사자들은 불쾌한 언행에 대해 대부분 참고 넘기는 경우(폭언 89.7%, 폭행 58.6%, 성폭력 60.5%)가 많았다. 법적·제도적 대응을 하는 경우(폭언 22.4%, 폭행 37.6%, 성폭력 25.3%)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병원 노동자들은 감정노동에도 매우 혹사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기분과 관계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응답이 86.2%,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90.5%에 달했다.

반면, 병원 내에서 불쾌한 언행을 경험한 후 직장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교육을 받은 비율은 폭언·폭행의 경우 39.7%에 불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거나 가해자와 분리시키는 경우는 각각 10.3%, 13.1%에 머물렀다.

감정노동 수행 비율과 소진의 정도를 실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기분과 관계없이 즐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응답이 86.2%,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한다는 응답이 90.5%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상황에 따라 병원 노동자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으며, 특히 수면장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노동자들이 잠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53.2 분으로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사람이 잠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5~20분)보다 훨씬 길었다.

▲ 간호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잠드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60.4분으로 간호사 이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39.8분에 비해 20.6분 정도 더 길며, 4명중 1명은 잠자다 3~4회 일어나는 등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특히 간호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잠드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60.4분으로 간호사 이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39.8분에 비해 20.6분 정도 더 길었다. 3교대제에 따른 수면시간의 불규칙성이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숙면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간 잠깨는 회수는 1~2회가 62.1%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3~4회도 22.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주간 다시 잠들지 못하는 회수도 1-2회가 32.5%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3-4회가 24.8%, 5회 이상도 12.3%에 달했다.

특히, 간호사 직종의 잠깨는 횟수를 보면 3~4회의 경우 25.2%로 다른 직종 종사자의 17.6%보다 더 높았으며, 1주간 다시 잠 못드는 경험을 한 횟수도 5회 이상의 경우가 14%로 다른 직종의 9.2%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본인에 대한 수면상태 평가는 100점 만점에 평균 38.3점에 불과했다.

업무상 재해나 질병으로는 수면장애가 27.8%(5,831명)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다음으로 근골격계 질환은 25.1%(5,248명), 타박상 및 골절 9.7%(2.025명), 결핵 등 감염 2.3%(484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우울증 1.5%(317명), 심혈관 질환 1.2%(260명)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암의 경우도 응답자의 0.4%인 84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나 질병에 대한 병원의 조치 및 보상 절차 및 내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경우는 33.1%에 불과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병을 고치는 병원’이 ‘병을 만드는 병원’이 되어서는 안되며,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조차 지키지 못하고 극심한 직무 스트레스와 재해·질병에 노출되는 현실’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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