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없이 빠르게···감염병 현장 진단기술 뜬다
등온 핵산 증폭·CRISPR·Argonaute … 감염병 진단 기술의 최신 흐름
최근 감염병을 현장에서 진단하는 현장 진단 기술이 질병치료의 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관련 연구도 여느때보다 활발하다. 현장 진단은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하는 진단 검사로, 검사 장치가 있는 실험실로 검체를 보내 진단하는 전통적인 실험실 진단과 다르다.
현장 진단은 특별한 실험 장비 없이 병원, 응급실, 약국, 가정 등 환자와 가까운 장소에서 검사할 수 있는 덕분에 감염병 대응이나 응급의료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실험실 및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저소득·중소득 국가의 감염병 대응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감염병기술전략센터는 최근 발간한 ‘감염병 현장 진단 기술 연구 동향’에 따르면, 현재 현장진단의 속도·민감도·정확도·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감염병 현장 진단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장 진단 기술은 등온 핵산 증폭 기술, CRISPR, Argonaute 기반 분자 진단 기술, 측면/수직(LFA/VFA) 흐름 분석 등이 대표적이다.
PCR 없이도 빠르고 정확하게··· 등온 핵산 증폭 기술
등온 핵산 증폭 기술은 고온의 열 주기 없이 일정한 온도에서 병원체의 유전자를 증폭하는 기술이다. 코로나 검사로 많이 알려진 PCR검사보다 빠르고, 복잡한 장비도 필요 없어 저자원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 기술은 LAMP(Loop-mediated Isothermal Amplification-루프매개 등온증폭)와 RPA(Recombinase Polymerase Amplification-재조합효소증폭)가 대표적이다.
일본 에이켄 화학이 1998년 개발한 LAMP기술은 4~6개의 프라이머(DNA를 복사할 때 출발선이 되는 짧은 DNA 조각)와 Bst DNA 중합효소를 이용해 60~65℃의 일정한 온도에서 DNA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킨다. 반응 속도와 민감도, 특이도 면에서 우수하다. 하지만 프라이머 설계가 복잡하고 여러 유전자의 동시 증폭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PA기술은 재조합효소(DNA를 여는 효소), DNA 중합효소(DNA 복사효소), SSB 단백질(풀린 DNA 가닥을 안정시키는 단백질) 등을 사용하여 37~42℃에서 DNA를 증폭한다. ASM Scientific Ltd가 2006년 개발했다. 현재까지 임상용 제품은 없다. 다만, 트위스트Dx(TwistDx),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 뉴 잉글랜드 바이오랩스(New England Biolabs) 등 기업이 연구용 진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로 신속 진단··· CRISPR 기반 진단 기술
CRISPR(크리스퍼) 시스템은 특정 유전자 서열을 인식해 잘라내는 기능을 이용해 감염 유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CRISPR 기반 진단 플랫폼은 표적 서열 인식 시 주변의 핵산을 비특이·무작위적으로 절단하는 Cas12a/Cas13a 시스템을 활용해 핵산 신호를 증폭하고 민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표적 서열에 의해 Cas12a/Cas13a가 활성화되면 형광이 달린 DNA/RNA 센서를 잘라 형광 신호 방출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Cas12a는 DNA를, Cas13a는 RNA를 인식하고 자르는 CRISPR 가위 단백질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One-pot 시스템, 즉 한 용기 안에서 증폭과 진단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Cas 단백질(크리스퍼 시스템에서 유전자를 자르는 가위가 되는 단백질) 변형이나 신규 단백질 탐색을 통한 민감도 향상 연구도 활발하다.
상용화된 CRISPR 기반 진단 제품으로는 미국 셜록 바이오사이언스(Sherlock Biosciences)의 ‘Sherlock CRISPR SARS-CoV-2 Kit’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CRISPR 기반 클라미디아·임질 진단키트에 대한 임상도 시작했다.
CRISPR의 경쟁자, Argonaute 단백질 기반 진단 기술
이 기술은 miRNA·siRNA 등 가이드 DNA를 이용해 표적 유전자를 인식하고 절단하는 기술이다. CRISPR보다 유연한 설계가 가능하며, DNA를 자를 위치를 알려주는 짧은 신호인 PAM 서열이 필요 없어 다중 검출에 유리하다.
특히 고온에서도 활성화되는 PfAgo, TtAgo 단백질이 많이 활용되며, DNA 증폭 없이도 높은 민감도로 진단이 가능하다. PfAgo 단백질을 활용하는 플랫폼은 핵산 증폭 없이 단백질 마커를 검출하는 NAPTUNE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감염병 현장진단 뿐만 아니라 암 진단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TtAgo 단백질을 활용한 성병 진단용 ‘POC-CANDY’ 플랫폼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종이 위를 흐르는 진단··· 간편하고 저렴한 LFA/VFA 기술
이 기술은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리포터 물질(표적을 만나면 색이나 빛으로 반응하는 신호 물질)이 종이 또는 막 위를 흐르며 표적과 반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항체-항원 반응을 이용한 경우 LFIA, VFIA라고 불린다.
최근에는 낮은 민감도를 개선하기 위해 금 나노입자, DNA 나노구조, SERS(표면 증강 라만 산란) 등을 결합한 연구가 활발하다. SERS는 금속 나노구조 표면에서 라만 산란 신호가 수백만 배까지 증강되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여 극소량의 물질도 고감도로 검출 할 수 있다.
현재 SERS를 기반으로 LFIA 검출 신호를 분석하여 진단 민감도를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금 나노입자를 약하게 이온화시켜서 항체 흡착을 늘리고 LFIA 민감도를 크게 개선하는 연구도 이어지고있다.
스마트폰으로 감염병 진단··· AI 기반 현장 진단 기술
감염병 현장 진단 기술에 인공지능(AI)기술이 접목되며 더욱 정밀하고 빠른 분석이 가능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AI 알고리즘이 측면 흐름 분석(LFA)이나 수직 흐름 분석(VFA)에 적용되어 미세한 신호를 정확하게 판독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한 판독 시스템이 보급되며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실제로 딥러닝 기반 HCV 진단 장치나 머신러닝을 결합한 라임병 진단 시스템이 개발되었으며, 백금 나노입자와 이미지 분석 기술을 결합한 정밀 진단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AI 기반 진단기술을 쓰는 국내 기업은 노을이 있다. 말라리아 진단 솔루션 ‘miLab™ MAL’, 혈액 분석 솔루션 ‘miLab™ BCM’, 자궁경부암 진단 솔루션 ‘miLab CER’ 등이 이 회사를 대표하는 AI 기반 진단 솔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