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협 사상 초유 ‘사업계획-예산안 부결’
치협 사상 초유 ‘사업계획-예산안 부결’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1.04.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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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차 정기총회서 대의원 대다수 반대 표결…“노조 협약 절차·내용 모두 문제”
‘여성 대의원 증원’ 정관개정안 통과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료인 옥죄기 면허관리강화 법안 철회’도 결의
치협 70차 정기대의원총회
치협 70차 정기대의원총회

치협 정기총회에서 예산안이 부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대한치과의사협회 제70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2021 회계연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이 재적대의원 167명 중 찬성 20표, 반대 139표, 기권 8표를 받아 부결됐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치협 총회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다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치협 사상 처음으로 예산안이 부결됐다.
치협 사상 처음으로 예산안이 부결됐다.

“노조 단체협상 절차·내용 모두 문제”

예산안 부결은 최근 사무처 노조와 체결한 협약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많다는 대의원들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열린 전국지부장협의회 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에 앞서 김민겸 대의원(서울시치과의사회장)은 “최근 체결된 치협 노조 단체협약에서 회원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됐으며, 이는 각 지부와 분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부장협의회, 대의원총회에서 사전에 논의했어야 한다”며 “노조와 재협상한 뒤 이를 반영한 수정 예산안을 작성하고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해 다시 표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상훈 협회장은 “노조와 첫 단체협상이었던 만큼 절차상 미숙한 점이 지적됐다. 미비한 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대의원 증원’ 정관개정안 통과

이번 총회에서는 여성 대의원 비율을 증원하는 정관개정안이 통과돼 여성대의원이 현행 3.8%(8명)에서 8%(17명)로 늘어나게 됐다. 이 안건은 대의원 168명 중 116명(69%)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또 치협이 그동안 창립 기원으로 삼아온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일(1921년 10월2일)’을 폐기하고 내년 정기총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인천‧제주‧강원‧광주‧서울 5개 지부가 상정한 치협 창립기원 변경안은 찬성 106표(63.5%), 반대 39표(23.4%)를 받았다.

대의원들이 코엑스 회의실 4곳에 분산되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대의원들이 코엑스 회의실 4곳에 분산되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보수교육 8점 중 지부 보수교육 4점 이수 의무화 △면허신고 시 회원 및 비회원 간 차등안 △회비 장기미납 제재회원 관리방안이 통과됐다. 기존 인준학회라도 지속적인 학술활동이 없는 경우 인준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학술위원회 업무 구체화·분과학회 인준 및 관리의 건은 부결됐다.

최문철 감사.
최문철 감사.

“대외 업무 ‘긍정’-공약 실천 ‘미흡’” 감사평

의안심의에 앞선 감사보고에서 최문철 감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예산 집행 저조(사업비 집행률 33.7%) △각 위원회 예산 집행 저조(평균집행률 25.6%) 및 편차 극심 등을 지적했다.

최 감사는 “협회장 공약사항 중 덴탈 어시스턴트 제도는 준비과정에 그쳤고 외부감사 도입도 최근에야 첫발을 디뎠으며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치과대학 정원 감축에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투명한 사업비 집행, 1인1개소법 보완입법 통과,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노력 등은 높이 평가한다”면서 “대관 업무나 대외적인 업무추진은 활발했으나 공약 실천이나 회원 어려움 해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평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료인 옥죄기 면허관리강화 법안 철회’ 결의

한편 이날 70차 정기총회는 코엑스 4개 회의실에서 분산, 개최됐다. 코로나19 탓에 의장단과 회장단, 지부장 등 최소 인원만 참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배정된 회의실에서 대의원들이 스크린을 보며 의안을 심의했다.

우종윤 대의원총회 의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우종윤 대의원총회 의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우종윤 대의원총회 의장은 개회사에서 “역대 집행부에 이어 31대 집행부가 노력한 결과 1인1개소법 보완입법이 지난해 12울 국회를 통과하는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불법 기업형 사무장치과를 뿌리 뽑는 실질적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사말을 전하는 이상훈 회장.
인사말을 전하는 이상훈 회장.

인사말에 나선 이상훈 회장은 “작년 5월 출범한 31대 집행부는 치과계를 변화시키면서도 재도약을 향한 중단없는 전진을 이루어내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며 “오늘 대의원총회는 치과계의 지난 한 해를 면밀히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자리이니 만큼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광열치과의료봉사상 시상. 오른쪽은 동화약품 김대현 상무.
윤광열치과의료봉사상 시상. 오른쪽은 동화약품 김대현 상무.

시상식에서는 이수구 치협 고문이 제42회 협회대상 공로상, 박경표 교수(서울대 치의학대학원)가 제47회 협회대상 학술상,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와 ‘함께 아시아’가 제10회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이병민 전공의(서울대치과병원)가 제4회 신인학술상을 수상했다. 김민겸 서울지부 회장, 김정배 전남지부 의장, 박현수 충남지부 회장, 정찬 전북지부 회장, 형민우 광주지부 회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참석자들이 결의문 낭독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참석자들이 결의문 낭독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개회식을 마친 뒤에는 치협 대의원총회, 집행부, 전국지부장협의회가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사업, 국회의 면허관리 강화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결의를 다졌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지난달 29일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하는 고시 개정이 시행됐다. 또 업무상 과실치사를 제외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형집행 종료부터 5년간, 집행유예기간 종료부터 2년간 면허재교부를 금지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환자와 의료기관의 사적계약 영역인 비급여항목까지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행정간섭이자 의료영리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며 “면허취소 후 과도하게 면허재교부 금지기간을 연장한 규정은 과임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이 치과의사윤리강령을 낭독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치과의사윤리강령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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