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비정규직 해결’ 갈길 멀다
‘병원 비정규직 해결’ 갈길 멀다
  • 김다정 기자
  • 승인 2017.06.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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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일자리 수급 문제부터 해결해야 … 비정규직 전환 요구, 시대착오적”

새정부가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로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병원 종사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병원 경영진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제시한 공공기관 알리오 올해 1분기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립대병원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 3723.23명, 간접고용 비정규직 3676명, 무기계약직 2237.54명 등 총 약 9636.7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 국공립병원 비정규직 현황(출처 : 의료연대본부)

이들의 직종은 간호직, 의료기술직부터 청소, 환자이송, 식당 근무자 등까지 다양하며, 통계자료에 속하지 못한 임대업체 소속 비정규직과 민간병원까지 가산하면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의료연대본부 측의 주장이다.

새정부 기조 힘입어 비정규직 노동자 요구 높아져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힘입어 의료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제안 창구인 광화문 1번지 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안전한 병원 만들기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의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의료연대본부 김진경 비대위원장은 “병원의 모든 업무는 환자의 생명·안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잦은 교체로 인해 업무 숙련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청소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진선 씨는 정규직보다 더 많은 감염과 사고위험에 노출된 근무환경에 대해서 꼬집었다.

김씨는 “2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마스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에이즈 검사 시 사용한 주사바늘을 치우다 찔려도 환자 인권을 이유로 감염여부조차 알려주지 않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도 같은 날 서울대병원 시계탑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공동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 만들기’에 나섰다.

병원계 “정규직 전환보다 인력수급이 더 중요”

그러나 병원 경영진들은 정규직 전환 이슈보다는 의료인력 수급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지금 병원계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문제는 메인 이슈가 아니다”라며 “병원 인력의 50~60%를 차지하는 간호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인데, 청소나 식당 아줌마를 정규직 전환한다고 의료기관의 인력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간호인력 부족과 의료인력 수급문제 등으로 인해 의료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전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재 의료환경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다른 제조업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30%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의료계는 13%에 불과해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의료계의 일자리 문제는 다른 산업과 성격이 다르다”며 “지금은 비정규직 문제보다는 의료인력 수급문제에 따른 긴급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15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제안 창구인 광화문 1번지 앞에서 ‘비정규직 없는 안전한 병원 만들기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정규직 전환 요구, 시대착오적 이슈” 주장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병원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병협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2007, 2008년에 제기돼, 그 당시 대화를 통해 상당부분 정리된 상황이어서 현재 노조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의료노조의 정치적 성향과 일자리 관련 입장이 다양한데, 현재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단체는 진보 성향이거나 극단적인 소수파여서 제기하는 이슈가 보편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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