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간호법 시행령·규칙 제정안 입법예고

2025-04-25     박원진 기자

보건복지부가 논란속에 있는 간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25일 입법 예고했다. 예고 기간은 오는 6월 4일까지다.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수급 및 전문성 향상과 이를 통한 간호서비스의 질 제고를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2024년 9월 20일 제정됐다. 이번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은 2025년 6월 21일 시행이 예정된 간호법의 위임사항을 정하는 것으로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5가지다.

첫째, 기존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 및 전문간호사의 면허와 자격, 간호조무사의 자격, 국가시험, 간호사중앙회의 구성 등 관련 사항을 이관한다.(시행령 제2조, 시행규칙 제2조 등) 둘째, 법 제20조에 따라 인정된 간호조무사 협회의 설립, 정관에 관한 사항, 윤리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시행령 제21조, 시행규칙 제19조 등) 셋째, 법 제27조에 따른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시행규칙 제23조) 넷째, 법 제35조에 따라 위임된 연도별 간호정책 시행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 및 법 제37조에 따른 간호인력 실태조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시행령 제24조, 시행규칙 제26조) 다섯째, 법 제38조에 따라 위임된 간호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다.(시행규칙 제27조) 등이다.

진료지원업무의 세부적 기준과 내용 등을 정하는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은 관련 단체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토대로 하위법령(안)을 마련 중인 상황으로, 복지부는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 의견은 6월 4일까지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또는 국민참여입법센터로 제출하면 된다.

21개 간호사 단체 “신경림 회장, 밀실정책 중단해야”

하지만, 하위법령 제정을 두고 간호계내에서 반발이 거세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전날인 24일 한국간호과학회 포함 21개 단체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집행부가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밀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원의견을 경청하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간협은 지난 4월 10일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진료지원업무 등에 대한 간협 입장을 발표했는데, 행사를 주관한 간협의 진료지원업무에 대한 발제 내용은 많은 우려를 낳았고, 토론회 당일 백지 자료집을 배포하여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회원들을 경악케 했다”고 분노했다.

간협이 당사자나 회원들의 의견수렴도 없이 진료지원업무 제도를 18개 세부 분야로 구분하는 의견을 제시하자, 간호계 21개 단체가 공동 입장문을 통해 회원 의견을 경청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간협의 발제 내용은 현재 여러 분야의 특성을 모두 갖는 환자들의 증가에 따라 13개 분야의 전문간호사제도를 5~6개로 통합하려는 논의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진료지원업무의 18개 세부 분야에 대한 자격증 관리를 간협이 하겠다고 나서는 대목이다. 그동안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의사의 업무가 간호사에게, 간호사의 업무가 간호조무사에게 떠넘겨지는 현 의료시스템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간협은 ‘간호사를 위한 간호법’이라는 공허한 구호 하나로 PA법과 다름없는, 내용 없는 간호법 통과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그 법을 통해 오랫동안 전문간호사들을 양성해 온 간호교육계를 무시하고 13개 전문간호 분야를 통합하기는커녕 18개로 세분하여 자격증 관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자격증을 둘러싼 이득만 챙기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간협이 발제 내용을 당당히 공개하지 못하고 백지 자료집을 배포함으로서 밀실 선거, 밀실 운영으로 일관하는 기존 모습에 더해 이제는 간협의 입장마저 밀실로 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는 “간호법 하위법령과 관련된 내용은 임상 간호사 전체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 토론회에 대해 해당 학회 등의 입장도 무시하고 회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입장을 어디서 누가 정리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을 얘기하면서 근무부서별, 근무조별 간호사 정원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신경림 회장의 1호 공약부터 깊이 있는 대안을 내놓고 토론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병원 현장 간호사들에게 가장 절실한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 법제화는 아무 내용도 없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간협은 회원중심의 거버넌스, 회원을 위한 대한간호협회라는 신경림 회장 공약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전과 똑같이 ‘회원 무시’를 기본 운영지침으로 하고 있다”며 “간협 직선제를 오랜 기간 요구하며 회원 서명, 기자회견, 1인 시위를 이어온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면담 요청에 대해서 여전히 거부하는 것이 그 증거”라고 일침을 가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간협과 신경림 회장을 향해 ▲간협은 구체적인 간호인력법제화 방안을 제시하고 신경림 회장은 공약을 이행하라 ▲간협은 간호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입장을 공개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라 ▲간협은 회원 중심의, 회원을 위한 조직으로서 행동하는 간호사회 면담 요구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참고로 이번 성명에 이름은 올린 간호사단체는 다음과 같다. 간호정치네트워크,  대한간호정우회, 대한외상간호사회, 대한외상간호학회, 대한장기이식코디네이터협회, 대한체외순환사협회, 임상간호연구집담회, 젊은간호사회, 한국간호과학회, 한국간호교육학회, 한국간호행정학회, 한국기본간호학회, 한국기초간호학회, 한국성인간호학회, 한국아동간호학회, 한국여성건강간호학회, 한국전문간호사협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지역사회간호학회, 한국중환자간호학회, 행동하는간호사회(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