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놓고 갈등 심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놓고 갈등 심화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5.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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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유행시기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진료를 다음달 1일부터 시범사업 형식으로 지속적으로 허용키로 한 것과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의사협회를 제외한 의료계는 비대면진료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반면, 플랫폼 업계는 제한적인 비대면 진료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약 단체는 최근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에 반대하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시범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낮아지면 현행법에 따라 불법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당정 협의회를 거쳐 1회 이상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되 섬·벽지 환자, 65세 이상 거동불편자 등 일부 대상자는 초진이라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는 ▲30일 이내에 ▲동일 병원에서 ▲동일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하나라도 빠지거나 충족되지 못하면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하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을 원칙으로 시행하되, 병원급 기관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휴일‧야간 소아환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는 예외적으로 약 배송까지 가능하게 했다. 희귀질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예외 허용자는 초진 진료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반 환자는 재진에 대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고 예외자는 초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의약단체 “비대면진료, 대면진료의 보조 수준으로 사용돼야”

의약 단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시범사업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며 시범사업과 관련한 6가지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소청과 야간(휴일) 초진 비대면 진료 불가 ▲섬‧도서벽지‧거동불편자‧감염병확진자 등 초진 허용 대상자의 구체적 기준 설정 ▲병원급 비대면진료 불가 ▲비대면진료의 법적 책임소재 규명 ▲비대면 중개 플랫폼 불법행위 관리‧감독 강화 ▲비급여 의약품 처방 관련 비대면진료 오남용 금지 등이다.

이들은 “비대면진료는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수호해 온 대면진료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은 표현이 서투르고 증상이 비전형적인 환자군의 특성상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한 대면진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의약계와 세부적인 논의 없이 발표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원산협 “현 시범사업, 산업계에 내린 사형선고”

플랫폼 업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은 산업계에 내린 사형선고라고 규정하며, 현안 철회 및 재검토를 촉구했다. ‘재진’ 중심으로 이뤄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플랫폼 업계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원산협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은 실제 비대면진료의 전달체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현재 시범사업안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사형선고다. 현안 철회 및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산협은 복지부와 의료현안협의체가 지난 2월 합의한 ‘비대면진료 4대 원칙’ 중 ‘재진 환자 중심’에 대해 “비대면진료 환자 99%가 초진환자”라며 “재진환자 중심은 또 다른 규제”라고 주장해 왔다.

원산협은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국민의 고충과 수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과도한 규제”라며 “병원 방문이 어려운 국민에게 접근 자체가 어려운 대면 진료부터 받으라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원산협은 의약품 대면 수령에 관해서도 비판했다. 원산협은 “동일한 약을 처방받는 만성질환자조차 무조건 대면으로 수령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의료접근성 증진이 목적인 비대면진료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의료서비스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의약품 수령‧복용임에도, 특정 단계에서만 비대면을 원천 배제한 것은 약업계 기득권만을 대변한 결정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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