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산 넘어 산'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산 넘어 산'
  • 박정식 기자
  • 승인 2019.09.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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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두고 의견 대립

시민단체 “민감한 정보 … 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정부 “합의 도출 논의는 안하고 발목 잡기만”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개인정보 특히 의료정보는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는 만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같은 신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학적 연구가 목적이라면 가명정보 이용 가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지난해 11월15일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규제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의 범위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세분화 시켰다. 또 개인정보처리자가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이 있다면 정보주체자(개인)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는 개인정보 보호 및 감독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는 발의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행법상 모호했던 개인정보의 범위를 설정해 개인정보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는 한편, 가명정보를 활용해 신산업 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보완 필요성’ 제기한 인권위

정부와 산업계의 기대와는 달리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7월22일 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는 “개정안이 규정하는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 중에 과학적 연구 부분은 범위가 모호하고 추상적이기에 가명정보가 오‧남용될 우려가 있다”며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 권리 보호를 위해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 중 과학적 연구의 범위는 되도록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가명정보 활용 부분과 관련, 상세한 요건과 함께 안전조치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국내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제도로 인해 전 국민의 식별이 쉬우며, 이미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가 대량으로 유출된 사례가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인권위는 “실제 음성적으로 거래 및 활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가명정보 재식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점 등을 살펴야 한다”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가명정보의 활용 목적 확대에 정보주체의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 측과 시민단체의 찬반 의견이 오갔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토론회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참석자들 사이에 찬반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회적 논의 이뤄져야”

시민단체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당정협의를 거쳐 나온 정부의 청부입법으로 규정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 이지은 단장은 “개인정보는 한 번 물꼬가 트이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된 것이긴 하나 지금이라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재활의학 전문의)은 “진료실에서 나오는 정보는 단순히 혈액검사, 유전체 정보, 병력 등의 수치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사생활, 직업 등이 차트에 기록돼 있고 이 정보를 종합해 진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명정보로 비식별화 한다고 하더라도 재식별 작업을 거치면 개인정보 침해를 100% 막기 어렵다”며 “민감정보를 강화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회대학교 김병수 교수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은 명백히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정부의 방향으로 보여진다”며 “상업적 이해관계에서 국가가 나서서 추진하는게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政 “사회적 공론화는 필요 … 쟁점에 묶여서는 안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정부 측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의 뜻을 나타냈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일형 부연구위원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 위해 마련된 토론회 자리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이런 자리에 참여해보면 답답한게 있는데 합의를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닌 서로의 간극만 확인하고 돌아가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은 광범위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이 쟁점에 묶여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아직도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오상윤 과장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 과장은 “의료정보가 민감한 정보이기에 철저히 보호해야 하고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토론회에서) 서로의 간극만 확인하고 돌아가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토론하고 뜻을 모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며 “산업계라던가 정보보호 기술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면 풍성한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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