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한의협, 응급의약품 놓고 또 충돌
의협-한의협, 응급의약품 놓고 또 충돌
  • 박수현 기자
  • 승인 2018.08.1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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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앙숙관계라고 할만큼 사이가 좋지 않은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가 ‘응급의약품 키트 사용 여부’를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봉침으로 시작된 한의사 응급의약품, 쓸 수 '있다' vs '없다' 충돌

두 단체의 이번 갈등은 지난 5월 한 한의원에서 초등학교 여교사 A씨가 약침의 일종인 ‘봉침’을 맞고 아낙필라시스 쇼크가 일어나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됐다.

한의협은 소식을 접한 후 한의원에서의 응급상황 발생시 적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전문의약품을 포함한 응급의약품을 구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의협은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약침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응급의약품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불법행위라고 못 박았다. 의협은 ▲약침에 대한 안전성 검사의무화 및 효과검증 ▲응급의약품 사용금지를 촉구하며, 불법행위 발생시 법적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에 한의협은 13일자 성명을 통해 “거짓 정보와 선동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응급의약품을 적극 활용키로 한 한의계의 당연한 책무이자 정당한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의협의 태도를 비난했다. 

한의협은 “알레르기 반응을 봉침 자체의 안전성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이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한의계의 노력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환자를 등한시한 ‘직능 아집’이자 ‘이기적 태도’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의협 “양봉업자들도, 군대에서도 사용하는 키트”
의협 “한의사는 의사일 수 없다”

한의협 김경호 부회장은 “아나필락시스라고 하는 것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의사선생님들은 잘 아는 내용이다. 초급성 알러지 반응이다. 혈압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수 있는 부분”이라며 응급약 사용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양봉하시는 분들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키트를 사용하고 군대에서도 화생방 훈련시 심장에 쇼크가 올 것을 대비해서 교육을 받는다”며 “양봉업자가 벌에 쏘였는데 언제 119에 신고해서 의사가 산에 올라가서 처치를 해주겠냐”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응급의약품 키트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위급하고 분초를 다투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이것을 사용한다고 해서 경제적 이익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의협이 국민의 안전을 정말로 생각한다면, ‘아낙필락시스가 나타나는 상황에 의료인이 있다면 의료인이 사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전한 범위 내에서 국민이 사용해라’ (오히려) 이런말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도 물러서지 않았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전문의약품은 의사만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환자가 위험하다고 한의사가 의사가 될 수 있나. 간단한 병도 아니고 아나필락시스라는 건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데 그런 사람을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서 의사에게 치료를 받게 해야지 의사도 아닌 사람이 치료하겠다고 하는 건 국민생명에 있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이어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의 싸움은 매우 오래되기도 했지만 올해 대립은 유난히 격하다. 올초, 이들은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과 ‘전문약 불법 사용’ 등을 이유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문제로 의협은 지난 6월27일 한의사가 전문의약품 사용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한의협과 협회장, H제약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의협-의협 갈등 장기화 될 듯

양측 간 싸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재자(복지부)가 없는 상황에서 양측 모두 중재의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의협은 문케어를 비롯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어도 한의협의 주장을 배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의협 김 부회장은 “아나필락시스는 아무리 준비를 잘한다고 해도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우리 한의사뿐 아니라 의사들도 너무나 잘 아는 부분이다. 이걸 가지고 유권해석까지 필요한가 싶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의협이 고소 운운해서 복지부하고 이야기했는데 (한의사의 응급약 사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다만,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면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의협은 유권해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정 대변인은 “복지부의 유권해석 이런 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응급의약품 키트 사용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의 행동은) 국민들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지 직역 때문에 대립한다라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런 의미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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