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반대하는 ‘의대정원 확대’ 병협은 “환영”
의협이 반대하는 ‘의대정원 확대’ 병협은 “환영”
  • 전성운 기자
  • 승인 2020.07.2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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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는 의대정원 확대를 강력히 반대하며 대정부 투쟁을 선포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병원협회는 의료수요 변화와 의사 공급을 추계한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 중간 결과를 근거로 “정부의 연간 400명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료현장에서 수급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는 충분치는 않지만, 이제라도 의료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계획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병협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의대 입학정원을 연간 최소 500명 증원시 2065년에 의사 수급이 적정 시점에 도달하고, 1500명 증원시 2050년에야 적정하게 된다. 

병협은 “환자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료인의 확보는 우선시되어야 한다”며 “병원이 의사 및 간호사 같은 필수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해 환자안전이 위협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협은 그러면서 “의사가 잘 교육되고 지역 및 감염 등 특정 분야에 적정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병원계와 함께 논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에 힘써 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인력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한의사협회가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의사정원 확대정책과 관련, 이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정부의 의사정원 확대정책과 관련, 이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아래는 정부의 의사인력 확충 계획과 관련한 대한병원협회 입장문 전문. 

[의사인력 확충계획 관련 대한병원협회 입장]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으로 의사인력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늘 발표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당정협의 내용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우리 협회가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를 통하여 의료 수요 변화와 의사 공급을 추계한 중간 결과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의사의 공급과 수요가 적합하다고 가정하였을 때 당장 내년부터 1,500명의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시켜도 의사인력 수급 부족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대 입학정원을 최소 500명 증원시 2065년에서야 의사 수급이 적정 시점에 도달하고, 1,500명 증원시 2050년에야 비로소 의사 수급이 적정하게 된다는 추계입니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볼 때 정부의 400명 의대 입학정원 증원은 의료현장에서의 의사 및 전문의 수급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에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이제라도 의사인력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의료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안전과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며, 병원은 필수 의료인력인 의사 및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환자 안전이 더 이상 위협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의사의 양성은 중장기적 대책이기에 의사가 잘 교육되고, 지역 및 감염 등 특정 분야에 배치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을 병행 추진하여 의대 정원 증원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도록 병원계와 함께 논의하고, 적정 개선방안 마련에 더 힘써 주실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2020년 7월 23일

대한병원협회

아래는 정부의 의사인력 확충 계획과 관련한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문 전문.  

[졸속적‧일방적 의사 인력 증원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

정부와 여당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혼란을 틈타 면밀한 검토 없이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 의료인력 확보라는 허울뿐인 명분을 내세워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입학정원 증원 등 의사 인력 증원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국민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전국의 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부 및 여당이 겉으로는 OECD 통계 중 하나인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를 내세우며 우리나라의 의사 인력이 부족하고, 감염병 등 재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의료나 지역에 근무할 의사 인력의 양적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왜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가 무너졌고, 이를 되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이 전혀 없는 정치적 표퓰리즘의 산물에 불과하다.

국가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 보다 3배 이상 높은 반면에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보다 낮아, 2038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다.

또한,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이나 진료권 설정 등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에서 소신 있게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다지지 않고, 단순히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 모든 걸 살리겠다는 정책은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협회는 감염병 등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는 단순히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무분별한 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며, 현재 우리가 가진 보건의료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 및 여당에 국민 건강과 의료의 백년대계가 걸린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한 일방적 결정과 밀실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당사자이자 전문가 단체인 우리협회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및 여당이 필수의료나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 대책 없이 실패할 것이 자명한 의사 인력 증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목적만을 앞세운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협회가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입학 정원 증원 등 정부 및 여당의 일방적 정책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95% 이상이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으며, 85% 이상은 총파업 등 직접 투쟁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는데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철과 겨울철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지금은 면밀한 검토도 근본적 대책도 없이 실패할 것이 자명한 일방적인 의사 인력 증원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코로나19의 재유행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협회는 정부 및 여당에 일방적인 의사 인력 증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료계와 함께 국민들을 위한 올바른 보건의료정책 방안과 향후 재유행이 예상되는 코로나19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비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총파업 등 의료계의 강력한 투쟁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의 초기방역 실패에도 불구하고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투를 벌여온 의사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K-방역, K-의료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시킬 것이다.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정부 및 여당은 의사 인력 증원 관련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의료계와 논의해 나갈 것을 강력이 촉구한다.

2020. 7. 23.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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