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환자쏠림’ 해법은?
‘대형병원 환자쏠림’ 해법은?
  • 박정식 기자
  • 승인 2020.03.18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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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대안마련 외부 연구용역 실시

중증환자 진료체계 강화해야 ... 대안 제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해법으로 지정기준 강화와 중증환자 진료체계 강화가 제시됐다.

17일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이진용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용역으로 수행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이용 현황분석 및 역할 정상화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 연구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소위 ‘빅5’라고 불리는 서울대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서울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 다른 종별의료기관의 증가율보다 높은 것이다.

심평원의 의료기관 종별 의료 이용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외래 내원일 수 증감률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 종합병원은 2.8%, 병원 –0.5%, 의원 –0.9%로 종합병원의 내원일수 증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비해 상급종합병원 중 빅5 병원의 외래 내원일수 증가율은 무려 4.9%나 늘었다. 2016년부터 2017년, 2017년부터 2018년의 빅5 상급종합병원 외래내원일수 증가율을 비교하면 1.8%에서 4.9%로 무려 3.1%나 높아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접수창구 앞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접수창구 앞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각종 부작용 속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가차원에서는 낮은 의료비용으로 치료 가능한 환자가 가장 비싼 의료를 이용하게 되고, 중복 진료 및 중복 검사 비용이 소모되는 등 비효율적인 자원 분배효과가 발생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면 대기시간 연장과 치료 지연이 발생해, 실질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늦춰질 수 있다.

의료기관 측면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비정상적인 외래기능 확대로 종별 의료기관 간 경쟁 구도를 형성해 상급종합병원 이외의 다른 종별 의료기관의 경영 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별 의료자원 격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진용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집중 현상이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고 있지만 실증적 자료를 통해서 상급종합병원 부적정 이용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연구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료대기 시간 지연, 의료의 질 하락 등 환자 과잉 현상으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상급종합병원의 본래의 기능인 중증환자 진료와 교육 및 연구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측면의 해법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정상화를 위한 규제방안을 소비자인 환자 측면과 공급자인 의료기관으로 나눠 제시하고, 소비자보다는 의료기관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더했다.

# 먼저 소비자 측면에서는 ▲진료비 보상 거부(경증질환 100:100) ▲본인부담금 조정 ▲실손보험 적용 금지를 제안했다. 진료비 보상 거부(경증질환 100:100)란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해 고시한 상한금액, 즉 해당 의료비를 환자가 모두 부담토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데 합병증을 동반하지 않은 2형 당뇨병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경우 해당 질병의 진료로 발생하는 의료비 전액을 건강보험이 아닌 본인이 전액부담 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면 본인부담률은 입원의 경우 20%, 외래는 60%로 책정돼 있다. 따라서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률을 상향 적용하는 정책을 시행해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 전에 질병의 중증도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 고난도 진료가 필요한 환자, 중증의 의료급여 환자들의 상급종합병원 접근성 제한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 최근 실손보험의 가입률이 점차 증가하면서 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 이용과 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장하지 않는 환자의 본인부담의료비를 보장해 주며, 건강보험 보장이 부족한 부분을 보장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기관 이용 정상화 추진을 위해 단순경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 외래를 이용한 경우 실손보험 적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적용 금지에도 불구하고 경증질환 100:100 적용에서와 같이 환자가 본인부담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법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인 병·의원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진료의뢰서가 없더라도 예외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응급환자나 분만해야 하는 산모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가정의학과나 치과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도 진료 의뢰서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

이 같은 이유로 상급종합병원 가정의학과는 병·의원을 거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기 위한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또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한 기록이 있는 환자는 시간이 지나도 해당 병원을 진료의뢰서 없이 다시 이용할 수 있어 진료의뢰서 하나로는 상급종합병원의 이용을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급종합병원의 불필요한 이용을 막기 위해 가정의학과 이용에 진료의뢰서를 의무화하고 진료의뢰서의 유효기간 설정을 하나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상급종합병원 이용이 필요한 환자들의 접근성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진용 교수는 “과거 소비자 규제 및 인센티브를 통해 적정의료 이용을 유도하고자 하는 시도는 많았지만 실효성은 없었다”며 “소비자 규제 정책보다는 공급자 측면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자체적으로 적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측면의 해법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환자집중의 근본적인 개선의 핵심은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라며 “1차·2차·3차 의료기관이 모두 참여해 관련 정책을 수행하기 보다는 3차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시행하는 것이 바림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와 외래감축을 매개로 한 중증환자 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는 입원환자 중 중증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문진료질병군의 비율을 21%에서 30%로 상향하고, 상대평가 기준을 21~35%에서 30~44%으로 높이는 것이다. 입원환자 중 경증환자로 분류할 수 있는 단순진료질병군은 16%에서 14%로 낮추고, 외래환자 중 경증(의원중점 52개 질환)은 17%에서 11%로 낮춘다. 또한 의원중심질환에 대한 종별 가산율을 현행 30%에서 0%로 조정해, 의원과 같이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경증질환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할 경우 종별 가산율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중 자원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외래감축을 매개로 중증·희귀·난치·복합 질환 중심의 입원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중증환자 진료체계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 사업은 정부와 의료공급자의 협력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본연의 역할인 중증환자 진료체계로 개편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본연의 역할인 중증환자 중심의 입원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급종합병원의 비대해진 외래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감소 또는 환원시켜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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