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시험 치를 수는 있나?”...답답한 전공의들
“전문의 시험 치를 수는 있나?”...답답한 전공의들
  • 서정필 기자
  • 승인 2020.07.0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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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코로나19로 전공의 수련 일정 큰 차질”
돌봐야하는 환자 수와 학회 참석 횟수 등 응시 요건 채우기 힘들어
“하루 하루 피가 마른다 ... 보건당국, 상황파악 전혀 못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공의 수련 일정에 차질을 크다. 정상적인 수련 과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전공의들은 전문의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공의들의 환자 취급범위 관련 교육과 학술대회 참석 등 연차별 수련교과 과정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자격 획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따라 인턴과 레지던트는 3년 또는 4년의 수련 기간에 연차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교육 목표가 있다. 논문 제출이나 타과 파견 등을 빼더라도 전공의가 돌봐야 하는 환자 수와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학회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과 레지던트의 경우 수련 기간 3년 안에 ▲퇴원환자 600명 이상 ▲외래환자 300명 이상을 돌봐야 하며 ▲외부 20회 이상(내과학회 학술대회 5회 이상 참석 포함) ▲원내 300회 이상 ▲윤리집담회 4회 이상(전체 수련 기간 내과학회 주관의 춘추계 학술대회에 2회 이상 참석, 수련병원 원내 윤리집담회 연간 최소한 2회 이상 참석) 등 학술회의 참석 횟수 요건을 채워야 한다.

외과 레지던트(3년제 기준)는 수련 기간 내 ▲퇴원환자 300명 이상 ▲외래환자 400명 이상을 돌봐야 하며 ▲외부 학술회의 3회 이상 ▲원내 학술회의 240회 이상 참석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연차마다 각 수술 참여 100례, 수술소견서 작성 80례 등을 포함해 지도전문의 감독 아래 충수절제술·탈장 교정술·담낭절제술 등 시술에 정해진 건수 이상 참여해야 한다.

대전협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6개월 넘게 전문과목학회의 학술대회가 개최되지 못하고 있어 전공의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수련병원의 경우, 일반 병동을 폐쇄하고 신규 입원과 일부 외래 진료를 축소 운영하면서 전공의가 충족해야 할 수술 건수와 입원, 외래환자 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해 그 피해가 크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수련 중인 A 전공의는 “입원 가능한 일반 환자 수가 평소의 10% 수준으로 사실상 수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외부 파견을 시행하고는 있으나, 파견 신청이 반려되는 경우도 많아 원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전공의도 많다. 게다가 파견 다녀온 전공의들의 전언에 의하면 파견 전공의 자격으로는 (실제 진료에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할 뿐 내실 있는 수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전공의는 “최근 일부 병동을 정리해 일반 환자를 수용하는 부분 정상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동 병상 수가 평소의 25% 수준에 불과해 수련에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그마저도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지면 언제든 다시 코로나 격리 병동으로 전환될 수 있어 전공의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B 전공의는 “(‘코로나19’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면서 어떠한 답도 주지 않고 있어서 전공의로서는 답답하다. 벌써 하반기인데 이동 수련 사유가 되는지, 전문의 시험에는 응시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직서를 내고 내년에 다른 곳에서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학회에서는 논의 중이라고 답하기만 하고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환자가 없어서 환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타 병원 수련을 선택했던 C 전공의는 “(타 병원에 파견 수련도) 임시방편이었다. 환자 처방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직접 진찰도 하지 못하고 관찰만 하는데 그건 제대로 된 수련이 아닌 것 같다”면서 “공식적인 위탁 수련도 아니고, 모자 협약을 맺더라도 최대 4개월까지만 가능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앞으로 가면 부실 수련이고, 뒤로 가면 전문의시험 응시 자격 미달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도 전공의 수련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보건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정부의 해당 병원 운영 담당자는 수련은 담당이 아니라며 문제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관계부처와의 협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전협은 “공공병원의 수련은 보건당국과 지방 정부 사이에서 방치되고 있다”며 “최근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로 인해 애꿏게도 해당 전공의가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등 잡음이 많은 와중에 전공의 과정 미수료 사태로까지 일어나게 할 것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코로나19 초기에 몇몇 병원은 임시 폐쇄를 겪고 전공의들을 급하게 파견 보내 수련을 이어나가기도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몇 개월 동안 코로나 환자 진료에서도 배제되고 일반 환자까지도 만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며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어 “본질적인 수련의 취지를 생각해 이 상황에서 의학회가 전공의들을 위해 어떠한 조처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줬으면 한다”면서 “대전협은 의학회 및 각 전문과목학회의 현명한 조치를 기다리며,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갖추고 제대로 수련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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