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의사회 ‘폐과’ 선언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폐과’ 선언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3.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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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결국 ‘폐과’를 선언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자로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턱없이 낮은 진료비가 장기간 지속돼온 가운데 유일한 비급여 시술이었던 소아 예방접종조차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동네 병·의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소청과의사회의 설명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와 대국민 작별 인사’ 기자회견.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와 대국민 작별 인사’ 기자회견.

임 회장은 “지금 상태로는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들의 수입은 28%가 줄었고 그나마 지탱해주던 예방접종은 100% 국가사업으로 저가에 편입됐고,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시행비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려서 예방접종은 아예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올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마지막으로 편입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 접종은 기존 소청과에서 받던 가격의 40%만 받도록 질병청이 강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턴들이 소청과를 전공하면 의대만 나온 의사(일반의)보다도 수입이 적고, 동네 소청과 의원은 직원 두 명의 월급을 못 줘서 한 명을 내보내다가 한 명 남은 직원의 월급마저도 못 줘서 결국 지난 5년간 662곳이 폐업했다”면서 “하지만 소청과의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사실상 30년째 동결됐다. 동남아 국가의 1/10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청과뿐 아니라 소아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마취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안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응급의학과 등 소아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 영역의 의사들이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는 형편”이라며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복지부는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하고 무너지고 있는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를 바로 세우는 정책이 아닌 오히려 미흡하기 그지없는 정책들을 내놨다. 올해 레지던트 소청과 지원율이 더 떨어질 빈껍데기 정책들만 내놨다”고 불만을 토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다”,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 정책 잘못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꿔라”고 복지부에 지시했다.

임 회장은 “인턴들이 소청과를 지원하도록 만들고, 대학병원 소청과 교수들이 사직 없이 보람을 갖고 계속 일하도록 만들고, 인턴들이 힘들고 위험하고 고되더라도 신생아, 소아혈액암, 소아심장병, 소아감염병, 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 소아신경학, 소아신장학 등 세부 전공을 하겠다는 결심이 설 수 있는 대책인가 찬찬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지만, 오늘자로 대한민국에 더 이상 소아청소년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더 이상 아이들 건강 돌봐주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한없이 미안하다는 작별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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