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적극 순응해야”
“4차 산업혁명에 적극 순응해야”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7.07.19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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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단미래기술연구회’ 설립하는 이종호 치의학회장
이종호 교수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기 위한 치과계의 노력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 진단검사치의학회가 발족된데 이어 서울대치과병원 이종호 교수 주도로 ‘치과진단미래기술연구회’가 지난 8일 창립 발기인 대회를 갖고 출범을 위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이 연구회는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와 같은 산업기술 관리부처와 손을 잡음으로써 보다 강력한 정부 지원이 기대되고 있다. 연구회를 준비하는 이 교수로부터 한국 치과계의 비전을 듣는다.

- 치과진단미래기술연구회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는 의료신기술 관련 포럼 11개가 소속돼 있고, 총괄회장을 고대 구로병원 신상완 교수가 맡고 있다. 11개 포럼 가운데 치과에선 신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는 ‘신기술치과의료기기연구회’ 하나만 있다.

이 연구회는 재료나 보철, 뼈이식, 근관치료, 임플란트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검사나 진단과 관련되는 미래 치료기기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형편이다. 예를 들면 3D 프린팅이나 CBCT, 유전체 등은 기존의 일반 치과기기와는 다른 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회를 하나 더 만들어서 치과계 연구회를 2개로 늘리려 한다. 신 교수와 KISTEP 허영필 PD의 도움으로 추진 중이다.”

- 지난번에 창립발기인 대회를 가졌는데, 앞으로의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지난번 발기인 대회에 이어 8월 23일에 신상완 교수 정년기념 학술대회가 신기술치과기기연구회 심포지엄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이때 우리가 신기술치과기기연구회와 분리 선언을 하고, 9월 19일 11개 명품포럼 회장단이 모여 승인을 받으면 공식 출범하게 된다. 산자부 승인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 같은 치과계인데 분야가 겹치지는 않는가.

“신 회장 쪽에선 기존의 보존과 보철, 수복, 재료 등을 관장하고, 우리는 구강내과, 구강외과, 방사선, 치주 일부와 병리 쪽의 연구를 진행한다. 병리 쪽도 신 장비가 많다. 지금의 천연염색에서 분자염색이 나왔고, 마이크로 칩까지 많이 개발됐다. 앞으로 차세대 무인자동차처럼 올인원 덴탈 시스템 과제나 구강타액이용검사과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최근 진단검사치의학회도 발족했는데, 서로 비슷한 분야가 아닌가.

“우리는 포럼이지만 명칭을 연구회로 함으로써 학회와 포럼으로 병행하는 이점이 있다. 포럼은 국가연구과제를 통해 연구기획비도 받을 수 있고, 기업을 끼고 연구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학회를 베이스로 하면 기업과 연대도 어렵고, 순수 연구만 해야 한다.”

- 구체적인 연구계획을 예시한다면.

“치과계는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할 일이 많다. 영상진단도 기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인데, AI를 병행해 미래 영상장비를 개발할 것이다.

CBCT도 보급은 많이 됐지만 영상의 퀄리티는 아직 좋지 않으므로 성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교합면이 잘 나오게 융합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캐드캠과 3D프린터를 바로 연결해 기공물을 직접 제작하고, 보철이나 수술기구 등도 올인원 시스템으로 뽑아내는 것이다. 심지어 크라우드로 보낸 뒤 제품을 퀵 서비스로 받을 수도 있게 된다.”

- 치과계가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인 것 같다.

“2025년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치과계도 잘 적응해야 한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에서 비롯됐다면 2차는 분업, 3차는 전자(칩)에서 시작됐다.

이번에 오는 4차 산업혁명은 2차와 정반대 개념인 디지털 공간에서의 융합으로 이뤄진다. IT와 BT, AI 등의 신기술이 하나의 공간에서 융합을 이뤄 로봇이나 무인자동차와 같은 신문물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4차 이전엔 질병치료와 검사 위주로 덴탈 디바이스가 중요했다면 혁명 후엔 예방이나 증진, 헬스와 같은 개념이 중요해져서 헬스 디바이스가 개발된다. 구강은 소화기의 기본이다. 저작과 배변이 소화의 기본이라면 장에서 이뤄지는 흡수는 부수적인 것이다. 구강을 통해 치매와, 전신질환 검사도 가능해질 것이고, 구강을 통해 전신을 보호하는 개념이 발달할 것이다.”

- 치과가 다른 분야보다 더 크게 발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인가.

“지금도 치과의원의 기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빨리 가 있으며, 큰 것보다 소규모 기술이 많다. 일례로 뢴트겐이 발명된 지 100년밖에 되지 않았고 정형외과에서 뼈를 촬영하거나 치과에서 치아상태를 확인하는 데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치과에서 치아 하나씩 촬영하는 것이 번거로워 파노라마를 만들었다.

개인 치과의원에 CBCT까지 들여놨는데, 국내에서 CBCT를 생산하는 회사가 10개가 넘고, 개원가의 절반 가까운 6000~7000곳의 개인 치과에 보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의과 의원에 비하면 엄청난 CT 보급률인 것이다.

CBCT는 성능 고급화를 위한 개발 여지가 많다. TV도 처음 흑백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컬러에 온갖 기능이 첨가되지 않았는가. 마찬가지로 CBCT도 영상 선명도 등에서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 그 길을 우리가 가게 될 것이다.”

- 치의학회장도 맡고 계신데, 학회 발전 방향은 어떻게 보시는지.

"지금은 각각의 학회가 전부 단독으로 모든 일을 하고 있고, 같은 학회라도 임플란트나 감염 관련학회는 몇 개씩이나 있다. 이처럼 같은 종류가 나뉘어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융합해 같이 일하면 말이 되고, 또한 엄청난 일이 가능해진다.

치의학회에는 기간학회와 세부학회, 치과 외의 학회와 함께 활동하는 융합학회 등이 있고 연구회도 있다. 이들이 지금은 각각 학회지도 만들고 학술대회도 따로 한다. 그런데 이들이 모여서, 기간학회 한 곳의 주관으로 공동학회지를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부학회에서는 학회지를 따로 만들지 않고 1년에, 또는 분기에 몇 편 이상의 논문을 기간학회에서 만드는 학회지에 게재만 하도록 규정한다면 논문의 질도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인용도도 높아질 것이다. 10개 학회에서 10개 학회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하나의 학회지를 만드는 것이다. 구멍가게 10개보다 백화점 하나가 낫지 않은가.”

- 학회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꺼번에는 어렵고 장차 이뤄내야 할 문제다. 분명 시행착오도 거치겠지만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도로망이나 대통령 선거제도가 이렇게 좋았나? 지금의 시스템은 갑자기 된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타이틀에 순응하면 살고 불응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몸을 실어야 한다. 일본은 명치유신으로 지금과 같은 번성의 기틀을 열었고 우리는 쇄국정책으로 일본에 뒤졌다. 그 결과 일본은 1년에도 몇 명씩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데, 우리는 평화상 하나밖에 없지 않나.

다행스럽게도 치과는 덩치가 크지 않아 쉽게 바꿀 수 있다. 더구나 CBCT나 임플란트, 뼈이식, 교정장치 등에서는 일본에 앞서 있기도 하는 등 일부는 준비가 돼 있어서 금방 따라잡고 역전할 수 있다. 2025년은 앞으로 7~8년밖에 남지 않았다. 넓게 보며 길을 닦아야 한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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