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에서 온 12명의 친구들
동경에서 온 12명의 친구들
  • 우건철
  • 승인 2010.11.0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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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sei college of dentistry, Tokyo dental college Exchange program

아이참~!! 언제 오는 거야.. 전광판에 from. Narita - Status. Arrived라는 글자가 찍힌지도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입국 게이트를 바라보며 피켓을 들고 늘어서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아직 우리의 새로운 친구들은 올 기미가 안 보였다.

무더운 여름, 8월 16일 ‘아무리 드레스 코드가 정장이라곤 했지만, 설마 이 삼복더위에 양복상의 까지 입어야 하진 않겠지......’라는 헛된 희망도 잠시 가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외국에서 온 손님을 맞는 공.식.적.인. 자리니까. 이미 셔츠 안은 땀이 더위로 상기되어 그저 빨리 인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광복 65주년 다음날 일본에서 오는 친구들.. 설레면서도 싱숭생숭했다.

오우! 드디어 정장 입고 들어서는 일본인 무리 등장! 반갑고 설레고 떨리는 마음에 준비했던 고니찌와 보다 먼저 나간 만국 공용어 ‘Hi^^;;'. 이렇게 우리는 「Kaoru, Tosh, 대환, Nami, Sayaka, Akihiro, Hosh, Mai, Yosh, 린, Kumiko, 세진」이라는 12명의 일본에서 온 친구들과 Sato, Ken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 교수님들과 일본 친구들 앞에서 ‘미나상, 고코루요리 간케이 이따시마스, 와타시와 간코쿠노 각세이 카이쵸 우건철 데스.(여러분, 한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학생회장 우건철입니다.)’로 시작한 어색한 인사. ‘만남은 항상 설레고 즐거운 것이며 만남이라는 건 우리네 삶에 변화를 주는데, 나는 이번 Exchange Program을 통한 만남이 우리 삶에 분명 커다란 긍정적 변화를 줄 것 같다’는 월요일 아침 교장선생님 훈화 같은 내 환영사와 함께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알렌관에서 사물놀이 동아리 ‘얼울림’의 신나는 공연을 통해 우리 소리를 함께 즐긴 후, 일본친구들에게 ‘소맥’이라는 신선한 문화를 알려줬다.

일단 그 친구들은 ‘Mixed Alcohol’이라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으면 익숙해지면 되지? 너희들은 이제 소맥을 시작으로 양맥, 막쏘, 막사, 소막사, 소백산맥 등 문화적 융단폭격을 경험할 것이야^^” 각 테이블을 돌면서 ‘In Korea, Traditionally first shot is one shot, no excuse~’라며 소맥으로 첫날밤을 불태웠다. 역시 경계를 무너뜨리기엔 적당한 음주가 필요하지? ㅋㅋ

허덕허덕 이튿날! 첫 일정은 김성택 교수님의 Botox 강의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만큼 일본에선 Botox를 이용한 시술이 대중화되지 않은 듯했다. 신문물(?)을 접한 우리의 친구들은 다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의를 들었다. 몇몇 광란의 밤을 함께 했던 일본 친구 들 몇몇이 책상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이겼다는 뿌듯함도 느껴졌다^^

우리의 23차 학생교류 발표주제는 Culture part에선 ‘양국의 미남 미녀에 대한 기준’, Medical part에선 ‘양국의 특별한 치과’였다. Culture part 발표 땐 한류열풍, 일본 드라마 덕분인지 서로 상대방 나라의 훈훈한 미남 미녀들을 알아보며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냈다. Medical part에선 우리 측에 이상희(치전 09)누나가 김영환( 기)선배님이 운영하시는 ‘e-믿음치과’를 조사, 발표했는데 한옥, 창고, 카페, 어린이 도서관 등 다양한 컨텐츠를 주제로 운영되는 치과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에선 Enomoto Nami씨가 Aroma, 기(氣), 마사지, Doctor fish 카페(각질 먹는 물고기) 등 서비스업과 함께 운영되는 치과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Nami의 부연 설명으로는, 현재 일본에서는 편의점 개수보다 치과 개수가 많아 보일 정도로 경쟁이 심화되어, 다양한 업종과의 결합을 시도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다양한 문화 컨텐츠와 함께하는 치과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일본 친구들의 복장이었다. 모두가 유카타를 차려 입고 발표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멋지기도 하고 부러웠다. 우리도 한복이라는 멋진 옷을 가졌지만, 이미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옷이 되어버렸다. 반면 그들은 유카타라는 전통의상을 마을 축제 때 함께 입고 즐기기도 하고, 평소에도 일상복처럼 입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자신의 전통 문화를 소개 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소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러웠고, ‘우리도 전통 문화를 좀 더 가까이 해서 잘 이어나가야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후엔 우리학교 사무팀에 심양훈 선생님께서 교관으로 계신 Extreme 수상 스포츠센터로 가서 피넛 보트, Flying fish, 바나나 보트, 수상스키 등을 즐겼다. 일본에선 수상 스포츠가 너무 비싸서 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이런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신 사무팀의 심양훈 선생님과 장용현, 김광연 선생님 그리고 학생부학장 김희진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밤에는 경기도 양평의 양평벨리로 이동했다. 양평벨리는 ‘장미의 전쟁’으로 유명세를 탄 팬션단지 인데 새터(새내기 새로 배움터)때도 몇 번 가서 굉장히 익숙하다. 그 근처 장어 양식장에서 사온 양식 장어, 공장에서 갓 생산된 현지 막걸리, 참숯 불고기를 통해 우리는 또 하나가 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땅따먹기(일명 ‘의리게임’-냄비에 갖가지 술과 음료, 과자, 기타 등등을 섞고 가위·바위·보를 통해 진 팀이 이를 해결하여 팀 내 의리를 보여주는 게임)을 포함한 Korea Dynamic 미팅 게임, 각 국 노래 경연대회를 통해-진 나라 마시기 등의 놀이를 하며 우정을 다지며 밤을 지새웠다.

사흘째 오전엔 내린천에 가서 레프팅을 즐겼다. 우리는 손님에 대한 예우를 갖추겠다며 "하나, 둘!"로 하던 구령을 "이찌, 니!"로 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음도 어렵고 구령 같지도 않은 느낌에 다들 곧 "One Two, One Two!"라고 외치고 있었다. 거기다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 이런 구호를 다 영어로 하려니 배가 자꾸 산으로 간다. 더군다나 급하면 튀어나오는 건 역시 우리말이었다. 3개 국어가 정신없이 튀어 나오며 우왕좌왕하다가 배가 몇 번 뒤집혔는데, 한국 계곡 물 좀 먹고 나니까 일본 친구들도 ‘앞뒤좌우, 하나, 둘’은 확실히 배운 듯싶었다.

오후엔 설악산 구경을 갔다. 처음 가보는 설악산이라 몹시 설렜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설악산의 절경은 말 그대로 병풍이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에선 이런 절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짝꿍인 카오루가 이야기 해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으로 단풍이 물드는 곳이 이곳이며, 그때는 온 산이 발그레 물든다’고 얘기해주었더니, 카오루가 ‘그때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대신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다. (발그레를 영어로 어떻게 얘기 했을지 궁금하다-_- 편집자 주.)

저녁을 먹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강릉의 한 횟집으로 가는 길에 설악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영어가 짧아서 설명해 주기가 참 힘들었다. ‘설악산 올라가다가 귀여운 다람쥐를 봤다’고 얘기하려는데 ‘Squirrel’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생각이 안 나는지.... “You know, it looks like mouse. but more cute” 두 주먹을 볼에 갖다 대어보기도 하고 나중엔 “It's kind of.... cousin of mouse!!!!!”라고 설명했더니 카오루가 갑자기“Squirrel?"이라고 했다. 정적이 흘렀다. 내 짧은 영어가 부끄럽기도 했다. 이미 뒷좌석에서는 킥킥 거리고 뒤집어져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모자란 영어로나마, 호기심 많은 카오루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강릉에 도착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회와 소주 한잔은 도저히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일본 친구들에겐 참이슬에 있는 효리 사진을 잘라 잔 밑에 붙여서 ‘효리주’라는 새로운 문화를 알려주기도 했다.

다들 강릉에서 숙소인 양평밸리로 돌아오는 2시간동안은 모두가 잠들었다. 2시간 쉬고 도착한 양평밸리에서 우리는 마지막 양평에서의 밤을 불태웠다. 미팅게임으로 몸을 풀고 Final round는 춤으로 하나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신 유행하는 가요 ‘Bad girl Good girl’, ‘I my me mine’, ‘Queen’ 등을 통해 한국의 방송 댄스 문화를 가르쳐 주었다. 꼭 이날을 위해 준비한 방송 댄스는 아니지만 방학 내내 학원을 다니며 열심히 배운 나보다 뮤직뱅크를 보며 틈틈이 연습한 오지언(본1)씨와 오영렬(본1)이가 더 잘 춰서 씁쓸했다. 역시 재능은...킁

4시. 최후의 생존자는 7명이었다.(Kaoru, Tosh, Rin포함) 팬션 사장님도 우리가 그때 까지 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던지, 코인이 떨어진 노래방 기계가 꺼져 버렸다. 망연자실한 우리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양평에서 공중보건의를 하고 계신 송다운(36기) 선배님이 찾아오신 것이다. 물 좋은 곳(!)을 데려가 주겠다는 한 마디에 따라 나선 우리는 차 한 대에 8명이 낑겨 타고 20분을 달려 ‘두물머리’라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곳으로, 잔잔한 물가의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말 연인들이 오기엔 딱 좋아 보이는 ‘물 좋은 곳’이었다. 평상에 드러누워 새벽 물안개 사이로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며 마지막 남은 막걸리 한 동이를 비워 내고, 상쾌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학부생 때에 교류 행사를 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잊을 수 없어서, 그리고 우리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 주고 싶어서 찾아 오셨다는 송다운 선배님. 이 지면을 빌어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 날은 각 조마다 서울 자유 투어 시간이 주어졌다. ‘짧지만 밀도있게 서울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버스를 타고 창덕궁으로 가는 길에 3.1운동 기념관, 독립기념관,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상을 지나갔다. 카오루에게 손짓 발짓을 동원해 설명을 하다가, 문득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생각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론 서로 좋은 방향으로 멋진 우정을 쌓는 이웃나라가 되자고 훈훈하게 결말을 지었다.
 

약 5시간 동안의 서울 투어동안 창덕궁 후원도 구경하고 인사동, 쌈지길을 돌아다니며 스티커 사진도 찍고 한과와 팥빙수 가래떡 등 도 먹으며 다양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빡빡한 일정상 긴 시간을 돌아다닐 수 없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모여서 저녁식사를 한 뒤 각 조마다 다시 약간의 자유시간을 가지며 서울의 야경을 보고 쇼핑도 한 다음, 여의나루 역에 모여 한강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와 즐겁게 얘기를 나누면서도 이제 몇 시간 후면 헤어진다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그래서 마지막 밤을 끝까지 즐기려는 친구들과 함께 새벽 6시, 동이 틀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석별의 정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환송식.. 일본 친구들이 벌써 돌아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분명 어제 만난 것 같은데, 아직도 할 말도 많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렇게 빨리 헤어지다니... 벌써 몇몇 친구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여 더 마음이 찡했다. 가는 길 내내 울다 그치기를 반복한 파트너 카오루는 인천공항 도착까지 10분정도 남았다고 하니까 그것밖에 안 남았냐고 또 울먹였다.

“안녕, 사요나라”.. 몇 번이나 작별인사를 했지만 그들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나 역시 코끝이 시큰했다. 너무나 착했던 친구들,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들, 꿈같이 지나간 일주일. 8월 내내 짓궂은 날씨에 외출 때마다 우산을 챙겨야 했으나 그 일주일만큼은 하늘도 도왔는지 비도 내리지 않았다. 이렇게 연세대학교 치과대학과 동경치과대학의 23번째 교환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 함께하며 도와준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이번 일을 기획하고 도와주신 여러 선생님들, 특히 김희진 교수님과 사무팀의 김광연 선생님, 장용현 선생님, 심양훈 선생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Yonsei college of dentistry, Tokyo dental college Exchange program이란?
우리 연세대학교 치과대학과 동경치과대학의 학생 교환 프로그램으로 손흥규 교수님께서 1987년 제안하신 이후로 올 2010년 23번째 교류 행사까지 이어오는 교환행사다. 매년 여름방학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홀수 해에는 우리가 가고 짝수 해에는 일본에서 학생들이 오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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