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허용 두고 의료직역 대립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허용 두고 의료직역 대립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12.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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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료계 직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이 정치적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국민건강과 권익은 뒷전으로 하며 본인들 이익만 추구하는 양의계라고 비판했다.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무죄, 무책임한 판결” ... 이필수 회장 삭발 감행 

대한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3개 단체는 26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대해 반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3개 단체는 26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대해 반발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 3개 단체는 26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을 강력 규탄했다. 

3개 단체는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당 한의사는 68회에 걸쳐 초음파기기를 사용하고도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한 피해를 입혔다”면서 “환자를 진료함에 있서 '부적절한 진단 수단의 사용'이 어떻게 환자에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인지 재판부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은 각 면허된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2조 역시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적시하여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하는 의료행위로 의사의 지도하에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누구나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일 뿐”이라며 “진단과 판독의 일체성이 강한 초음파 진단기기를 잘못 사용할 경우,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어 수십 년 전부터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만이 전문적으로 수행해왔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대해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에 대해 반발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이날 집회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등은 대법원 판결에 항의의 뜻으로 삭발식을 진행했다.

단체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 생명과 건강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즉시 의료인 면허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의료법령 개정에 나설 것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판결을 빌미삼아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도한다면 이를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건강 외면하는 양의계의 대법원 초음파 판례 반발”

한의협 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협 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26일 논평을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은 합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는 양의계의 자기반성을 촉구한다”며 “국민건강과 권익은 뒤로한 채 본인들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독불장군”이라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논리적인 이유나 사실에 근거한 주장은 찾아볼 수 없고 무조건 맹목적으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며 “양의계는 일반의 누구나 진료에 사용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사용하고 있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마치 영상의학과 전문의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대법원의 준엄한 판결을 폄훼하는 자료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초음파 진단기기’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단체들과 연합해 기자회견을 추진하고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계획하는 등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고 안위를 지키는데 몰두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과 보건의약단체들은 실망하고 있다”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을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음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음을 이유로 한의사가 진료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라고 분명히 밝혔으며, 이것이 명확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이 내린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행위는 합법’이라는 판결을 무시해 버리고, 판결 내용을 멋대로 재단해 국민과 여론을 속이고 있는 양의계는 정녕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정말 국민의 건강증진과 진료선택권 보장을 위하여 초음파 진단기기를 포함한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적극 찬성하고 이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오진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는 불필요한 걱정에 빠질 시간에, 아직도 각종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다양한 양의계 의료사고를 줄일 내부단속에 총력을 다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박수 받을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의협은 “대한한의사협회 2만 8천 한의사들은 모든 준비가 되어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정의로운 판결에 따라 초음파 진단기기 등 현대 진단기기를 진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국민에게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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