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내세운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이유
의협이 내세운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이유
  • 임도이 기자
  • 승인 2021.06.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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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내 CCTV 설치법안이 국회 통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다시한번 머리를 숙이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입법 추진 관련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인천과 광주에서 발생한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하여 의협도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동시에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협은 그러나 각종 부작용을 이유로 CCTV 설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만으로 대리수술 및 의료사고 증거 보존 등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그러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한다고 밝히자, 의협측은 “의사들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협의 입장은 이렇다. 

우선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두어, 집중력 저해를 초래하고, 과도한 긴장을 유발하여 의료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CCTV가 설치될 경우 긴급 상황 발생시 대처 미흡 및 최선의 진료를 방해하여 최적의 수술 환경 조성이 불가능하다. 능동적‧적극적이어야 할 수술은 의료진의 방어적‧소극적 대처로 이어져, 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고 결국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부풀려 불필요한 공포심을 확대·재생산하고 일반화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려 한다고 불만을 토한다. 이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의협은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될 경우 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는 물론 같이 일하는 간호사 등 의료진의 인권 침해와도 연결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예컨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족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촬영 자료 열람을 요청할 경우, 빈번한 의료분쟁 또는 불필요한 논쟁이나 오해를 일으켜 불신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또 CCTV가 설치될 경우, 의사의 환자 비밀 유지 의무와 환자 개인의 의료 정보 비밀 보장이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CCTV를 관리하는 운영자‧기술자‧수리기사 등 해당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기관에서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해당 영상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특히 수술실은 환자의 환부, 나체와 같은 극히 민감한 사생활 영역이 의료행위를 위하여 외부에 노출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네트워크 전문가가 전무한 의료기관의 보안 취약성을 노린 악성 해커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예를들어 N번방과 같은 비밀 채팅방과 음란물 공유 사이트에 환자 신체의 일부가 노출된 수술 영상이 돌아다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IT 보안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청와대, 국방부, 금융기관, 심지어 국민건강보험공단조차도 정보 유출이 빈번한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의 경우, 해킹 및 백도어에 대한 보안을 완벽하게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영상정보의 유출 후 2차, 3차 피해 발생 또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러한 다수의 부작용이나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실 내 CCTV 설치‧운영 의무화 입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 의사, 환자간 분쟁과 더불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외과계열 전공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외과계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CCTV 설치가 가져올 수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세금 투입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의협은 마지막으로 국회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개정추진을 즉각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정부 정치권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책추진 여부를 결정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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