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변론 이끌어내 보톡스 승소
공개변론 이끌어내 보톡스 승소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6.08.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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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 치협 법제이사 “이겼지만 앞으로 대처 더 신중해야”
이강운 이사가 대법원 공개변론을 이끌어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16년 7월 21일은 치과계 역사에 남을 날이 됐다. 대법원에서 ‘미용 목적으로 미간과 눈가에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이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이라는 판결을 받아냄으로써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1, 2심에서 모두 지고 대법원에 올라온 형사 건으로, 승소 확률이 6% 정도에 불과한 것을 뒤집었기에 감격은 더욱 컸다.

이번 재판의 승소를 위해서는 공개변론이 필수적이라고 판단, 전원재판부의 공개변론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한 이강운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이사의 공이 더욱 돋보인다.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며 인터뷰를 사양하는 이 이사를 그의 새 일터인 왕십리역 ‘강치과’ 근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 고생이 많으셨다. 처음 이 사건을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

“2011년에 치협 법제이사를 처음 맡았는데, 공문이 오거나 한 것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그해 9월쯤 여러 명의 회원들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연락해 왔다. 그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의과계에서 보톡스·필러, 레이저를 치과의사가 시술하는 것을 문제화해 보건당국에 신고를 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톡스·필러와 레이저 문제가 지금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지만 당시 출발은 비슷하게 시작됐다. 상담을 해온 치과의사들 가운데 보톡스를 종아리 등에 시술해 문제가 된 분들은 ‘너무 나갔다’ 싶기도 하고, 근거를 찾기도 어려울 것 같기도 해서 도울 수 없었고, 이들에게는 기소유예 등의 처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억울한 경우는 보톡스를 시술하지 않으면서 단지 병원 홈페이지에 ‘보톡스·필러, 레이저’라고 문구만 들어가도 무조건 보건소에 신고를 당했거나 시술을 했지만 환자에게 실수하지 않아도 조직적으로 신고된 경우였다. 그렇게 사건을 접했고, 그것을 6년 동안 끌어왔다.”

대법원 대법정에서 치과의사 보톡스 관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 6년 동안 끌고 왔다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인데.

“당시 학회와 협회는 개인적인 문제이고 부위의 문제도 ‘너무 간 것 아니냐’하는 부분도 있어 도와주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또 신고된 치과의사 대부분이 일반 GP였는데, 학회에서는 회원도 아니고 해서 더 외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제 판단에는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를 지엽적인 일부 부위의 문제라고 무시하면, 결국엔 진료영역의 문제로 번질 것이 분명했다. 처음에 지엽적인 문제라고 무시하면 나중에 후속적으로 양악수술 같은 진료영역의 문제로 끌고들어와 치과의사가 이런 진료를 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 정말 적절하게 판단한 것 같다. 대처는 어떻게 했나.

“이 일이 터진 2011년 당시부터 전국의 치대와 병원 등에 공문을 보내 대학 교과과정에서 이러한 시술을 정상적으로 배우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국가고시나 전문의 시험을 통해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이 부분을 치과의사의 영역으로 하고 있다는 등 모든 근거자료를 모아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건이 보건소 경고로 끝나기도 했는데, 이어서 터진 문제는 의과계가 보건소 공무원을 대상으로 ‘처벌을 하지 않으면 너희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거다. 경고로 끝나려는 건에 대해 의과계가 압박에 들어가 결국 법적인 처벌로 가게 된 건이 많아졌다.

당시 사건을 받은 검찰에서도 난감해 했다. 우리에게 의견조회 공문을 보내왔고, 이에 대해 그동안 모아둔 교육과정과 국시 시험문제 현황, 외국사례 등의 자료를 가지고 답변을 함에 따라 결국 불기소 결정이 많아졌다.”

대법원이 홈페이지에서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관련 공개변론을 알리고 있다.

- 전체 건수나 불기소 결정 건수는 얼마나 되나.

“전체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순 없으나 당시 국민권익위원회가 낸 보도 자료를 보면 39건이 검찰에 입건됐고, 그중 5건이 문제가 됐다. 이마나 눈가 등을 제외한 34건은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던 것이다. 그러나 의과계는 기소된 5건을 가지고 문제를 삼았고, 결국 대법원까지 오게 됐다.

일각에서는 ‘대법원까지 이 문제가 오는 동안 협회는 뭐했냐’고도 하는데, 처음에는 사건 당사자인 정모 원장이 ‘단독으로 알아서 하겠다, 간섭하지 말라’며 지원을 사양해 협회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2심 때는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모두 다 줬는데 담당 변호사가 허술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에 간 뒤 협회가 먼저 돕겠다고 했나. 어려움은.

“그렇다. 협회가 제안했고, 정모 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법무법인 김&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정한 뒤 그동안 모았던 모든 자료를 넘겨줬다. 소송대리인과 협회는 처음부터 공개변론을 목표로 모든 준비를 했고,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공개변론이 가능해졌던 것이다. 혹자는 공개변론을 잘해서 이긴 것이라고 하는데, 공개변론이 되도록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어려움은 첫째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싸움이라는 점과 파워게임에서 양의사를 이기기 어렵지 않겠냐는 점이다.

대법원에서 연간 다루는 사건 수가 3만 내지 4만 건인데, 형사 건으로 공개변론까지 가는 경우는 1년에 한두 건에 불과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보건복지부도 의사 쪽을 지지하는 해석을 대법원에 낸 상태이고 1,2심에서도 진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은 더했다.

이것을 공개변론까지 가도록 하기 위해 변호사와 학회 관계자들이 몇 년 동안 수차례 미팅을 가지면서 우리의 주장을 잘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파워에서도 우리는 초반에 내부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렸는데, 의사들은 의사협회가 전면에 나서진 않았지만 전국의사총연맹, 그러니까 전의총이 KBS를 움직여 여론전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나갔고, 권익위를 움직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초기에는 학회에서 ‘우리 학회원이 아니므로 도와줄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협회나 치개협 등에서도 내부적으로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더구나 모 치과전문지에서는 미국에서 안 되는 쪽의 자료, 그러니까 의사 쪽에 유리한 자료를 수집해 이를 기사화하면서 더 어려워졌다. 한마디로 제가 일을 하는데 우리 편이 너무나 없었다.”

- 외로운 싸움이었는데 어떻게 해결했나. 앞으로 중시할 점은.

“2011년 말에 사건을 접했을 때부터 법제이사였고, 6년을 싸웠다. 처음엔 공문이나 서면으로 협조를 요청해도 학회 쪽 대응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강운 이사가 지인의 축하전화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이모 원장이 레이저 건 2심에서 이겼을 땐 학회에서 성금으로 착수금을 지원했고, 서울지부 등에서도 기금을 마련해줘서 큰 힘이 됐다. 당시 레이저 건에 대해서 저는 자료를 모아 정리만 하는 정도였고 모금 등엔 관여하지 않았다.

앞으로 걱정은, 이번 대법 판결이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이지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따라서 언제든 재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피하기 위해선 치과계가 적극적으로 자중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하는 종아리 보톡스나 제모, 비키니 제모 등은 치과의사가 하는 시술이라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것은 외부에서 고발하기 전에 치과의사 스스로, 그리고 협회에서 자율적으로 지도해 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충분한 실력이 된 다음에 시술을 하도록 해야 하고, 또 보수교육 등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사고가 나지 않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지도해야 한다.”

- 끝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협은 침탈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쓰고 있지만 본래 우리 영역이던 우리 것을 지켰을 뿐이다. 의협은 앞으로 입법 활동 등 법을 바꿔서 치과계를 제어하겠다는 입장이므로 우리도 여기에 잘 대응해야 한다. 의료법에 치과의사가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적시하거나 하면 대응할 수 없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법제이사를 6년 동안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식을 쌓으며 많이 배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학회 교수들이나 협회 상근 변호사, 정책국 직원 등 주변의 많은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고 고독했을 것이다.

법제이사로서 항상 조심하는 것은, 아무리 단순한 사항이라도 즉흥적으로 판단하면 절대 안 되며, 변호사 등 주변 전문가들과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조그마한 실수라도 잘못하면 결과가 완전히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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