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듯 건보공단 떠난 강도태 이사장
쫓겨나듯 건보공단 떠난 강도태 이사장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3.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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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식도 퇴임이유도 없이 자리 정리
6일 전격 퇴임한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
건보공단 강도태 이사장

“돌이켜 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여러분과 함께 한 지난 1년 2개월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6일 짧은 인사말을 남기고 홀연히 건보공단을 떠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전격 사퇴였다. 퇴임식도 없었고 퇴임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2021년 12월 취임하고 불과 1년 2개월여 만이다.

3년 임기(2024년 12월까지)가 보장된 건보공단 수장이 이처럼 쫓겨나듯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건보공단 역사상 처음이다.

강 이사장은 이날 별도의 퇴임식 없이 실장급 이상 간부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퇴임사만 전달하고 자리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남긴 것은 고작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이라는 A4용지 한 장 반짜리 ‘퇴임인사문’이 전부였다.

그는 이 인사문에서 “우리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아직도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건강보험 개혁, 장기요양보험 발전, 그리고 관리체계 혁신을 더욱 힘차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공단이 한층 더 높게 더 힘차게 더 새롭게 비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임자에게 그 역할을 넘겨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사문 어디에도 자신이 떠나야하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왜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퇴임식도 없이 건보공단을 떠나야했을까. 건보공단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공단직원의 46억원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강 이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횡령사고가 있었다”면서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제도에 많은 발전이 있었고 이러한 노력들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정부혁신 국무총리상, 빅데이터 활용 아시아‧태평양지역 우수상 등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며 이사장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불태웠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현 정부의 강한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뒷말도 무성하다. 전 정권의 공공기관장을 모두 물갈이하는 상황에서 건보공단 이사장이라고 무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한편으로는 복지부 장관 선임이 유독 늦어지면서 새정부와 철학을 함께 할 공단 이사장 교체가 자연스럽게 늦어진 것 아니겠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다만 정권초기도 아닌 중간에 이처럼 수장 자리가 급작스럽게 공석이 되면서 당분간 건보공단 내부는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심평원도 상임감사 등 고위직들이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공단마저 이사장이 갑자기 사임해 저희도 당황스럽다”면서도 “오래전에 사퇴를 결심했는데, 본인의 생각도 있을 것이고 신병상의 이유로 조금 늦추고 있다가 이번에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러면서도 “복지부에 오래 일하신 분이고 건강보험에 대해 잘 알고 계신분이라 기대가 컸다”며 “김용익 전임 이사장이 추진하던 사업에 대해 이제 막 결실을 맺어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사장이) 사임하게 됐다”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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