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M&A 80%는 1000억원 미만 소규모

지난 5년 M&A 48건 가운데 42건 지분인수 거래 글로벌 수준 흡수합병 추진 위해 제약사 인식 전환과 정부 지원 필수

2025-03-05     이창용 기자

국내 제약 기업들의 M&A(인수합병)는 1000억 원 미만 소규모 거래와 지분인수 형태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준의 흡수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약사의 인식 전환과 정부 지원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이 4일 펴낸 바이오헬스산업브리프에 따르면, 지난 5년(2020년~2024년 11월) 사이 이루어진 국내 제약 산업 M&A 건수는 모두 43(비공개 등 거래 규모 확인 어려운 5건 제외)건이었다. 이 가운데 1000억 원 미만 거래가 34건으로 전체 거래의 79%를 차지했다.

1억 달러 이상 규모 거래는 9건으로, 대부분 셀트리온·롯데·SK 등 대기업 중심이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BMS시큐러스 공장 인수, SK팜테코의 미국 CGT(Cell-Gene Therapy·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인 CBM인수, SK바이오사이언스의 IDT바이오로지카 인수, CJ의 네덜란드 CGT CDMO인 바타비아 인수가 여기에 포함된다.

국내 기업들 사이 거래(Domestic M&A)를 살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단독경영을 위한 바이오젠 보유지분 인수건 이외에는 1000억 원 미만 소규모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이들 거래는 주로 신기술 확보를 통한 신약 개발 역량강화 또는 사업다각화가 목적인 지분 인수 거래로 분석된다.

유한양행, 일동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등 중견 제약사의 바이오벤처 지분 투자를 통한 경영권 확보가 그 보기다.

유한양행은 ‘프로젠’ 인수를 통해 다중표적항체기반 플랫폼 기술을, 일동제약과 제넥신은 각각 ‘아이리드비엠에스’와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인수를 거쳐 TPD 관련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동아에스티는 ‘앱티스’ 인수를 통해 ADC플랫폼 기술을, Dx&Vx는 ‘에빅스젠’ 인수를 통해 세포조직투과전달 플랫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 M&A는 대부분 지분인수 형태로 추진되어 산업 전반에서 글로벌 수준의 흡수합병 추진을 위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

실제로 지난 5년 사이에 있었던 국내 제약바이오 M&A 48건 가운데 87.5%에 해당하는 42건이 지분인수 거래였다.

보산진은 “IPO(기업공개)의 대체 출구 전략으로 쓸 수 있는 M&A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2023년 기준 IPO를 선택한 사례는 5%고, M&A 사례는 95%로, M&A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반면, 국내는 IPO를 선택한 기업이 42%였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IPO가 사실상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보산진은 “산업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회수 과정이 IPO에만 편중되어 있고 M&A는 외면을 받고 있다”며, “시장변화 대응과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갖추기 위해 M&A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산진은 “글로벌 수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흡수합병을 통한 M&A는 PMI(합병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 과정까지 생각하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와 실패 확률이 높은 전략”이라며, “국내 산업 내 성공적인 M&A에 대한 노하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전통 제약사들은 그간 제네릭 위주 사업 구조 탓에 M&A 대상으로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오너 경영체제로 M&A에 소극적인 면이 있었 때문에 긍정적 인식을 넓히고 M&A에 대한 역량 강화를 위해 실무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추진하는 제약바이오 펀드 내 의무 투자 비율 요건에 M&A를 추가하거나, M&A만을 목적으로 한 정부 펀드를 신규 조성하는 방법과 같은 활성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