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는 왜 파업을 선택했나?
서울대병원 노조는 왜 파업을 선택했나?
  • 임도이 기자
  • 승인 2021.10.27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공병원을 영리병원처럼 운영”
11월 10일 총파업 돌입
노조 “환자 이송하라” 병원측에 통보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위원장 윤태석)이 11월 10일을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 서울대병원노조는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이 아니고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로 가입돼 있다. 파업에 돌입할 경우, 환자 진료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27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88.9%(2661명), 찬성 92.2%(2453명), 반대 7.7%(204명)로 쟁의행위가 가결되었다”며 “11월 10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니, 병원측에 환자를 모두 이송조치하라고 통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10월 21일 대의원대회에서 ‘병원이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11월 10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7월 28일 1차 단체교섭을 시작으로 그동안 총 33회의 교섭을 진행해 왔다. 노조는 ▲서울대병원의 영리 자회사 철수·이해관계 당사자인 서울대병원 교수 및 직원의 영리 자회사 참여 규제방안 마련 ▲진료량, 수술건수, 검사건수, 수익 연동형 의사성과급제 폐지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 이행 및 인력 확충 ▲일반병동 및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간호사 배치기준 상향 ▲모든 병원노동자 결원대체 인력 확보 ▲0.9% 이상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는 헬스커넥트, 이지케어텍 등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만들어진 영리자회사 3곳과 출자회사 4곳이 있다.

노동조합은 “경영적자문제 뿐 아니라 이들 자회사·출자회사들의 사업내용이 원격의료·건강관리 서비스라는 의료민영화의 시행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공병원의 위상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당장 정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고가의 앰플, 세럼 등을 판매하는 ‘㈜정진호이펙트’라는 화장품회사를 설립하고 서울대병원 출자회사로 전환하여 서울대병원 이름을 내세워 영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노조측은 “서울대병원이 전직원들이 보는 전자사보 1면에 (정 교수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광고를 게시하고 개원기념일 직원 선물 등 병원 예산으로 물품(화장품)을 구매하는 등의 행위를 일삼았다”며 “노동조합은 공공병원으로서 의료와 무관한 화장품 회사의 지분을 청산하고 관련 당사자에 대한 조사와 징계 그리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직원들이 파는 물건을 홍보해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면서, 전자사보에서 슬그머니 ㈜정진호이펙트 광고만 내리는 등의 기만을 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은 서울대병원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출자회사의 지분을 즉각 매각하고, 원내 홍보활동 및 상품구입 등 특혜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 교수 및 임직원 등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그 신분과 관련되는 영리목적 업무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병원측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불거진 인력충원 요구에 대해서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9월 28일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병상 간호인력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립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분회 소속)은 200명 이상의 간호인력이 충원되어야 하며, 11월부터는 가이드라인을 이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이행하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인력 충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노조측은 이와관련 “11월 위드코로나 정책 시행에 따라 확진자 폭증이 뻔히 예상됨에도 병원측은 무대책·무계획으로 일관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그 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일반병동(코로나19 확진자 외 일반환자)도 인력난에 허덕이며 간호사 1인이 환자를 17명까지 담당하면서 안전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포함)은 9000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병가, 청원휴가 등 필수적인 결원대체인력조차 없다. 24시간 운영되는 필수업무 공공기관이 예비인력 0%로 운영되는 위험천만한 실정인 것이다. 교대근무자들은 결원자가 생기면 주휴일에도 전화를 받고 불려나와야 하며(연간 1만 5000일) 일부 검사실은 결원이 발생하면 대체인력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실정이다. 인력부족으로 연말까지 휴가를 신청할 수 있는 날이 하루도 남아있지 않은 부서가 부지기수다. 인력공백을 막기 위한 노동조합의 최소한의 인력요구는 202명이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단 1명의 충원 계획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이 0.9%라며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임금인상안은 수용 불가하다고 답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국립대병원은 2019년 정규직전환을 시행했지만 별도의 낮은 임금체계를 설계하면서 기관 내 임금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그 중에서도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올해 해소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2015년 임금체계 개악으로 인해 삭감된 신규직원 임금에 대해 복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병원측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공공병원 노동자의 수고를 치하하면서도 임금인상은 민간병원 수준(3.7% 이상 인상합의)의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천장을 만들어 놓고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항변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2021년 6월 2일)에서는 총인건비 한도 외 추가 수당 지급을 인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노조 관계자는 “지난 3개월간 인내심을 가지고 교섭에 임하였지만 직원들의 절실한 요구안에 대해 병원 측은 각종 핑계만 대며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는 병원 측이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압도적인 파업 찬성에 따라 조합원의 절실한 요구안 쟁취와 공공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11월 10일 파업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