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회장 사퇴…치협 혼돈의 시간
이상훈 회장 사퇴…치협 혼돈의 시간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1.05.13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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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회원정서 제대로 파악 못 해…노조협약 재협상 필요”
권한대행 선임, 60일 내 보궐선거 치러야

대한치과의사협회 이상훈 회장이 공식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달 초 치협 임원진 단톡방에서 사퇴의 뜻을 밝힌 바 있어 더 이상 번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치협 이사회에서 권한대행을 선임해 새 회장 선출시까지 회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회장 보궐선거는 사퇴 후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이상훈 회장은 12일 저녁 6시 치과전문지 기자들 앞에 섰다. 활기 넘치던 평소 모습이 아니었다. 치협 홍보국은 불과 3시간 전에 기자들에게 간담회 진행을 급히 알렸다. 흔치 않은 경우여서 협회장 신상에 관한 것임을 추측케 했다.

공식 사퇴를 표명한 이상훈 회장이 회원들에게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식 사퇴를 표명한 이상훈 회장이 회원들에게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회장은 먼저 회원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한참 숙인 뒤 준비해온 발표문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회원 여러분께 끝까지 소임을 다하지 못해 고개숙여 사죄드립니다. 지난 몇 달간 집행부 내부 혼란, 대의원총회에서 예산안 미통과 등의 사태를 초래하여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제 거취에도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는 이어 “회원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협회 사무처 노조와의 협약에 대해서도 최종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공식 사퇴를 표명한다”며 “많은 갈등과 고뇌가 있었지만 제가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노조도 비상상황을 인식해 협조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원들에게도 죄송하며, 힘들더라도 새 집행부가 구성될 때까지 회무 공백이 없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상훈 회장이 12일 오후 6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상훈 회장이 12일 오후 6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인지 다소 초췌해 보이기까지 한 이상훈 회장은 “부족한 회장으로서 치과계와 회원들에게 혼란을 드려 백배사죄드린다. 모든 비난과 질책은 달게 받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이날 사퇴 발표는 집행부 임원들과도 사전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회장은 “집행부 내부갈등이 석 달간 이어지고…심신상태가 회장직 수행에 부족하여…”라며 “제가 모든 걸 안고 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조속한 회무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조협약의 원만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APDC 의장국 참여 문제 등 현상황을 타개해보려 노력했지만 가예산만으로는 어려워 무력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며 “노조협약 재협상을 통한 임총 예산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2일 저녁 치과의사회관에 석양이 지고 있다.
이상훈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12일 저녁 치과의사회관에 석양이 지고 있다.

한편 이번 달 초 이상훈 회장이 임원 단톡방에 올린 글이 일부 치과전문지에 게재되어 파장을 일으켰다.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올린 글에서 “1년 전 부푼 마음으로 뭉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1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참담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동료끼리 서로 격려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다투는 사이 집행부 전체의 위상은 서서히 추락해갔고, 대의원총회의 예산안 미통과로 우리 집행부는 불신임에 가까운 타격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쨌든 모든 책임은 잘 통솔하지 못한 리더에게 온전히 있기에 제가 모든걸 안고 갑니다”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과경영환경 개선은 물론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가시화 등 중차대한 현안을 목전에 두고 회장 부재라는 혼돈에 빠져든 치협이 난맥을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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