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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투쟁보다 대화 우선”
현정석 기자 | admin@dttoday.com | 승인 2018.04.16 08:47

대한의사협회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데 대해 병원계는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과 16개 시도회장단 회의는 “4월27일 파업은 이날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유보한다”고 14일 밝혔다. 파업 강행 의지를 일단 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4월29일 전국의사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 및 5월20일 제2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진행하며, 4월23일부터 5월11일 사이에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하고 있어 강경한 입장 자체를 꺾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입장과는 별도로 병원계는 비교적 유연한 입장이다. ‘문재인 케어’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하겠다는 것에 병원계는 휴진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개인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막진 않겠지만 운영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대다수 병원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대학병원 등 병원급에서는 대부분 휴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휴진 불참 병원에 환자가 쏠릴 경우 발생할 진료 대란에 대비해 집단휴진 시 응급실 근무 인력을 증원하고 외래 예약 수요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참고로 2000년 의료계가 의약 분업에 반발해 집단 휴진했을 당시 전국 병·의원의 70% 이상이 동참해 환자 불편이 컸다. 2014년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진행했던 때에도 대규모 집단 휴진으로 진료 대란을 겪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유연한 입장이다. 13일 새로 39대 병원협회장에 당선된 임영진 경희대 의무부총장 겸 경희대의료원장은 후보 때부터 실이 많은 투쟁보다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입장을 내세워 의협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을 분명히 했다.

임영진 당선인은 “의사들이 집단휴진하겠다는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왜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들의 상황을 알아야 한다”며 “그렇다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강경투쟁하기보다 협상을 통해 실리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문케어는 원론적으로 국민건강권을 높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찬성을 해야 하지만 지나친 저수가로 인해 진료를 보면 손해를 보는 이런 기본적인 현실을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못하고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병협은 저수가 기조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현안을 TFT를 만들어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케어와 저수가 기조, 공적 역할 수행 의료기관에 대한 세제 혜택,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의료전달체계 개편,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 개선 등에 대해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는 TFT를 구성하고 상시 피드백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 39대 병원협회장에 당선된 경희의료원 임영진 원장.

일단 휴진이 미뤄지기는 했으나, 추후 단체 휴진이 진행될 경우 병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단체 휴진의 파괴력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 개원가의 A원장은 “의원의 원가 보전율은 62.2%, 병원 66.6%, 종합병원 75.2%, 상급 종합병원 84.2%다. 상대적으로 병원보다 의원의 타격이 클 가능성이 높다”며 “병원은 의료 외에 장례식장, 백화점 같은 매장 임대, 주차장 수입료 등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것이 전혀 없어 타격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의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병원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반쪽자리 파업으로 그치고, 휴진한 의원은 그렇지 않은 옆 의원에 환자를 뺏길 가능성이 높다”고 염려했다.

실제 2000년 의료계가 의약 분업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했을 당시 전국 병·의원의 70% 이상이 동참했다. 하지만 이후 2014년 원격의료 도입 반대 집단휴진까지 총 8번의 집단휴진에서 참여율은 30% 미만에 그쳤다.

서울의 대학병원 B교수는 “문케어 외에도 이대 목동병원 사건으로 교수들도 화가 나 있는 상태지만 병원이 파업에 동참해 이대 목동병원 사건처럼 진료 인원이 부족하게 되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전국민을 상대로 밥그릇 싸움했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휴진에 대해 근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서울의 대학병원 C교수는 “개원가만 파업해서는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의협과 병협이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앞으로 어찌 될지 명약관화하다”라며 “국민과 여론 설득없이 강경노선은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대학병원 D교수는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휴진을 하진 않겠지만 전공의들과 일부 교수들은 궐기대회 등에 참석하거나 개인적으로 휴진이나 휴가를 사용할 수도 있다”며 “전공의와 개원의만으로 정부를 상대로 투쟁할 것이 아니라 2000년도처럼 같이 가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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