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진료한다
[개원의 칼럼] 의사와 환자 위해 ‘진료실 폭력’ 대책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목숨을 걸고 진료한다. 며칠 전 수원 치과개원의의 투신 소식을 듣고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2년 전 오산에서는, 심지어 진료 시간에 치과의사가 자신의 진료실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욕설이나 구타 등은 이제 치과의사 사이에서조차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수원 선생님의 경우, 환자와의 폭행사건으로 인해 오랜 기간 마음고생을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투신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건이 이 분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스트레스를 주었을지는 최소한 같은 치과의사 입장이라면 쉽게 공감이 간다.
진료실이라는 공간은 어떤 유형의 폭력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 이는 비단 우리의 권리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 흔쾌히 자신의 몸을 맡긴 환자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더 이상 우리끼리만 끙끙 앓고 감내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미온적이고 안일한 대응이 문제를 키워왔다는 점에 모두가 뜻을 같이할 것이다.
치협은 지금부터라도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적절한 대책을 수립,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다른 의료 단체들과 교류 협력해야 할 것이다.
잘못을 저지른 자에게는 확실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도 오랜 시간 동안 현실에 안주하며 당연히 지킬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살아왔다. 그 결과 이제는 ‘물리적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번 다시 동료 치의가 진료실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또한 비슷한 유형의 폭력 위협에 시달리지 않도록 더 늦지 않게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것이 미래의 우리 자신이나 동료 후배, 우리에게 숭고한 생명을 맡기는 환자들을 위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며 권리다. 다시 한 번 고인이 되신 오산 치과의사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수원 선생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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