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에게 ‘무과실책임’까지 물어서야
의료인에게 ‘무과실책임’까지 물어서야
  • 덴탈투데이
  • 승인 2012.01.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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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발의한 지 23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된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등의 조정에 관한 법률(의료분쟁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의사협회의 반대로 수렁에 빠진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겉으로만 보면 법제정을 강력 요구했던 의료계가 이번엔 거꾸로 반대하고 나서니 하는 말이다.

강행하려는 정부와 위헌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료계가 한 치 양보없는 대치국면을 빚고 있다. 양측이 총론에는 찬성,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피해보상 관련 조항에서 이해가 엇갈린 탓이다.

4월 시행을 불과 90여일 앞둔 시점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을 주축으로 한 의료계는 계속 백지화를 요구하며 분만실 폐쇄 카드까지 꺼내드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있다.

최대 쟁점은 법 46조1항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에 관한 규정과 이에 따른 시행령이다. 이들 법규는 무과실인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국가와 동일한 비율로 의료사고 보상비율을 분담토록 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들 규정에 강력 반발한다. 특히 의료사고의 90%가 분만사고임을 감안할 때 직격탄을 맞게 된 산부인과계의 반발이 가장 심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인의 과실이 있다고 판명되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무과실인 경우에도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게 타당하냐는 점이다.

정부는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에도 의료인이 절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처럼 의료분쟁조정법이 없다면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문제를 모두 의료인이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반씩 나누어 진다는 것만으로도 의료인들에게 엄청난 혜택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종래 무과실인 경우에도 일정부분 보상을 해준 것은 법적 책임 때문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감 내지 피해자측과 장기간 분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기관의 명예실추를 막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이 만들어진 이상 무과실인 경우 그 책임이 부정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법 46조 규정과 같이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였다고 결정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피해보상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분만처럼 본질적 위험성을 지니는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설령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다 해도 불가항력적으로 산모, 태아 및 신생아의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의료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게 의료계 정설이다.

이런 경우까지 의료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과실 없는 곳에 책임 또한 없다’는 것은 법의 대원칙이다. 산부인과 진료과목만 역주행할 수는 없다.

공익적 의미가 강한 분만 관련 진료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호해야 마땅하다. 상징적 의미에서라도 의사가 최선을 다한 경우 분만 관련 의료사고 보상은 국가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검토하기 바란다. 의료사고감정단 운용 등 미흡하고 아쉬운 조항들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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