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무리한 의대 증원으로 모든 것 붕괴”
의대 교수 대상 조사 결과 발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정원 증원으로 교수들이 진료에만 매달리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의과학 연구 역량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최근 의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비대위는 “11월 12~15일 조사결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의학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은 이전에 비해 3 분의 1 수준(35.7%)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과거 연구에 10 시간을 썼다면 현재는 3.5 시간 밖에 쓰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들 진료업무 유지도 힘든 상황...연구시간 3분의 1로 감소”
비대위는 “연구 역량의 하락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데에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림을 고려할 때,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파행적 상황은 내년 이후부터 실제 연구 성과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비대위는 “당장 급한 진료 업무만을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오랜 시일을 투자해야 하는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며 “이번 조사 결과 교수 10명 중 7명은 24시간 근무 후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절반 가까이(45%)가 주 7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진료량 축소 조치 등으로 사태 초기에 비해선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대다수의 교수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있는 상태”라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9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앞으로도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무리하게 추진한 의대 증원 여파가 현 의료체계의 붕괴를 넘어 한국 의료의 모든 것이 붕괴되고 있다는 의미여서 대한민국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속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한림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의학분야 연구 논문 수는 세계 13위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최근 몇 년간 정체 상태에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연구 성과는 오히려 줄어들고 다른 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공계는 미래 인재 사라지고 의학계는 연구역량 소진...초유의 상황”
비대위는 “이공계의 미래 역시 암담하기만 하다”며 “세계적으로 첨단과학 분야의 연구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되고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를 가기 위해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두고 있다. 이공계는 미래 연구 인재가 사라지고 의학계는 연구 역량이 소진되는 초유의 상황인 것”이라고 개탄했다.
비대위는 “이것이 모두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서 비롯되었다”며 “이번에 무너져버린 연구 역량을 복원하는 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한탄했다.
비대위는 특히 “의과학 연구 역량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그러나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의학계의 연구 역량은 10년 이상 퇴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개혁이란 미명 아래 밀어붙이는 정책이 국가 미래를 책임질 연구 역량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