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문의시험-협회비 연계 시정해야”
공정위 “전문의시험-협회비 연계 시정해야”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9.05.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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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 안 내도 전문의 시험 가능’ 치협에 시정명령

앞으로 치협 회비를 내지 않아도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협회비 완납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연계한 대한치과의사협회에 지난달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치협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치과의사 전문의시험 실시업무를 위탁받아 지난 2008년(제1회 시험)부터 2018년(제11회 시험)까지 매년 시험실시를 주관하면서,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회원들에게 시험 응시를 위해서는 회비를 완납했다는 회비완납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시험 공고문이나 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회비 완납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공지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응시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특히 응시 인원이 평소보다 9배가량 늘어난 지난해에는 치협의 요구에 따라 회비를 납부해야 하는 치과의사가 예년보다 급증했고, 이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번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지난 2016년 치과전문의규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치과 전문의 규정이 제정되기 전 군전공의 수련 기관에서 수련 과정을 수료한 자 ▲외국 의료기관에서 치과의사 전공의 과정을 수료한 외국 수련자 ▲수련치과병원 등에서 치과의사 전공의의 수련교육을 담당하거나 군전공의 수련 기관에서 군전공의를 지도한 전속 지도전문의 등에 대해서도 치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한시적으로 부여됐다.

그 결과 2018년도 치과의사 전문의 응시인원은 총 2643명으로, 지난 2008~2016년의 연평균 응시자인 300명의 9배에 육박했다. 그만큼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치협의 요구에 따라 미납 회비를 내야 하는 치과의사가 급증했고, 그중 200만원 이상 납부해야 하는 치과의사만 350여명에 달했다.

복지부, 치협에 회비 납부조건 부적절 통보

치협은 2018년 제11회 치과 전문의 시험과 관련해 2017년 12월 복지부에 시험시행안에 관한 승인을 요청했다. 시행안에는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자는 응시원서 접수 시 치협에 소속된 해당 지부에서 회비완납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온라인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복지부는 치과 전문의 시험과 회비 납부 조건을 연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응시원서 접수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목록에서 회비완납증명서를 삭제하고 이를 치협에 통보했다.

그러나 치협은 복지부의 통보를 무시하고 회비완납증명서를 응시원서 접수 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2018년도 제11회 전문의 자격시험 시행계획’을 협회 홈페이지에 공지, 기존 시행안을 강행했다.

이에 복지부는 회비완납증명서는 응시원서 접수 시 제출서류가 아니라는 내용의 공문을 치협에 재차 송부하고, 공문 내용 준수를 요청했다. 치과 전문의 시험 원서 접수 시 제출서류로서 회비완납증명서가 포함돼 있는 점에 대해 외부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함께 알렸다.

그제야 치협은 긴급임원회의를 열고 대안 마련에 나섰다. 그런데 대안이라고 내놓은 결과가 ‘응시 접수자 2295명 가운데 회비 완납자 2254명을 제외한 미납자 41명에 대해 치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이 없음을 고지토록 한다’는 내용이었다. 회비 미납자에게는 응시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치협 직원은 수련고시국으로부터 회비 미납자 41명의 명단을 받은 뒤 회비를 완납한 것으로 파악한 12명을 제외한 전문의 응시자 29명에게 회비를 미납할 경우 치과전문의시험에 응시자격이 없다는 내용을 유선이나 문자로 통보하면서 회비를 납부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이들 29명 중 20명은 회비를 납부했고 나머지 9명은 회비완납 서약서를 제출한 뒤에야 치과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응시접수를 조기 철회해 회비미납자 41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 회원은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치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고자 응시원서를 제출했으나, 회비완납증명서가 제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접수가 거부된다는 치협의 답변을 받고 시험 응시를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공정위 “치협,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공정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치협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업자단체(치협) 금지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단체의 의사가 있고, 그 의사가 구성사업자에게 통지돼야 하며, 그 내용이 구성사업자(전문의 시험 응시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업자단체의 행위가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해서도 안 된다.

공정위는 우선 “치협이 회비완납증명서를 응시 요건으로 포함하는 시험시행안을 복지부에 정식 공문으로 요청한 점, 회비 미납자에 대해 응시 불가 통보를 하기로 한 사안을 긴급 임원회의를 통해 결정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업자단체의 의사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점, 회비 미납자에게 문자 또는 유선으로 응시불가 통보를 한 점 등을 볼 때 사업자단체의 의사가 구성사업자들에게 표시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치협이 치과 전문의 시험을 주관하면서 일정한 경우에는 치과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응시자들의 사업내용이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치협은 치과 전문의 시험을 위한 별도의 응시료를 받고 있고 이를 통해 시험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있는 만큼, 협회에 대한 회비는 치과 전문의시험 응시와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설령 응시료가 낮아 시험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복지부의 승인하에 응시료를 인상해야 할 사안이지 관련성이 없는 회비 징수를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치협의 행위는 협회비를 완납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라며 “전문의 시험 응시 여부에 대한 구성사업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더구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치협에 두 차례 회비완납을 시험응시와 연계하지 않도록 공문으로 지시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고 연계한 행위는 부당성이 크다고 할 것이며, 치협의 행위는 구성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인정된다”고 못박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치협의 행위를 시정토록 하고, 치협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구성사업자(회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치협도 이 같은 사실과 위법성을 인정하고 공정위의 시정조치 의견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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