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없이 건강하려면 ‘치주질환’ 치료부터
치매 없이 건강하려면 ‘치주질환’ 치료부터
  • 김혜성 원장
  • 승인 2016.05.1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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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병원장(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평균수명 연장으로 누구나 한번쯤 노인성 질환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중 치매는 한번 걸리면 치료가 쉽지 않고 뚜렷한 예방법도 없는데 ‘내가 과연 치매에 걸릴까?’라는 생각으로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29만4647명이었던 치매환자는 지난해 45만9068명으로 4년 새 16만여명(56%)이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매 환자 중 72%가 ‘알츠하이머’로 나타났는데, 80세 이상 10명 중 2명이 알츠하이머로 진료를 받았고, 50세 미만 치료 환자도 0.5%로 집계되는 등 최근 40~50대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기억을 잃어간다는 알츠하이머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나 효과적인 예방법이 현재로는 없다. 유전적인 요인, 베타 아밀로이드(beta-alyloid)라는 단백질의 과다 생성 등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는 가운데, Public Library of Scicence에서 발간하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치주질환이 알츠하이머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중증도 알츠하이머를 갖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치주질환 여부 검사한 뒤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분류하고, 그들의 인지 능력을 각각 테스트했다. 6개월 뒤 다시 그들의 인지능력을 테스트해 비교 실험한 결과 치주 질환이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인지능력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6배가량 빠르게 퇴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성 싸이토카인을 검사한 결과 치주 질환이 있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염증성 싸이토카인이 높게 나타났다.

몇 년 전부터 치주 질환이 뇌혈관 질환은 물론, 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 또한 진지발리스(P. gingivalis)라는 세균이 잇몸에서 염증성 싸이토카인을 증가시켜 뇌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발병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증빙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잇몸병을 간과하고 있지만 치주 질환이 다양한 전신질환에 관여하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치주염 환자 차트 사진

치주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입안에 번식하고 있는 세균 때문이다. 사람의 입속에는 ‘치주포켓’이라 불리는 세균주머니가 있는데 잇몸과 치아의 경계에 있는 포켓 모양의 틈을 말한다. 입안의 세균이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잇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이 부분 칫솔질을 꼼꼼히 해야 한다.

또한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가 당분과 결합하면 치태나 치석을 생성하는데, 치석은 치태와 타액(침)이 치주낭의 칼슘 및 인 등 무기질과 결합해 굳은 결정체로 치주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침은 치태를 어느 정도 씻어내는 역할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침샘이 위축돼 치태 생성을 일으켜 치주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에는 만성 피로로 인한 급격한 면역력의 저하나 스트레스, 과한 음주나 흡연 등 치주질환의 원인도 다양해지면서 젊은이들에게도 흔한 질병이 됐다. 치주질환은 별 통증 없이 진행되므로 바쁜 일상 속에서 무관심 속에 방치하고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쉽다는 것이 문제다.

치주질환은 자각 증상이 없지만 이를 닦을 때 출혈이 있거나, 잇몸의 부종이 생기는 등의 증상은 초기에 빈번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있으면 되도록 미루지 말고 치과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잇몸질환이 다른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만큼 건강을 위해 평소 정확한 양치질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정기검진을 받아 초기에 치주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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