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문제가 곧 보건의료”···병원 ESG 중요성 커져
전 세계 탄소 배출량 4.4% 보건의료 분야서 나와 "필요 이상으로 공급되는 의료 서비스 양 줄여야"
세계보건기구(WHO)가 ‘기후 문제는 곧 보건의료 문제’라고 규정한 가운데, 병원의 ESG 경영 역시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 과도한 의료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광점 가톨릭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는 1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전문가가 주목한 Biohealth Focus 2025’에 기고한 ‘보건의료분야의 ESG 경영’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ESG 경영(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가장 중요한 화두를 탄소중립(Decar bonization)의 실천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보건의료 분야 조직들이 기능을 수행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량은 환경에 미치는 위해도가 상당한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문제로 건강을 해친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수가 많을수록 병원은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글로벌 수준 경영을 하는 기업에 ESG 경영 활동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아직 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몇몇 병원에서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부 영역에 한정된 활동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의료기관 중 ESG 활동을 수행하고 정식 보고서를 발행한 병원은 삼성서울병원과 고대의료원 뿐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는 의료기관에 특화된 보고 가이드라인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고 관련된 전문 기관도 부족하다”며, “의료기관들은 일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가이드라인을 준용하고 활동을 수행하고 보고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국제 보건의료 분야의 기후 위기와 관련해 ▲과도한 의료 수요의 억제,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는 정도의 의료 서비스 제공, ▲의료 서비스 공급 과정에서의 탄소 감축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아직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나라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탄소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진국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의료 수요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탄소 배출량 측정 연구’(Emission Research)다.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대한 정밀한 측정이 이루어져야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취 가스의 종류나 수술 및 치료 과정에서의 사용 재료, 기법 등에 따라서 탄소 배출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 EGS 경영은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업무 분장상 기후 문제의 주관 부서는 환경부고 보건 의료문제의 주관 부서는 보건복지부다. 그런데 ‘기후 문제가 곧 보건 의료문제’라는 인식을 받아들인다면, 두 부서 사이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관련된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고 관련된 지식과 기술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하면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관련성도 강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은 말 그대로 ‘범부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의료 서비스의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우선적인 과제는 의료 서비스 제공량 자체의 축소”라며, “의료 서비스의 과도한 소비와 생산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고민이 2024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는데, 의학적 필요가 적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서비스 제공을 줄이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는 2025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