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 따라 보건의료시장 쓰나미급 태풍 예고
대학병원 연쇄 부도 현실화 ... 정부는 대책없이 의대증원 고집만
4.10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 ‘개헌저지선’ 이상을 확보함에 따라 보건의료시장에도 쓰나미급 태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11일 오전 7시 현재 여권은 현 여당인 국민의힘(지역구)이 90석, 국민의미래(비례)가 16석, 개혁신당이 2석 등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무난히 넘겼다. 반면 야권은 최대 200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방송3사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방어하기 어렵게 됐다. 야권은 현 제1야당인 민주당 159석, 더불어민주연합 12석, 조국혁신당 11석, 새로운미래 1석 등으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 저지에 실패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현 여권이 개선저지선(100석) 확보에 실패하거나, 국회 과반의석(150)을 확보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들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이고 있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도 예정대로 추진될 공산이 커졌다.
빅5 등 대학병원 적자 눈덩이 … “보건의료체계 붕괴 시간문제”
이렇게 되면 우려했던 대학병원의 파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의 빅5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의사들의 집단이탈로 매월 400~500억 원의 적자를 호소하는 등 대형병원 파산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대학병원의 파산 여파는 인근의 대형 문전약국을 비롯, 의약품을 납품하는 제약회사와 도매업계, 의료기기 업계, 심지어 동네병원과 약국에도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한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의대 정원 증원만 고집하고 있어, 결국 대한민국 의료체계와 산업의 붕괴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한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붕괴가 시작됐고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아산 최근 40일 적자 510억 ··· 대학병원들 “병원 존립 심각한 고민”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이탈 이후 무급휴가를 넘어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한 달 10여 일간(2월 20일~3월 30일)의 적자액이 500억 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사실은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이 “최근 40일간 적자가 511억 원 발생했고, 정부 보전은 17억 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단체 메일을 소속 교수들에게 보내면서 알려졌다.
박 병원장은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면 (연말까지의) 순손실이 약 46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인력감축 등 병원 구조조정과 관련 구성원들의 이해를 당부했다. 병상 가동률이 이미 40% 아래로 뚝 떨어진 서울아산병병원은 지난달 15일부터 비상운영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병원측은 그 일환으로 ▲학술 활동비 축소 ▲해외학회 참가 제한 ▲의국비 축소 ▲진료 향상 격려금 지급날짜 조정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박 원장은 서울아산병원의 손실이 큰 이유로 높은 진료 감소율을 들었다. 그는 “서울대병원을 빼면 우리 병원의 진료 감소율이 가장 높다”며, “외래환자 감소율은 삼성서울병원이 11%인데 비해 우리병원은 17%이고, 입원환자 감소율은 서울성모병원이 28%인데 비해 우리는 43%”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은 현재 전공의 520명 중 대부분과 전임의 330명 중 200명 이상이 병원을 떠난 상태다. 교수들도 공식 사직을 통한 병원 이탈이 늘어가고 있다.
서울대·부산대병원 등 마이너스 통장 한도 크게 늘려
파산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은 서울아산병원만이 아니다. 의사 부족으로 환자수와 진료·수술건수가 급감하면서 대다수 대학병원들은 일반병실 수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병동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등은 당장 4월 급여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크게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환자수가 급감하자 일부 대학병원들은 수도권 지역의 분원 폐쇄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공의 사직 사태 직후인 올해 2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경영 현황을 긴급 점검한 결과, 총 4238억 3487만 원의 의료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병원당 85억 원 정도의 수입이 감소한 셈이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의료수입액 감소액은 평균 224억 75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병상수가 더 많은 빅5병원의 경영난 호소가 엄살이 아닌, 현재 진행형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1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병원도 최근 한 달 사이 300억 넘는 적자가 발생했는데 억지로 견디고 있다”며, “병원이 존립할 수는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성격상 기존의 정책을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에 더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제약·의료기기·약국 경영도 비상 … “보건의료산업 붕괴 시작”
의료기관들의 경영 악화는 제약회사와 의약품 도매업체, 의료기기 업계, 문전약국, 심지어 동네병원과 동네약국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기관은 모두 의약품의 개발·생산·유통, 처방 및 소비에 이르기까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1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학병원은 단순히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연구와 의약품 처방 등 제약산업 발전의 한 축”이라며, “대학병원의 붕괴는 자연스럽게 많은 제약회사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