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사가 의사로 둔갑”…의협, 한의사 영문명 변경 반발
“한방사가 의사로 둔갑”…의협, 한의사 영문명 변경 반발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2.08.0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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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기존 ‘Oriental Medical Doctor’에서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방사(한의사)는 중국에서 전래된 요법을 행하는 사람들로서 의사가 아니며, 현대의학과는 거리가 먼 체계에 속한 직업군이기 때문에 의사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면허증과 졸업장 등에 표기되는 한의사 공식 영문 명칭을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했다. 기존의 명칭에서 ‘Oriental’(동양의) 이라는 단어를 빼 버린 것. 이를 두고 한의사들은 당연한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의사들은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방특위)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앞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방의 영문 명칭을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한 이후 일어난 또 하나의 황당한 작태”라며 “그동안 늘 한방 편에 서서 그들을 비호해오던 보건복지부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한방특위는 “복지부의 폭거 뒤에는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방사’를 ‘의사’로 속이고 한방사들에게 의사면허증을 주려는 보건복지부의 음모가 숨어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력한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영문명 변경은 한방사에 의사면허증 주려는 음모”

특위는 “보건복지부가 한의약정책관실을 필두로 숱하게 한방편에 서서 그들을 비호해왔고 심지어 2018년에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한민국에서는 한방사도 의사’라며 한방대의 세계의학교육기관 목록(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 등재를 부탁하는 해괴한 서한을 세계의학교육협회(WFME)에 보내 국제적인 망신까지 초래했다”고 비꼬았다.

특위는 “의학의 과학적 체계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세계 각지에는 다양한 전래요법이 존재해왔고 전 세계 의료계는 ‘전래요법의 부적절한 사용은 부정적이거나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늘 당부해왔다”며 “(이런 이유로) WHO는 세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중의학도 단순히 ‘Chinese Medicine’(중국의학)이 아닌,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전통중국의학)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중의학도 ‘중국의학‘ 아닌 ‘전통중국의학’으로 표기”

이는 차별 또는 혐오의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와 표준에 기반하지 않은 전래요법을 분명하게 명시함으로써,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특위측은 설명했다.

한방특위는 “국민들이 받는 의료서비스가 ‘의학’인지 ‘한방’인지,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용어의 사용부터 세심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민들은 의사와 한방사가 ‘의사’, ‘medicine’과 같은 단어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혼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고 이러한 일들은 비단 대한민국 국민에만 한정되지 않게 되었다”고 우려했다.

‘Doctor’는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 이상, 보통은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 즉 ‘Medical Doctor’를 의미하기 때문에, ‘Doctor’가 포함된 한방사(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접한 외국인들에게 ‘Medical Doctor’와 구분하기 어려운 여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방특위 관계자는 “안그래도 ‘Traditional’이라는 단어를 제외하여 ‘Korean Medicine’으로만 표기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한방이 전래요법인지 아닌지 구분이 모호한 인상을 주는 상황에서 극단적으로는, ‘한방사’가 아닌 ‘한국인 의사’로 이해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방특위는 이번 영문 명칭 변경과 관련, “의학과 전래요법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학문적, 법적, 윤리적인 이유를 완전히 무시한 행정”이라며 “한방사의 영문명에서 ‘Oriental’ 이라는 단어를 빼고 ‘Doctor’로 지칭한 보건복지부의 조치를 당장 철회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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