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 보게 될 것”
“의대 증원은 나무 가지 다듬으면 될 일을 나무 뿌리 자르는 격”
“교수들의 사직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의 최전선에서 병마와 싸워가며 환자들을 지키고 있는 분들이 의대 교수들이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결정인가를 정부는 알아야한다. 이제 5월이 되면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을 놓고 “나무의 가지를 다듬으면 될 일을 뿌리를 자르는 격”이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참담한 의료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의사단체로서 사실상 정부를 향해 내놓는 마지막 경고 또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24일 의협 비대위가 내놓은 전망을 보면,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을 멈추지 않고 이대로 가면 전국 40개 의과대학 1만 8000명의 의대생들은 1년 동안 사라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사직서를 낸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 2000여 명은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떠나간 전공의들이 언제 돌아올 지 기약도 할 수 없다.
수련을 포기하고 수련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공의라는 축을 잃어버린 수련병원은 대체인력으로 축소된 진료형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일부 병원들은 도산하고 파산에 이르게 될 위험성도 있다. 연관된 산업분야의 피해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안 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전국의 의과대학은 8000명의 의대생에 대해 1학년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이들은 6년동안 말도 안 되는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게 된다”며, “그동안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학생들이 의사국시에 지원하지 못하는 대학들도 속출하게 되고 이는 의사 수 증가가 아닌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어 “2025년에는 신규 의사 배출이 되지 못한다”며, “이는 공중보건의로 들어갈 최소한의 인원도 배정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줄어든 공중보건의 인력이 더 줄어들면 지금도 부족한 지방의료, 공공의료를 그나마 지탱해 온 최소 인력도 공급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필수의료, 지방의료, 공공의료를 이야기한 정부가 현재 무리하게 진행하는 증원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실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환자의 고통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비대위는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분들의 어려움은 더 언급할 것도 없다”며, “이런 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필요하지만 나무의 가지를 다듬으면 될 일을 지금과 같이 나무 뿌리를 자르는 일이 되면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지방의료를 담당하는 공보의와 군의관을 대학병원 등에 파견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비대위는 “진료지원인력들은 지금 현장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며, “이런 대체 인력 등에 투입되는 예산이 필수의료에 지원된다면 지금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우리나라의 하루는 다른 나라의 열흘과 같다”며,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며칠이 문제 해결의 시간이 되기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대하겠다. 결정은 대통령께서 해주셔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