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비하 용어”…병명 개정될까?
“치매는 비하 용어”…병명 개정될까?
  • 정우성 기자
  • 승인 2021.10.04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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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의원 “치매→인지흐림증” 법안 발의
과거부터 법 개정 추진됐으나 지지부진
사진=포토애플/메디포토, 알츠하이머병
[헬스코리아뉴스 DB]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약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라고 말했다가 치매환자 비하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어리석다’는 뜻을 가진 치매라는 용어를 변경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癡呆, Dementia) 환자는 84만 명에 달한다. 특히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10.3%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치매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게 자명하다. 

일부에서는 어리석을 치(癡)자에 어리석을 매(呆)를 쓰는 치매라는 용어가 가진 어감이 부정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인지 능력 감퇴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환자들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지난 1일 관련 법령에 ‘치매’라는 병명을 ‘인지흐림증’으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간질은 '뇌전증', 문둥병은 '한센병', 정신분열증은 '조현병'으로 질환명이 변경된 사례가 있는 만큼, 치매도 조속히 병명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병명 개정 목소리 높지만 … 널리 알려진 데다, 대체어 선정도 문제

이 의원이 제안한 인지흐림증은 국내에서 한 언론사 공모전을 거쳐 만들어진 용어다. 국내에서도 치매 용어를 대체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때문에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라는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다. 물론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원인질환일뿐 치매는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치매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비율이 43.8%였다. 대체 용어로는 ‘인지저하증’이 일순위로 꼽혔고 이어 ‘기억장애증’ ‘인지장애증’ ‘인지증후군’ ‘인지증’ 순으로 조사됐다.  ‘애기병’, ‘노유증(老幼症)’, ‘노심증(老心症)’을 대체어로 삼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많은 의학 용어와 마찬가지로 치매도 일본 학자가 서양 의학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든 단어다.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呉 秀三)가 라틴어 dementia의 어원을 고려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단어가 중국, 한국, 대만 등 한자 문화권에서 널리 쓰였다.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呉 秀三)
정신의학자 쿠레 슈우조(呉 秀三)

외국에서도 치매라는 단어를 대체하는 용어를 만들어 쓰고 있다. 일본은 인지증(認知症), 대만은 실지증(失智症), 그리고 홍콩은 뇌퇴화증(腦退化症)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이다.

다만 오랜 시간 쓰여 널리 알려진 용어를 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대체할 용어를 의견 수렴을 거쳐 정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2017년 7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치매의 병명을 인지장애증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같은 법안은 2011년에도 발의된 바 있다.

의사들도 “치매는 환자에 낙인찍고 … 가족에 상처”

의료계에서도 병명 개정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신과 의사는 지난해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서 “차별적 병명은 그 질병을 앓는 환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치매라는 단어는 환자나 가족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실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이나 의료진은 치매라는 용어의 사용을 피하고 있으며, ‘인지장애’등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썼다.

대한노인신경의학회 석승한 회장(원광의대 산본병원 신경과)도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에는 WHO와 UN에서 치매(Dementia)라는 명칭 대신 '인지기능저하(Cognitive disorder)'라고 명명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일본과 대만도 치매라는 명칭 대신 인지증(認知症), 실지증(失智症)’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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