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사 vs 양방사’...의대 정원 문제로 갈등 격화
‘한방사 vs 양방사’...의대 정원 문제로 갈등 격화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6.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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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의학 치료 가운 의사이미지

의과대학 정원 문제를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 간 갈등이 서로를 ‘한방사, 양방사’라고 부르는 등 상대방을 비하하는 명칭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최근 필수의료 및 1차의료에 한의사 인력을 우선 활용하고, 의대 정원 확대 필요시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 의대 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이를 일축하며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5일 한의협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비롯됐다. 한의협은 이날 자료에서 “양의사들이 수익 창출에 유리한 피부, 미용 등 분야에 다수가 종사하며 그 결과 필수의료 인력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며 한의사를 필수의료와 1차의료에 우선 활용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한 발 더 나아가 “OECD 지표로 산입되는 의사 숫자에 한의사가 포함되어 있으나 정작 한의사들의 활용은 부족해 의사인력수급의 공백을 초래하는바, 현재의 한의대 정원을 축소하여 그만큼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보건의료 인력수급에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의사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 한방대책특위는 지난 1일 “한의협이 지속적이고 만성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양의사’, ‘양방’ 용어를 남발하는 동안 우리는 ‘한방사’ 표기를 적용하기로 했다”며 한의협을 ‘한방사협회’로 지칭했다. 

의협 한특위는 “의대 정원 확대는 민감한 현안이자 정부의 의료인력 수급 정책 수립의 중요한 문제”라며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한의대 정원을 축소한 만큼 의대 정원을 늘려 보건의료 인력을 수급하겠다는 정치적 논리는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을 신중하게 예측하고 이에 근거해 의사 수를 축소 혹은 증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한방이 국민 곁에서 호흡하는 길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한방 전반에 대해 엄중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임상적·유효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데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의협 한특위는 “한방협 성명서 발표는 의료정책과 의료자원 현황에 대한 전문적 문제인식과 체감이 부족한 상태로 전개된 것”이라며 “대한민국 의료가 걱정된다면 차라리 한방대 폐교와 한방사 제도를 폐지해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세금과 건강보험 예산을 중증·응급·필수의료 분야에 환원할 것을 적극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한의학 한방 한약 침침

이에 대해 한의협 브랜드위원회는 2일 “‘양의사’, ‘양방’ 등 용어는 국어사전에 명기돼 있는 표현”이라며 “법원 판결문에도 사용되는 등 비하의 의미가 없는 올바른 용어”라고 즉각 반박했다.

한의협은 특히 “대한한의사협회 산하 브랜드위원회는 ‘양방사’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으나, 양방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양방 한특위)에서 ‘한방사’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작태를 보인다면 브랜드위원회도 그에 상응하는 표현을 적극 사용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의협과 의사를 각각 ‘양방사협회’와 ‘양방사’로 지칭해 부르겠다는 것이다. 

한의협 브랜드위는 “한의사는 국가 면허를 부여받아 법에 보장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임에도 터무니없는 논리로 무절제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식명칭까지 멋대로 폄하하고 있다”며, “현재의 필수의료 부족사태는 독점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양방사들이 본인들의 권한만을 향유하고 그 의무를 방기하고 있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는 적반하장식 의협 한특위 입장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대 한의학은 탄탄한 의학·과학적 기초위에 수많은 임상을 거쳐 발전된 의학”이라며, “이러한 한의학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데 괜한 헛힘 쓰지 말고 오로지 수익 창출에만 혈안이 된 다수의 양방사들이 피부와 미용 등에 매달리고 있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진솔한 자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특히 “한의사들이 필수의료 및 1차 의료에 적극 참여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는 손쉽고도 합리적인 방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면 우선적으로 한의대 정원을 축소해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의계가 한의사 감축이라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의료인 부족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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