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들은 왜 간호법 제정을 결사 반대하나?
간호조무사들은 왜 간호법 제정을 결사 반대하나?
  • 임대현 기자
  • 승인 2021.05.2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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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협회 “단독 간호사법 제정 용납 못해”
“간무사 전문성 향상 등 발전방안 없고, 보건의료체계 혼란만 야기”
“미래지향적 선진 보건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 우선”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국내의 대표적인 간호관련 단체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가 간호업계의 염원으로 알려진 일명 단독 ‘간호사법’ 제정에 대해 결사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간호조무사(간무사)의 전문성 향상 등 발전방안이 없고 직종별로 단독법을 제정할 경우 보건의료체계에도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올해 3월 25일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 또는 간호·조산에 관한 사항을 분리하여 간호 전문인력 양성 및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을 담은 단독 ’간호(조산)법안’을 일제히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국회의원들은 관련법안을 동시 발의하기까지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간호조무사협회와는 일체의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간무협은 2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1965년 파독부터 2021년 코로나19 대응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대한민국 간호인력으로 헌신한 간호조무사임에도 간호법 논의에서 배제당하는 현실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간호협회 주도로 발의된 간호(조산)법은 이해당사자인 우리 협회는 물론 유관직종 단체와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간호법 단독 제정시 연쇄적 단독법 제정 요구 ... 보건의료체계 대혼란”

간무협은 “의료법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만 빼서 별도로 법안을 만드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단독법이 제정되면) 향후 보건의료 각 직종별로 단독법 요구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보건의료체계에도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간무협은 그러면서 물리치료사의 경우 20대 국회에서 단독법 제정을 요구한 바 있으나 이같은 문제로 인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따라서 간호법 제정에 앞서 보건의료체계 재정비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간무협의 주장이다. 

간무협은 또 “간호조무사의 법적 지위는 간호사와도 관계가 있으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와도 관계가 있다”며 “발의된 법안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대체인력으로 활동하고 있고, 의료기관 취업 간호조무사 중 60% 이상이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인력의 8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간무협의 설명이다.

따라서 간호조무사의 법적 지위와 위상을 강화하는 발전적 법이 아니라면 간호법으로 옮겨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간무협의 판단이다.

“간무사 등 간호인력 수급난 촉발, 동네병원 경영난 가중”

간무협은 발의된 간호(조산)법안이 간호법을 타법에 우선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어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규정되어 있는 장기요양기관, 보육시설(어린이집), 사회(장애인)복지시설 등의 간호인력 기준이 무력화되고, 간호사 의무배치가 추진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단독 ‘간호사법’은 간호사 정원의 100%까지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원급 의료기관 인력기준(「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을 무력화하고, 간호사가 의무 배치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간무협의 설명이다.

간무협은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간호사 수급난이 의원과 장기요양기관, 보육시설, 시회복지시설까지 이어져 이들 기관의 경영난과 인력기준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이 속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간호조무사의 지위 및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무협은 그러면서 “노인복지법의 독립된 돌봄인력인 요양보호사를 간호법에 규정하는 것은 요양보호사를 간호사 보조인력으로 고착화하려는 것으로 이로 인해 의료기관 및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의 보조인력 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호스피스병동에 돌봄인력인 요양보호사는 보조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면, 의료법에 근거한 간호인력인 간호조무사는 제외되어 양 직종 역할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간무협은 간호협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간호협회는 세계 90여개 국가가 독자적 간호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간호법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의 의료체계와 간호인력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간호인력 양성은 어떻게 하는지, 간호인력의 업무와 역할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간호협회의 주장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무협은 “간호인력에 관한 법률을 두는 해외 국가들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규율하는 상위법 아래 의료계 내 타 직역인 의사, 치과의사 등에 대해서도 개별법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따라서 간호에 관련한 사항을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는 방식이 법률적으로 더 발전된 형태라 판단할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간호서비스 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비판했다.

간무협 관계자는 이날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발의된 간호사법이 안고 있는 여러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금과 같은 간호사법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간무협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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