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무효...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제주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무효...영리병원 논란 재점화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1.08.19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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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등법원 18일 ‘개설 허가 취소 부당’ 판결
시민사회 강력 반발 ... “법원 판결 인정할 수 없어”

제주도의 허가 취소로 폐쇄 위기에 처했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항소심 판결로 허가 취소가 뒤집히면서 영리병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행정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18일 녹지국제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선고 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녹지병원 개설허가 처분 취소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은 것이다. 

2심 법원은 이날 2019년 4월17일 녹지국제병원 측에 통보한 조건부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제주도에 명령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綠地)그룹이 지난 2017년 8월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박근혜 정부시절 현 원희룡 제주지사가 허가했다.

 

원희룡 영리병원 허가 발표
원희룡 제주지사가 2018년 12월 5일 제주녹지병원의 개원을 허가 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자료 사진]

당시 제주도민들의 여론은 허가 찬성보다 허가 불가쪽이 우세했다. 

제주도는 2018년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며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영리병원 허가 불가 의견이 허가 찬성보다 높게 나오자, 원희룡 지사는 ‘외국인 전용’ 조건으로 그 해 12월 5일 녹지국제병원을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승인했다. 이 때문에 당시 원희룡 지사는 “도민의 여망을 외면하고 꼼수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녹지그룹 측이 내·외국인 관계없이 진료를 허용하기로 한 당초 약속과 다르다며 개원을 하지 않자, 원희룡 지사는 2019년 4월 17일 다시 개설 허가를 취소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고 이내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을 개설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의료법을 근거로 했다.

2심 재판부 별다른 설명없이 ‘허가취소 부당’ 판결만 내려

내국인 진료 허용 판결까지 나올 경우, 사회적 혼란 재연될 듯

이날 2심 재판부는 별다른 주문이나 설명 없이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에 대한 선고만 내렸다. 녹지그룹측이 개설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향후 ‘내국인 진료 제한이 부당하다’는 판결까지 나올 경우, 녹지국제병원은 ‘내·외국인을 동시 진료하는’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아니라, 영리병원 허용에 따른 사회적 혼란도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당장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잊혀지는 듯 했던 영리병원 논란이 되살아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뒤집은 광주고등법원 판결은 부당하다’는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 원희룡 전 지사가 추진하고 문재인 정부가 ‘영리병원 설립 금지’ 공약을 어기면서 방조한 영리병원 설립에 광주고등법원이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며 “시민사회는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성명은 “녹지국제병원 설립 과정은 의혹과 불법으로 점철됐고 병원 사업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기업 중국 녹지그룹은 국내에서 영리병원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 국내 의료법인을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진출 문제가 제기됐다. 이는 의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에 관한 조례도 의료기관 개설 사업자는 의료 관련 유사 사업 경험이 있어야 하고, 국내 의료자본의 우회 투자 논란이 없어야 할 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 사업 승인과 허가 취소 요건에 해당됐다”며 오늘 광주고법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성명은 그러면서 “당시 원희룡 전 지사는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기어이 영리병원을 허가했고, 문재인 정부의 복지부도 이러한 의혹을 따져 원희룡 지사의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조차 보지 않고 이를 방기했다”고 성토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코로나19의 끝을 알 수 없고 제주에서도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고등법원은 공공의료와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영리병원 설립을 정당화했다”며 “시민사회는 녹지국제병원 폐기와 영리병원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성명>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뒤집은 광주고등법원 판결은 부당하다

의료 공공성과 제주도민 요구 무시하고 녹지그룹 손 들어준 재판부

부동산 중국기업에 영리병원 허가한 원희룡 전 지사 책임져야

시민사회단체, 녹지국제병원 폐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

오늘(8/18) 광주고등법원이 1심 판결을 뒤집고 녹지국제병원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박근혜 정부, 원희룡 전 지사가 추진하고 문재인 정부가 ‘영리병원 설립 금지’ 공약을 어기면서 방조한 영리병원 설립에 광주고등법원이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광주고등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 녹지국제병원 설립 과정은 의혹과 불법으로 점철됐고 제주도민의 압도 다수에 의해 민주적으로 거부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1심 재판부의 판결은 이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병원 사업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기업인 중국 녹지그룹은 국내에서 영리병원 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국내 의료법인을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진출 문제가 제기됐다. 그리고 이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에 관한 조례도 의료기관 개설 사업자는 의료 관련 유사 사업 경험이 있어야 하고, 국내 의료자본의 우회 투자 논란이 없어야 할 것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 사업 승인과 허가 취소 요건에 해당됐다.

그러나 당시 원희룡 전 지사는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기어이 영리병원을 허가했고, 문재인 정부의 복지부도 이러한 의혹을 따져 원희룡 지사의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조차 보지 않고 이를 방기했다.

원희룡 전 지사는 자신이 수용한 절차인 3개월에 걸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녹지국제병원 불허 권고를 비민주적으로 뒤집고, 공론조사에서 도민들이 이미 거부했고 현행법에도 근거가 없는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부 허가를 단행했다. 그러다가 다시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반발해 녹지국제병원 측은 조건부 허가의 허점을 파고들어 설립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녹지국제병원도 사업계획서에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므로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이라고 해 놓고는, 파렴치하게도 말을 뒤집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허가한 것이 문제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의 끝을 알 수 없고 제주에서도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고등법원은 공공의료와 국민건강은 안중에도 없이 영리병원 설립을 정당화했다.

녹지국제병원조차 내국인을 진료하게 되면 공공의료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인정하고 있듯이, 돈이 되지 않는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영리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영리병원 확산을 초래해 감염병 대응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녹지그룹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을 세우겠다는 의료자본, 이를 알면서도 허가해 준 원희룡 전 지사와 임기 내내 의료 영리화를 추진하며 영리병원 설립을 묵인했던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다.

시민사회는 녹지국제병원 폐기와 영리병원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끝.

2021년 8월 18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행동하는의사회,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경남보건교사노동조합, 건강정책참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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