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대학 의대생, 국시 실기 접수 취소
40개 대학 의대생, 국시 실기 접수 취소
  • 임도이 기자
  • 승인 2020.08.25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대협 "총 2800여명 참여 ... 전체 의대생의 92.9%"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거부 및 집단 휴학을 알리는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거부 및 집단 휴학을 알리는 조승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국가시험 응시자 대표를 선두로 2800여 명(92.9%)의 학우들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를 취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의대협은 이날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국가시험 응시자 대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성명은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관문이자 의료인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시험을 포기하는 행위는 결코 누구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국가시험을 거부함으로써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의료 정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실기시험 전부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국가시험 응시자 대표 공동 성명서

정부는 의료 현장의 문제에 대해 의료계와 함께 고민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해결책을 도모하라

 

지난 8월 18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국가시험 응시자 대표를 선두로 2,800여 명(92.9%)의 학우들이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를 취소했습니다.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관문이자 의료인으로서의 첫걸음을 내딛는 시험을 포기하는 행위는 결코 누구에게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시험을 거부함으로써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는 의료 정책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미래의 의료인으로서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이유로 국시 거부에 동참하지 못한 학우들 또한 연대의 뜻을 밝혔고,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기를 바라는 의지와 염원이 모여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는 가히 기형적인 구조를 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년 심해지는 필수 의료 분과 기피 현상을 필두로, 뒤틀린 의료 전달 체계와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 등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정부는 일방적으로 (1) 공공의대 신설, (2) 의대정원 확대, (3) 한방 첩약 급여화, (4) 비대면 진료 등의 근시안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미비한 의료 전달 체계와 필수 의료 분과 기피 현상의 원인은 무시한 채, 의사 수 증원을 통해 표면적인 문제만을 해결하겠다는 안일한 대책입니다. 더욱이, 체계적인 연구로 효능이 입증된 항암제는 배제하면서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첩약에는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붓겠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심지어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서는 ‘시·도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발하겠다는 모호한 규정만을 공개하고,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조차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은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한정된 의료자원을 분산시켜 반드시 필요한 곳에 의료 공백을 초래할 뿐입니다. 정부는 현 정책의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의료 전문가와 함께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여 원인을 찾는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의료 취약 지역의 발생이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필수 의료 분과 기피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효능이 불분명한 첩약에 급여를 산정하는 행태를 멈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현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단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정책에 머물 것입니다. 

현재까지 정부는 현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엄중한 위기 사태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도모하고자 수차례 정부에게 대화를 제안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로 일관하면서, 이제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의미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비 의료인으로서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정부의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정책 추진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요구합니다. 타당성과 실효성이 결여된 정책을 철회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의료계와 협력하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도모하여 주십시오. 이후 의료계와 함께 진정 대한민국 의료 현장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근거 중심으로 논의할 대화의 장을 열어 주십시오. 진정 무엇이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의료인지 재고해 주십시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이 우리도 장차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일순위로 삼는 의료인이 되겠습니다. 젊은 의학도가 소신 있게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의료 여건을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우리의 행동이 그 첫걸음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국가시험 응시자 대표 40인]

가천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대표,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대표,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경상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대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원광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차 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대표,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