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없는 치협회장?
돌아갈 곳 없는 치협회장?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7.07.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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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명예 소중히 하는 회장 돼야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은 제17조의2 ‘임원의 겸직금지’ 조항에서 “회장으로 당선된 회원은 확정된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한 날 이후에는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철수 회장이 이 규정을 그대로 지키려면 30대 회장선거에서 그의 당선이 확정된 4월 4일 이후 3개월, 그러니까 늦어도 7월 5일부터는 겸직을 하지 않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7월 4일 이전에 ‘김철수치과의원’의 원장이 아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 회장이 치과를 처분하고 원장 직을 내놓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이것은 치협 회장이 정관을 무시하고 있거나 최소한 자신에게 관련된 조항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회장이 자기 협회의 정관을 모르거나 무시한다?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있어서도 안 되는 얘기인데도 현실에서는 이런 사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이 조항을 문제 삼아 당장 치과를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신 최근 축사나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마다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온몸을 던져 뛰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김 회장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지금 생각에도 회장 상근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총회에서 거론됐던 반상근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닐 것이다. 만약 반상근제로도 충분히 회무를 이끌 수 있다면 의사협회나 한의사회, 간호사회, 약사회 등 보건의약인 단체들이 억대가 넘는 급여를 지급하며 회장 상근제를 시행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보건의약인 단체에서 회장이 상근을 하며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 4월 4일 오후 10시53분 치협 선거관리위원회의 2차 투표결과 발표에 따라 당선이 확정된 치협 김철수 회장단.

치협이 회장 상근제를 신설한 것은 2007년 4월 21일 안성모 회장 당시다. 그때 회장 상근제와 겸직금지를 결정한 이유를 고민해 보자. 회장에게 월급을 주며 상근을 시키는 이유는 치협회장의 직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 뜻에 따라 이수구 전 회장은 동업으로 운영하던 ‘이치과의원’의 자신의 자리를 아들에게 맡긴 후 임기가 끝나면서 다시 찾아갔다. 명의이전 대상이 아들이라는 점에서 실제상이든 명분상이든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고 현실에서도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김세영 전 회장의 ‘김세영치과의원’은 다른 치과의사에게 명의이전을 한 뒤 임기 종료 후 다시 찾아갔다. 김세영치과의원이라는 이름을 명의를 이전한 후에도 계속 사용했고, 그 간판을 그대로 돌려받았으니 사전에 어떤 내용이든 이면계약을 했을 수 있으나 실제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집세로 얼마를 받았을 것이라는 등의 짐작도 있으나 본인이 금전거래설을 부인하면 사실 확인은 어려워진다.

이것은 도덕적으로는 비난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법률적으로는 문제 제기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개원하는 것이고, 1인1개소법은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이므로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최남섭치과의원’을 완전 매각한 최남섭 전 회장은 현재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김 전회장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책임까지 면하긴 어렵다”며 완전 매각을 결정했고, 결국 실행했다. 그러나 최 전 회장은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로부터 “룡플란트에 매각했다”는 억측으로 오히려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제 김철수 회장의 ‘김철수치과의원’은 어찌해야 할까. 치협 정관이 회장의 겸직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원장 자리는 내놔야 한다. 팔든 명의만 변경한 뒤 나중에 돌려받든 말이다.

일각에서는 최남섭 전 회장처럼 완전매각을 할 경우 임기가 끝나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우려와 동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세영 전 회장처럼 다른 치과의사에게 명의를 이전한 뒤 임기가 끝나면 다시 돌려받기로 하는 방법이 있다.

역시 임기 중 금전거래만 없다면 사무장치과도 1인1개소법 위반도 아니지만 도덕적인 비난의 여지가 있다.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긴 어렵다. 선택은 김 회장의 몫이다.

그래도 완전 매각을 하면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깨끗하긴 하겠으나 임기 후에는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는 얘기가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문제를 덜어주기 위해 치과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회장 직을 수행하는 취임일부터 이임일까지 일정기간을 휴업토록 하거나 매각 조건과 같은 조건으로 재매입을 가능케 하는 등의 여지를 두면 어떨까.

17조2의 규정을 그대로 둔다면 현재로선 치과를 처분할 수밖에 없고, 안 하면 중요한 정관을 회장 스스로부터가 지키지 않는 꼴이 된다. 회장 스스로 회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른 임원이나 회원에게 이를 강요할 수 있을까.

이제 7월도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1주일 동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회원들이 지켜볼 것이다.

모 전 회장이 임기 중 기자에게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려온다.

“적어도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치과의사의 명예를 소중히 해야 합니다. 돌아갈 곳을 걱정하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냥 개원을 계속하면서 회장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회장이 되려는 사람이 회원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돌아갈 곳을 걱정한다면 치협 일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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