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5년제 단축·학칙 개정 지시는 부당한 간섭”

전의교협·전의비, 의대 교수 대상 긴급 설문조사 실시

2024-10-28     박원진 기자

의대 교수의 절대 다수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생 휴학승인 불허방침이나 의과대학 5년제 단축, 의과대학 학칙개정 요구 조치 등을 부당한 간섭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교육부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관련 시행령 개정은 어용 평가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 의료상황에서 번아웃되고 있는 절대 다수(90%)의 의대 교수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의대 지원자 폭증)과 관련, 내년도 의과대학 전형에 면접관 등으로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이달 25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오전 10시까지 24시간 동안 전국 40개 의대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다. 설문 항목은 모두 5개 였다. 

먼저 “교육부의 의대생 휴학 불허 행정지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첫번째 질문(응답수 3074명)에 98.7%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잘못된 조치”라고 답했다. “필요한 조치이다”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0.5%와 0.8%에 그쳤다.

“의대교육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하는 교육부의 복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응답수 3071명)는 질문에는 “의학교육 수준을 떨어뜨리는 조치”(97.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필요한 조치”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0.6%,  1.6%로 미미했다. 

“교육부가 각 대학에 구체적인 사항까지 학칙개정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응답수 3073명)에도 “대학 학칙은 (정부의 관여가 아닌) 대학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응답(98.9%)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 의료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25 대입 전형(면접관 등)에 참여할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응답수 3072명)도 했다. 그 결과 89.8%가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답했고 “참여할 여력이 있다”는 응답은 4.6%에 불과했다. 이는 사실상 의대 교수들이 2025년도 대입 전형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밖에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등에 관한 일부개정안이라는 의평원 관련 시행령 개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응답수 3076명)에는 96.5%가 “의평원 역할을 무력화시키는 시도이므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의교협 및 전의비측은 이번 설문 결과와 관련, “교육부는 더 이상 의대 학사운영, 학칙 제개정에 간섭하지 말라”며, “휴학 승인, 의평원 관련 시행령 개정안 철회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선결조건이 아닌 상식적으로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로는 안된다”며, ”교육부는 빠른 시일 내에 2025년도 의대입시 전형에서 과감하고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설문결과는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의대 교수의 90% 이상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의대생 증원 과정에서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문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은 어용 의평원 만드려는 시도”

앞서 의대 교수들은 지난 21일 의학 교육 평가·인증에 관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을 두고 ‘어용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규탄하며, 시행령 개정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지난 21일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의학 교육의 마지막 보루인 의평원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평원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장 철회하라”고 성토했다.

의대 교수들의 이같은 입장은 교육부가 지난달 26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당시 “인정기관의 공백으로 대학과 학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정기관이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개정 사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기존 인정기관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의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 의대 등의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 하기 전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런 내용 때문에 의사 단체들은 규정 개정을 통해 교육부가 의평원의 인증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