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구인난 해결’ 첫 단추 꿰었지만…
‘개원가 구인난 해결’ 첫 단추 꿰었지만…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0.12.03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역별 중앙회 참여한 공청회 개최
치협 ‘한국형 덴탈 어시스턴트’ 제시
치위협 “장기근속 유도 방안 마련이 우선”
간무협 “DA제로 일자리 상실, 갈등·혼란 가중 우려”

치과 진료스태프 구인난 해결을 위해 각 직역 중앙회가 머리를 맞대었지만 해법을 도출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인력에 대한 명칭부터 구인난의 원인, 해결책까지 직역별 입장차가 확연하다. 그럼에도 직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의견을 듣고 논의에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간극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 해결책 마련을 위한 직역별 다양한 의견 청취 공청회’가 치과의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치협-치위협-간무협 회장 참석해 기대감 고조

지난달 30일 치과의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치과 종사인력 구인난 해결책 마련을 위한 직역별 다양한 의견 청취 공청회’에는 해당 중앙회 협회장들이 모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상훈 회장은 인사말에서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구인난뿐 아니라 양 직역 간 업무영역 갈등, 경력단절, 높은 이직률 등 장기적 고용여건 악화로 전체 2만여 치과의료기관 중 상당수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치과위생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상생,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약속한 만큼 오늘 자리가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치협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상훈 치협회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축사에 나선 임춘희 대한치과위생사협회장은 “단순한 인력 증원의 개념이 아닌 인력 구조, 구인난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여러 직역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면서 “유관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큰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으며, 인력문제 해결책뿐 아니라 모두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과정을 만들어가는 특별한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단순히 인력을 확보하고 구성원 수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보건의료인력은 환자 건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각 직역 간 입장이 있기에 단 한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다보면 원하는 목표지점에 함께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희 치위협회장, 이상훈 치협회장, 홍옥녀 간무협회장이 앞줄에 앉아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임춘희 치위협회장, 이상훈 치협회장, 홍옥녀 간무협회장이 앞줄에 앉아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치협 ‘한국형 덴탈 어시스턴트’ 제시

코로나19 재확산 탓에 참석인원을 최소화한 채 온라인 생중계된 이날 공청회는 김홍석 치협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이민정 치협 치무이사의 주제발표, 전기하 치위협 정책이사와 최종현 간무협 기획이사의 패널발표, 상호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치협 이민정 치무이사
치협 이민정 치무이사

이민정 치무이사는 사회적 추이에 따라 치과위생사 학과 정원 감소, 간호조무사 응시자 지속적 감소 등이 예상되어 향후 구인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존 인력을 활용한 ‘보조인력 늘리기’ 방안으로 △학교 정원 늘리기 △경단녀 취업 유도 △간호조무사 치과 취업 활성화 △치과 간호조무사제도 활용 △간호조무사 시험에 치과 문항 더 넣기 △간호조무사 병의원 실습시 치과와 연계강화를 꼽았다.

새로운 인력 창출 방안으로는 △진료실 이외의 일을 전담하는 직원 교육(데스크, 물품 관리, 병원 위생 및 관리 업무 등) △덴탈 어시스턴트(DA) 도입을 제시했다.

간호조무사는 1520시간 교육 중 치과 필수 20시간 교육을 받아 치과에서 진료 보조역할을 수행한다. 이민정 이사는 “치과만을 위한 DA 인력은 20시간보다 많게, 그리고 1520시간보다 적은 시간으로도 지금보다 충분히 치과교육을 많이 받게 되어 치과에 적응하기 쉽다”며 “교육시간이 적어지는 만큼 국비 보조금이 줄어들고 개인의 기회비용이 적게 되어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일반인들도 쉽게 도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치위협 “장기근속 유도 방안 마련이 우선”

치위협 전기하 정책이사
치위협 전기하 정책이사

패널 발표에 나선 전기하 치위협 정책이사는 ‘치과종사인력 구인난의 대상이 치과위생사인지, 간호조무사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인력인지?’, ‘구인의 목적이 어떤 업무를 수행하게 하기 위함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DA 제도로는 불법만 자행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구인난의 근본 원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연구를 인용하면서 “치과위생사로서 가지는 전문성과 자부심은 높은 반면, 연봉·승진 등 처우 문제에 어려움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고, 여성 비중이 높은 특성상 결혼 및 가사, 임신, 자녀양육 부담이 직무상 어려움이라는 순위도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해법으로는 △유휴인력 재취업 활성화, 모성보호제도 준수 및 지원제도 확대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마련과 인식 개선 △임금체계 개선 △장기근속 유도를 위한 치과계 노력을 주문했다.

전기하 이사는 “고용환경의 변화를 위한 국가와 치과계 모두의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어떠한 인력도 구인·구직이 원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간무협 “치협 DA제는 일자리 상실, 갈등·혼란 가중 우려”

간무협 최종현 기획이사
간무협 최종현 기획이사

최종현 기획이사는 발표에 앞서 “업종을 배려하는 사회적 흐름에 발맞추어 치협에서 사용하는 ‘보조 인력’ 대신 ‘실무·지원 인력’ 등으로 용어부터 변경, 통일하는 것이 상생의 시작이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산경제연구원이 2018년 수행한 ‘치과보조인력 수급 연구조사 결과’를 근거로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두 직군이 모두 근무하는 치과가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 두 직역 간 업무가 혼재하는 실태, 현 직장 지원 및 이전 직장 이직 사유 등을 소개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치협이 추진하는 한국형 DA 제도에는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최종현 이사는 “치협이 예시하는 미국 DA 내용은 교육과정, 교육시간 등 실제 제도와 크게 다를 뿐 아니라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와 큰 차이가 있어 비교·적용이 어렵다”며 “DA라는 새 직종이 만들어지면 직종 간 혼란과 갈등이 가중될 뿐 아니라 기존 인력을 대체함으로써 2만 치과 근무 간호조무사 일자리 상실 위기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치과(전문)간호조무사 제도’를 제시하고, ‘의료법상 간호조무사와 별도 자격이 아닌 동일 자격으로 인정받는 것이 전제’라고 못박았다.

치과 간호조무사 구인난 해결책으로는 △기존 간호조무사 활용 또는 양성과정에서 치과 적합 직종 만들기 △치협 및 시도치과의사회에서 치과간호학원 직영(실습치과병의원 연계) △치과 간호조무사 표준교육과정 마련 및 국가시험제도 개선 △치과전문간호조무사 양성 활성화 △고용노동부 치과분야 간호학원 강사 보수교육 활성화 △치과 종사인력 법적 업무 재조정으로 범법자 만들지 않기 △임금체계 개선 △치협-간무협 상설협의체 구성 등을 내놓았다.

각 단체를 대표하는 마무리 발언에서 박정란 치위협 부회장은 “국민 구강건강 증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인력을 뽑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이상훈 치협회장은 “한국형 DA제는 우리 현실에 맞게 시행하겠다는 것이며, 각 직역 업무범위를 침해하지 않는다. 그동안 소통과 이해가 부족했다는 걸 절감한다”, 곽지연 간무협 부회장은 “치과간호조무사와 치과위생사 간 갈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인력이 많다. 두 직역이 상생하며 근무한다고 인식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석 좌장은 “각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제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향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혜롭게 풀어가자”고 마무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